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는 한마디로 가슴 벅차고 드라마틱한 선거였습니다. 2차 투표까지 진행된 선거에서 의지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조합원의 현명한 판단 밖에 없었죠.”
유택윤(44·사진)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 위원장 당선자는 지난 3일 실시한 지부 결선투표에서 3천237표(51.1%)를 얻어 당선했다. 재선에 도전했던 현 지부 위원장인 김형중 후보는 2천706표(42.8%)를 얻었다. 지부는 지난 1일 실시한 선거에서 투표 조합원 과반수 표를 얻은 후보가 나오지 않아 2차 투표까지 가는 치열한 선거를 펼쳤다.

- 역대 지부선거 중 손에 꼽힐 정도로 치열했던 경쟁을 뚫고 당선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이른바 ‘야권’의 입후보 예정자 3명을 대상으로 한 후보단일화 과정부터 치열했다. 청문회식으로 진행됐던 후보 검증 토론회에서는 15개의 공식 질문과 돌발 질문에 답해야 했다. 임금삭감 요구 등 주어진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진땀을 빼야 했고, 토론회는 새벽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철저한 민주적 절차를 거쳐 단일 후보가 된 만큼 선거 내내 자부심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 내년 1월 임기를 시작하면 가장 먼저 해결할 사안은 무엇인가.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른 노조 전임자 축소와 연봉제 도입, 복지축소를 막아내는 것이 당면과제다. 노조도 노력하겠지만 단위 노조의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든 문제로, 공기업 노동계는 물론 시민·사회단체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본다. 은행 내부적으로는 2년의 계약기간이 끝나기 전에 계약해지의 고통을 받고 있는 계약직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에 주력하겠다."

- 기업은행의 노동자들은 올해 임금이 5% 삭감됐다. 내년에도 임금삭감과 연봉제도입 등을 포함한 희생을 강요받을 우려가 높은데.
"조합원들은 여론몰이로 논리성도 갖추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임금삭감에 분개하고 있다. 이번 선거 결과는 이런 조합원들의 평가와 심판이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은행이 내년에도 임금을 삭감하려고 하면 가장 먼저 나를 설득해야 할 것이다. 과연 설득을 시킬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은행이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해 임금을 삭감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져도 조합원 총투표를 거쳐 동의를 얻을 것이다. 현재 조합원 정서를 봤을 때 추가적인 임금삭감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 공약으로 노조위원장 임기를 2년제로 축소하고 상임간부 소환제도 실시하겠다고 했는데 이유는.
"많은 노조 집행부가 출범 초기에는 열심히 한다. 의욕도 있고 추진하는 사업도 꽤 많다. 하지만 임기 중반이 넘어가면서 타성에 젖는다. 임기를 축소하고 간부 소환제를 도입하면 노조에 역동성도 생기고 노조의 세대교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2년 동안 무슨 일을 할 수 있나’라는 여론도 있지만 임기를 시작하면 나부터 임기 단축을 위한 조합원들의 여론을 대의원대회나 조합원총회를 통해 물을 예정이다."

- 노조 운영의 원칙과 노동운동에 대한 소신은.
"상식적인 삶을 살면 어려운 문제도 순조롭게 풀린다고 생각한다. 작은 것부터 실천해야 한다. 저는 1시간30분여의 출퇴근 거리에도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닌다. 귀찮음을 이겨 낼 수 있어야 많은 문제들을 풀 수 있다는 게 나의 소신이다.
노조 운영의 기본 원칙은 자주성·민주성·대중성이다. 현재 노동계가 힘의 우위에서 밀려 있고, 사용자측 시각도 굉장히 편행되어 있는 구도에서 노조의 이런 운영의 원리가 훼손된 것도 사실이다. 이것을 얼마나 회복하느냐가 중요하다. 노조 운영의 기본 원칙을 회복하고 책임성과 내부 역량을 강화하겠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경쟁후보는 물론 은행과도 얼굴을 붉히는 일이 있었다. 소통·포용·통합의 정신을 바탕으로 갈등의 골을 좁혀가겠다."

■ 유택윤 당선자는 누구
65년 서울 출생. 경기도 성남시에서 초·중·고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고 이한열 열사와 동기동창이다. 92년 10월 기업은행에 입사한 뒤 영업점과 지역본부, 본점을 거쳤고 현재는 기업은행 인사부 관리역이다. 10대 노조 집행부에서 정책연구부장과 홍보선전부장을 역임했다. 정책 담당자 시절 임금체계 개선으로 기업은행 역대 최고의 임금인상 효과를 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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