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비정규직여성노조가 지난 16일 출범했다. 여성연맹이 조직형태를 전국단일노조로 변경해 전국비정규직여성노조를 창립한 것이다. 신임 위원장으로 선출된 이찬배(55·사진) 위원장은 지난 20일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이명박 정권아래 노동자들이 위기를 겪는 지금이 조직을 확대할 호기”라며 “비정규 여성노동자를 대표하는 노조로 조직을 정비해 정치세력화를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 전국비정규직여성노조 창립을 축하드린다.
"책임감에 어깨가 무겁다.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임금 지급금지와 관련해 우리는 전임비용을 저축하고 다른 노조들에 대해 실태 조사를 하면서 나름대로 대비를 했다. 오랜 과정을 거쳐 조직을 전환한 만큼 성과를 남길 수 있도록 잘 대응해 나가겠다."

- 전국비정규직여성노조라고 조직명칭을 정한 이유가 궁금하다.
"여성노동자의 420여만명이 비정규 여성노동자다. 여성연맹은 그간 실질적으로 비정규 여성노동자 조직화에 주력했다. 물론 여성 정규직의 가입을 막지 않았다. 하지만 비정규 여성노동자의 문제 해결을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기에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 느슨한 연맹 형태에서 단일노조로 조직을 변경한 이유는.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허용에 맞춰 올해 4월 대의원대회에서 전국단일노조로 조직형태 변경을 결의했다. 전국단일노조는 지부만 설치하면 되기에 단위 노조를 설립하는 것보다 행정 절차와 내용면에서 훨씬 수월하다. 그간 단위노조에서의 지도력이 취약한 점이 고민이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중앙 집중력을 높여야 했다."

- 여성연맹과 비교했을 때 구체적으로 무엇이 달라지는가.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여성연맹도 전국비정규직여성노조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당분간 존치한다. 여성연맹은 단위노조의 결정이 연맹보다 우선이었으나, 전국비정규직여성노조에서는 연맹산하 각 단위노조가 지부 형태로 바뀌어 중앙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 이에 따라 조직의 형식과 내용이 더 강화된다."

- 지난 10년 동안 여성연맹의 성과와 한계에 대해 평가한다면.
"최저임금 현실화, 공공부문 청소 용역직 도급계약 최저가 낙찰제 폐지, 관광통역 안내원 노동자성 인정 대법원 판결, 87.7% 이상 최저낙찰하한율 행정지침 마련. 하나같이 비정규 여성노동자와 관련한 법·제도적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반면 8년째 위원장을 맡아 오면서 노조 간부 육성이 제대로 되지 못한 것은 아쉽다. 민주노총 성폭력 사태에서 보듯 사업장에서 성폭력 사건이 끊이지 않는 점도 과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활동가를 양성할 수 있는 체계적인 교육사업과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사업장 내 성폭력 사건 발생을 막기 위해 여성노동자들이 이중의 피해를 보는 구조를 깰 수 있도록 예방교육과 가해자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

- 전국비정규직여성노조의 향후 사업 계획을 소개해 달라.
"그간 여성연맹이 내부 조직을 굳건히 하는 과정이었다면 이번에는 외연을 확대할 차례다. 전국비정규직여성노조는 이명박 정권 아래 노동자들이 위기를 겪는 지금이 조직을 확대할 호기라고 생각한다. 현재 3천600여명의 조합원이 가입돼 있는데 앞으로 1년 동안 1만명으로 확대하겠다. 이를 위해 각 지부에 목표 인원을 할당하려 한다. 조직화에 박차를 가하겠다. 우선은 최저임금 개악안 저지에 힘쓰겠다. 전문직임에도 최저임금도 못받는 관광통역 안내원의 조직화,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의 고용승계에도 노력할 계획이다."

- 다른 여성단체나 노동조합과 연대할 계획 없나.
"언제든 함께 할 사안이 있다면 연대하겠다. 민주노총 산하 연맹이다 보니 민주노총 여성위원회가 여성단체 공동집회에 대신 참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간 서로 조직화 하느라 바빴을 뿐 연대 의지가 없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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