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을 일했는데, 노조가 없을 때보다 노동조건이 더 후퇴했습니다. 6년 연속 삭감된 임금을 수용했음에도 전임자와 무관한 상근자를 해고했어요. 이건 인권탄압입니다."
김정봉(57·사진) 화학노련 건설운수노조 동양레미콘 안양지부장 눈가에 눈물이 서렸다. 김씨는 부당해고와 노조탄압에 맞서 지난 8일부터 열흘째 단식 중이다. 17일 안양의 동양레미콘 공장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김 지부장은 "사측이 투쟁을 강요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식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대화를 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동양레미콘 안양지부는 노조 설립 9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지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노조는 6년 연속 삭감된 임금계약에 합의했다. 그러나 이달 초 복수노조와 전임자임금에 관한 노사정 합의안이 발표되자 사측은 상근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김 지부장을 계약해지했다. 그는 사측으로부터 임금을 받는 전임자와 달리 조합원들이 모은 돈으로 활동한다. 지부가 반발하자 사측은 조합원 65명을 전원 해고하고, 계약안보다 운반비가 25%가량 삭감된 안을 지부에 제시했다. 이에 지부는 운반비 삭감·각종 수당 폐지 등에 반발해 투쟁 중인 건설노조 경기건설기계지부 동양광주레미콘분회와 함께 연대투쟁을 벌이고 있다.

"상근자는 지난 20여년 동안 다른 노동자를 대신해 사고 처리와 부품 구매 등의 업무를 했습니다. 제가 상근을 하지 않는다 해도 누군가는 반드시 그 역할을 해야 합니다. 오히려 상근자가 없으면 사고가 날 때마다 문제 해결을 위해 레미콘이 멈춰 회사가 더 큰 손해를 봅니다."

김 지부장은 "결국 사측이 원하는 건 노예계약 수용에 따른 노조 없애기"라며 "민주노총 산하 레미콘 노동자들도 본질적으로는 같은 문제로 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동양레미콘의 모회사인 동양메이저의 노조탄압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동양메이저 계열사인 한성레미콘은 올해 7월 노동자 56명을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집단 해고했다가 노조 탈퇴를 전제로 10월에 복직시켜 물의를 일으켰다. 그 당시 동양광주레미콘분회는 이들과 연대투쟁을 벌여 사측으로부터 계약해지에 대한 압박을 받기도 했다.

김 지부장은 "동양메이저 안양공장은 레미콘공장 중 규모와 물량이 가장 큰 상징적인 곳"이라며 "여기가 무너지면 작은 사업장도 도미노처럼 무너져 끝까지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0월 계약안 이행에 따른 생존권 보장과 대화 시작. 그의 바람은 이것뿐이다.

"너무 간단하지 않습니까. 안양공장에서 평균 20여년 이상 일한 노동자로서 사측에게 상식과 최소한의 존중을 요구하는 것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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