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개요

피고 회사는 2001.6.20 노조의 동의를 받아 책임급 연구원의 정년을 65세에서 60세로 단축하는 내용의 취업규칙을 변경했다. 같은 날 노동부장관에게 변경된 취업규칙을 신고했다. 피고 회사가 이 사건 취업규칙에 대해 피고 회사 노조의 동의를 받기는 했지만, 책임급 연구원은 조합원 자격이 인정되지 않으며, 이들 과반수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

이에 대해 원심(고등법원)은 피고 회사가 정년규정의 변경으로 불이익을 받게 될 책임급 연구원의 과반수의 동의를 받지 않았으므로, 결국 이 사건 취업규칙은 원고를 포함한 책임급 연구원에 대해서는 그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사건 취업규칙상의 단축된 정년의 적용이 예상되는 다른 근로자 집단을 포함한 전체 근로자 집단이 동의 주체가 된다고 봐야 하므로 근로자 집단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가 있는 경우에는 그 노조의, 그와 같은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그 근로자들의 회의방식에 의한 과반수의 동의가 있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사건의 쟁점

대법원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집단적 동의 주체를 판단하는데 있어서, 그 기조를 취업규칙의 변경에 이해관계를 가지는 자를 기준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대법원 2008.2.29 선고 2007다85997 판결 등 참조). 즉 동의의 주체와 그 효과를 받는 주체가 동일해야 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노조의 가입 자격이 없는 근로자에 대해서까지 과반수로 조직된 노조를 동의의 주체로 인정해 동의의 주체와 효과의 대상이 다르게 되는 판단을 했다(대법원 2008.2.29 선고 2007다85997 판결 등 참조).
결국 대법원의 판단 기준이 일관성을 가지려면 취업규칙이 적용되는 근로자 집단 모두를 동의의 주체로 보거나, ‘집단적 동의’ 규정의 취지에 맞게 전체 근로자를 동의의 주체로 인정하는 것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기존의 취업규칙을 적용받는 근로자 집단

근로기준법 제94조는 법문에 대해 대법원은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의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라는 데 대해 대법원은 근로자의 과반수라 함은 기존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 집단의 과반수로 한정해 해석했다(대법원 2008.2.29 선고 2007다85997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은 불이익한 취업규칙의 변경이 일부 근로자에게만 적용될 경우, 다수의 이해관계가 없는 근로자들의 동의로 취업규칙이 변경될 경우에 오는 불합리한 결과를 해결한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러한 법리에 의할 때 취업규칙의 불리한 적용을 받는 근로자가 소수일 경우 또는 신입사원 일 때는,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집단의 관여를 완전히 배제하게 돼 노사가 동등한 지위에서 근로조건을 결정한다는 원칙(근로기준법 제4조)의 ‘집단적 동의’ 규정의 취지에 따른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노동조합 가입의 자격이 없는 근로자 집단

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란 기존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로 조직된 노동조합이므로, 노동조합에 가입할 자격은 없지만 기존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았던 근로자에게도 당연히 적용된다(대법원 2008.2.29. 선고 2007다85997 판결 등 참조). 기존 취업규칙이 적용되는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동의한 효력은 노동조합의 가입 자격이 없지만 기존 취업규칙이 적용되는 근로자에게도 미친다는 것이다.
이런 법리는 대법원이 취업규칙의 적용 가능성이 있는 근로자를 기준으로 동의의 주체를 판단하고 있는 것과 다르게, 조합가입 자격이 없지만 취업규칙이 적용되는 근로자 집단의 동의권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모순이다. 오히려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가입 자격이 없는 근로자에게는 독립된 집단적 동의의 주체로 인정하는 것이, 대법원의 태도에 맞을 것으로 보인다.

변경된 취업규칙의 적용이 예상되는 일부 근로자 집단

대법원은 기존 취업규칙이 적용돼 직접적 불이익을 받는 근로자 집단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의 동일한 체계 내에서 변경된 취업규칙의 적용이 예상되는 일부 근로자 집단까지 동의의 주체로 해석하고 있다.
이는 실질적인 취업규칙 변경에 따른 이해관계를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나 한편으로는 자칫하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거나 또는 희박한 근로자 집단이 특정 근로자 집단의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이용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 보듯 책임급 연구원의 정년 단축과 관련해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희박한 장래에 정년 단축이 적용 될 것으로 예상되는 근로자들은 현재의 책임급 연구원보다 정년 단축에 소극적으로 대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로조건이 이원화된 일부 근로자 집단

근로조건이 이원화돼 있을 경우 각각이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동의의 주체가 돼 동의의 주체가 분리되게 된다.
대법원은 사원과 노무원으로 이원화돼 퇴직금 규정이 불리하게 개정된 경우 압도적 다수인 노무원이 퇴직금 개정안에 동의했다 해도 그 개정 취업규칙은 노무원에게만 효력이 있을 뿐 개정에 동의하지 않는 사원에게는 효력이 없다고 한 사례가 있다(대법원 1990.12.7, 90다카19647판결 참조).
이 경우에 ‘근로조건이 이원화’를 사용자가 남용할 경우에도 또한 소수근로자 집단과 신입사원은 취업규칙의 근로자 보호 원리에서 사각지대에 있게 될 것이다.

아쉬운 점

아쉬운 점이 있다면 대법원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시 동의의 주체의 해석에 있어서,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의 취지와 법적성격에 대한 논의를 배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취업규칙에 대해 근로기준법이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호·향상시키려는 목적의 일환으로 그 작성을 강제하고 이에 법규범성을 부여한 것으로 보아 취업규칙을 법규범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대판 1997.7.26 선고 77다355 판결).

대법원이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을 ‘근로계약에 의한 근로조건의 변경’과 같이 해당 근로조건이 적용되는 근로자만을 동의의 주체로 보는 것은 ‘근로자의 개별적 동의’가 취업규칙의 변경으로서의 효력을 가질 수 없는 것과 모순된다. 결국 근로기준법이 사용자의 일방적인 근로조건의 불이익 변경을 방지 하기위해 집단적 동의를 규정해 놓은 것이, 오히려 개별 당사자의 동의 없이 용이하게 근로조건을 불이익 변경할 수 있게 만드는 결과가 된다.

요컨대 취업규칙이 법규범성을 가짐에 따라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동의 주체는 원칙적으로 사업장 전체 근로자 집단이 돼야 할 것이며, 예외적으로 소수의 근로자 집단을 보호하기 위해 기존 취업규칙의 적용받는 근로자 집단만을 동의의 주체로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는 신입직원에 대한 사용자의 임의적 근로조건의 이원화와 근로자 간 불합리한 차병을 방지 할 수 있고, 소수 근로자 집단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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