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랑(50·사진)씨는 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장 발매창구에서 올해로 12년째 일한 베테랑이다. 경주가 시작되기 5분 전, 고객들이 베팅한 표를 경주권으로 바꿔 주는 그는 ‘신의 손’을 자랑한다. 분당 수십 장의 경주권을 처리하면서 고객들의 욕설 섞인 불만에도 친절하게 응대한다. 이씨는 공단이 매년 선정하는 ‘발매왕’에도 다섯 차례나 올랐다. 하지만 내년부터 백수다. 이달 31일자로 계약해지를 통보받았기 때문이다.

28일 공단은 전국 18개 지점에서 경륜·경정 비정규직 발매원을 대상으로 ‘무기계약전환 설명회’를 개최했다. 864명이 무기계약 대상자에 올랐지만 이씨의 이름은 없었다.
“공단은 매년 인사평가를 실시해 하위등급인 D 등급을 3회 연속 받으면 계약을 해지합니다. 12년간 경륜장 발매원으로 일하면서 단 한 차례도 D 등급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올해 7월 발매원 비정규직의 고용보장을 요구하면서 파업을 벌였는데 공단은 이를 이유로 인사위원회를 열어 견책 처분을 내렸습니다. 매년 공단 비정규직의 운명을 가르는 인사평가가 노조간부를 표적해고하는 수단이 되고 있어요.”

공단은 지난 2006년 비정규직 발매원에게 이른바 ‘3진 아웃제’를 적용했다. 인사평가 결과에 따라 재개약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래서 공단에서는 연말연시마다 비정규 노동자들이 무더기로 해고된다. 2007년 14명이 무더기로 계약해지된 뒤 지난해 8명, 올해 10여명에 가까운 비정규직이 계약해지됐다.

특히 2006년 한국노총 국민체육진흥공단일반직노조에서 탈퇴한 발매원 노동자들이 민주노총 공공노조에 가입한 이후 노조 간부는 해고 0순위다. 지난 3년간 10명의 노조간부 가운데 벌써 7명이 계약해지 통보서를 받았다. 이씨는 노조에서 회계감사를 맡고 있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사람들도 두 다리 뻗고 자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공단에 따르면 인사평가에 따른 해고조항이 더욱 강화됐다고 합니다. 지금처럼 3회 연속 하위등급이 아니더라도 3년 내 하위등급을 받으면 해고가 가능하다고 하네요. 이름뿐인 무기계약직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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