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문제는 청년 당사자가 문제 해결의 주체로 나서야 해결할 수 있어요. 청년들이 모여 노동 문제뿐 아니라 일상적인 고민도 나누며 기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조금득(32·사진) 청년유니온 사무국장은 '당사자 운동'을 강조했다. 청년유니온은 국내 최초의 청년노조로서 내년 2월에 출범할 예정이다. 조 국장은 지난 22일 서울 영등포 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한국에서 노동 문제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계층은 청년"이라며 "이들이 노조를 통해 자신의 권리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 국장의 별명은 '아르바이트 천국'이다. 생계를 위해 안 해 본 아르바이트가 없다. 전문대학생 권리찾기 운동과 장애인인권 시민단체 활동을 했지만, 매번 생활비에 허덕였다. 2년 전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구인광고를 믿고 공장의 생산직으로 취직해 여러 곳을 전전했는데, 모두 6개월을 넘지 못하고 그만뒀다.

"전 제가 괜찮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노동시장에선 '똥값'도 안 되더라구요. 파견·간접고용이라는 단어를 직접 겪어 보니 일본에서 비정규직 살인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이해가 됐어요."

하지만 이 같은 현실에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 조 국장은 "벗어나고 싶어 제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결국 같은 자리로 되돌아왔다"며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줄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도 좋으니 푸념이라도 나누고 싶었다"고 했다.

그렇게 지난 5월부터 청년유니온 결성준비에 나섰다. 조 국장은 "청년들이 겪는 삶의 문제는 대부분 노동에서 비롯된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년유니온은 조씨 같은 이들을 대상으로 노동의 질 향상을 통해 청년의 사회적 지위향상을 도모하는 조직이다. 일본의 '수도권 청년노조'를 모델로 삼아 지역·직종 등에 따라 10대부터 30대에 이르는 청년 노동자들이 개별적으로 가입한다.

현재 상근자 2명·기획위원 1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미 온라인을 통해 27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한 상태다. 청년유니온은 회원들의 회원비와 촛불 카페들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첫 행동은 이미 시작됐다. 청년유니온은 행정인턴에 대한 실업급여 미지급 피해사례를 모아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내년에는 파견근로 등 청년들의 노동 형태를 조사해 실태를 발표할 예정이다.

"4년제 대학생들의 문제는 인턴 등으로 이슈화됐죠. 그런데 저 같은 전문대 졸업자, 고등학교 이하 졸업자 등 저소득층의 청년실업 문제도 심각해요. 최저임금 인상투쟁과 정기 학술강좌, 주거 문제 해결 등을 위한 사업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조 국장은 새로운 노동운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존의 노동운동이 수직적인 운영체계와 이질적인 정서 등으로 인해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청년유니온은 임금·단체협상을 넘어 청년공동체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스펙만 좇는 캥거루족이라고 쉽게 말하는데요.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생활과 취업에 대한 공포로 강요된 개인주의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아요. 이들에게 청년유니온이 비빌 언덕이 됐으면 합니다."

청년 문제 전문 상담가가 되고 싶다는 조 국장은 청년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편견으로 청년을 재단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는 당사자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청년유니온을 통해 청년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계기가 됐으면 해요. 문제의 주체가 나서지 않으면 우리 삶은 변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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