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지난 5월 개정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소급 적용해 기존 수급자의 보험급여를 급격히 감소시킨 것은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문제가 된 제도는 바로 ‘최고보상제도’이다. 이 제도는 산재보험급여를 산정할 때 해당 노동자의 평균임금이 노동부 장관이 고시한 최고보상기준금액을 초과할 경우, 자신의 평균임금이 아닌 최고보상기준금액을 기준으로 급여를 산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99년 산재보험법 개정을 거쳐 2000년 7월1일부터 시행됐다.

구 제도에 근거해 장해보상연금을 받아온 기존 수급자들에 대해서는 2년6개월 동안만 구법을 적용하고, 2003년 1월부터 신법을 적용하도록 했다. 2003년 1월 당시 심판대상조항의 적용을 받는 기존 장해보상연금 수급자는 843명이었다. 이 가운데 117명이 헌법소원심판을 제기했다.

2%~82% 장해보상연금 삭감돼

청구인들은 개정법이 시행되기 이전인 2000년 7월1일 이전에 산재를 당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1급에서 7급의 장해등급 판정을 받은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구 산재보험법에 따라 자신의 평균임금의 90% 내지 30%에 해당하는 장해급여를 연금형태로 지급받았다. 하지만 2년6개월이 경과한 2003년 1일부터는 노동부 장관이 고시한 최고보상기준금액을 평균임금으로 해 장해보상연금을 받았고, 종전 지급액 중 이를 초과하는 부분은 감액당했다. 삭감당한 비율은 청구인별로 최소 2%에서 최대 82%에 달했다. 청구인 대부분은 40대 전후로 중고생이나 대학생 자녀를 두고 있었다. 경제적 지출이 많은 상황에서 장해보상연금이 갑작스럽게 삭감되면서 경제적으로 곤경에 처했음은 물론이다.
이들은 공단을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장해연금감액처분 취소의 소를 제기하고, 부칙 7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지만 법원은 둘 다 기각했다. 이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것이다. (당시 산재법 부칙 7조는 ‘최고보상기준금액에 관한 경과조치’를 담고 있다. 이 법 시행일 이전에 업무상 재해를 입은 자는 2002년 12월31일까지만 종전의 규정에 의한다는 내용이다.)

“당사자 손해 극심하면 새 입법 허용안돼”

헌법재판소는 5월 부칙 7조에 대해 “신뢰보호의 원칙을 위배해 청구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며 위헌결정을 선고했다. 결정의 요지는 이렇다.
“신뢰보호의 원칙은 헌법상 법치국가 원리로부터 파생되는 것이다. 법률의 제정이나 개정으로 야기되는 당사자의 손해가 극심해 새로운 입법으로 달성코자 하는 공익적 목적이 당사자의 신뢰가 파괴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없는 경우, 새 입법은 허용될 수 없다.”
노동부는 당시 최고보상제도를 기존의 장해급여수급자에게도 적용했다. 절감되는 보험급여액으로 다수의 노동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간병급여 신설, 유족급여 확대, 후유증상 진료제도를 도입해 보험급여의 폭을 확대하는 등 다른 보험사업을 실시하려고 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장해급여제도는 본질적으로 소득재분배를 위한 제도가 아니고 사용자가 근로자와 사용자 자신을 위해 근로자의 평균임금에 상응하게 일정 비율로 납입한 보험료를 바탕으로 불의의 산재사고에 대비해 산재 근로자에게 사고 이전의 생활수준 골격으로 보장해 주기 위해 마련된 제도”라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손해배상 내지 손실보상적 급부인 점에서 사회보장적 급부로서의 성격은 상대적으로 약하고, 재산권적인 보호의 필요성은 보다 강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2일 관련 첫 재판 열려

19명의 노동자는 9월 최고보상기준금액 관련 소송을 제기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이후 처음으로 지난 2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최고보상기준금액과 관련된 ‘평균 임금 정정 불승인·급여 차액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의 첫 변론이 진행됐다. 이정훈 변호사(다보상법률사무소)는 “기존 소득에서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80%까지 감소된 보험급여 지급은 산재로 중증 장애인이 된 산재근로자들과 가족들의 생활에 경제적으로 큰 타격”이라며 “이들이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이번 소송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문웅 노무사(노무법인 산재 대표)는 “산배보상의 소멸시효는 3년인데 소송에 따른 결과를 기다리다보면 3년이 지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산재근로자들은 잘못된 보상에 대한 정정이나 소를 제기할 수 있는 기회조차 잃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판례]
헌법재판소 2009년 5월28일 선고 2005헌바20 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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