경제위기로 움추렸지만 소처럼 우직하게 걸어왔던 한 해가 지났습니다.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셨습니까.

올해는 '경인년 범띠해' 입니다. 호랑이는 공포와 두려움에 대상입니다만 우리 조상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수호신으로 삼거나 잡귀를 막기 위한 상징물로 활용했습니다. 때문에 마을 뒷산 산신각에 가면 산신과 함께 나란히 그려져 있는 호랑이를 볼 수 있었습니다. 때론 두려움에 대상이지만 때론 친근한 대상인 호랑이. 독자 여러분에게도 포효하는 호랑이의 힘찬 기상이 깃드는 한 해가 됐으면 합니다.

우리 경제의 회복이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르다고 합니다. 하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고 봅니다. 두바이월드 사태를 보면 세계 경제는 여전히 일촉즉발의 화약고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경우 적극적 재정투자와 감세로 인해 국가재정의 누적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태입니다. 정부가 거품경기를 끌어올려 성장률을 높이되 재정지출을 옥죄는 것은 적자재정 탈출을 위한 고육책일 것입니다. 4대강 정비사업은 거품경기를 끌어올리는 대표적인 사업이기에 여야의 숱한 논쟁을 불러온 것입니다.

문제는 일자리입니다. 토목건설 사업인 4대강 사업은 일자리 창출에 미미한 역할밖에 못합니다. 그렇다고 정부의 지원과 환율효과에 덕을 본 수출 대기업이 시설투자와 인력채용을 대폭 늘리겠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나마 지난해 정부가 추진해 저임금 일자리를 만들었던 '희망근로'도 올해는 대폭 줄어들 것입니다. 어쩌면 올해의 일자리 사정이 지난해보다 더욱 좋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이러한 맥락 때문이겠죠. 그야말로 '고용 없는 거품성장'이 현실화되는 시나리오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최근 발표한 일자리 대책은 '속 빈 강정'이었습니다. 고령사회에 대비해 정년연장을 법제화한다고 했지만 현장으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임금피크제와 연계해 기존 정년을 보장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입니다. 보건복지 분야의 일자리를 늘리다고 하지만 정부의 투자가 미미해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되레 정부가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어 일자리 창출은커녕 역효과만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런 가운데 노사관계를 뒤흔들 노동관계법이 올해 시행됩니다.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임금 지급금지와 관련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그것입니다. 어떤 형태로든 노사관계는 종전과 다른 환경에 처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노사는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노조법이 시행되면 그다지 부정적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일자리 창출에 힘을 합쳐도 모자라는 판에 노조법 시행을 두고 산업현장에서는 노노 간, 노사 간 힘겨루기가 나타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모험주의나 정략적 접근을 경계해야 합니다. 새 제도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연착륙시키는 방안을 검토하되 종전의 관행은 존중하는 방식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새 노조법이 산업현장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노사관계의 새 관행과 지형이 형성돼야 고용유지든 일자리 창출이든 가능할 것입니다.

지난해 <매일노동뉴스>는 경제위기 속에 실의에 빠진 노동자 서민의 삶을 가감 없이 보도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만 미흡한 점이 많았습니다.

한편에서 <매일노동뉴스>는 지난해 단행본 「아빠는 현금인출기가 아니야」 「자본시장 통합과 노동조합 경영참가」 [외줄타기」를 출판했습니다. 지면에 담지 못한 노동운동에 대한 '성찰'과 '대안' 그리고 '역사'를 엮어 독자 여러분에게 새롭게 다가가려 한 것입니다. 노사 또는 노동운동 내부의 소통과 공감을 통해 새 노사관계를 준비하자는 차원이었습다만 여러가지로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 점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올해 <매일노동뉴스>는 18주년을 맞이합니다. 18세는 청년기의 시작입니다. 그야말로 '질풍노도의 시기'의 첫 발을 내딛는 것입니다. 18세 청년답게 <매일노동뉴스>는 급변하는 노사관계 변화를 발 빠르게 보도하겠습니다. 일선 산업현장에 더욱 가까이 다가겠습니다. 새로운 노사관계 형성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 양극화와 차별 해소를 위해 일조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본지는 현장성을 높이되 전문성을 강화할 것입니다. 또 독자 여러분뿐 아니라 노동자·서민과 소통할 수 있는 '노동전문 단행본 출판사업'을 더욱 활성화할 것입니다. 용맹하지만 친근한 호랑이처럼 노동자·서민과 함께하는 <매일노동뉴스>가 될 것을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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