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수(57) 한나라당 의원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의 전임자임금 지급금지 조항 삭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용자들이 전임자임금을 지급할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하게 돼 있는 조항을 없애는 방안을 제시했다. 1천명 미만 사업장은 노사가 전임자 규모를 자율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되 전임자 수가 과도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도록 규모별 상한선을 둬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업장단위 복수노조 허용과 관련해 시행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고, 불가피하다면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안전장치로는 일정 조합원을 확보하지 못한 조직에게 교섭권을 주지 않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화수 의원은 여러 의원들과 논의해 안을 만들고, 여의치 않을 경우 독자 입법안을 제출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7일 당정협의에서 의원입법안 제출을 자제해달라는 요청이 나온 것에 대해 “마냥 기다릴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매일노동뉴스>는 당정협의 직후인 27일 오후 4시 의원실에서 이화수 의원과 만났다.

- 한국노총이 (27일) 오전부터 한나라당사를 점거했다. 한국노총의 기류가 그만큼 심각한 것 아니겠는가.
“대통령 선거를 치르면서 이명박 후보와 한국노총이 정책협약을 했다. 협약서에는 대통령이 서명을 했다. 노동단체가 정책연대를 하고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까지 도와줘 승리할 수 있었던 사례는 흔치 않다. 그런데 노동부장관이 인사청문회부터 '법대로 시행하겠다'고 발언하니 한국노총 입장에서는 대통령이 약속을 깨는 것 아니냐고 섭섭해 하고 있는 것이다. 산하 조직에서는 한국노총 지도부에 정책연대를 파기하고 우리 갈 길 가자, 파업이라도 해서 우리 요구를 관철시키자고 요구한다. 노총 지도부가 상당히 어려운 처지다.”
(정책협약은 지난 2007년 대통령선거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였던 이명박 대통령과 선거 일주일 전인 12월10일 체결됐다. 대통령 후보와 한국노총 위원장이 서명한 정책협약에는 ‘현행 노동법상의 노조 전임자임금 지급금지와 처벌규정 폐지 혹은 근본적 개정을 적극 검토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 임태희 노동부장관이 한나라당 노동TF에 참석했다. 대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전임자임금 금지를 우선 시행하자고 발언했다.
“내 생각은 임 장관과 반대다. 임 장관의 제안은 미흡하고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 유예논란에는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13년 동안 유예했다면 폐기해야 할 법이다. 아직도 존재하는 것 자체가 노사관계의 구시대적 발상이다. 전임자임금 지급금지 조항인 24조 2항과 부당노동행위 조항인 81조 4호를 바꿔야 한다. 부당노동행위가 법으로 명시된 나라는 없다. 법을 개정해 완전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전임자임금에서 문제가 되는 곳은 대개가 민주노총 산하 큰 조직이다. 상시전임자가 200여명에 달하고, 임금교섭이나 단체교섭 할 때 전임자가 600여명 된다는 것은 국민 누가 봐도 잘못된 것이다. 그 비용은 하청업체로 전가된다. 정규직 노동자의 이익을 위해 비정규직 하청업체가 책임을 전담하는 것은 문제다. 사회양극화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인데 이를 해소하는 차원에서라도 시정해야 한다.”

- 부당노동행위 조항을 삭제하고 전임자 숫자를 제한하자는 것인가.
“1천명 미만은 노사자율에 맡기되 상한선을 정하는 것이다. 새로 법을 만든다면 규모 얼마 이상이면 몇 명으로 한다는 식으로 합리적인 기준을 정하면 산업평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 지난 2006년 협상 때도 그렇고 전임자 수 상한선은 첨예하게 부딪히는 논점이었다.
“논점은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다. 최근 평택노총의 40여개 대표자들이 참석한 워크숍에서 강의했다. 경기도 송탄의 주한미군노조 조합원이 1천500명~2천명가량 되는데 여기는 순전히 노조에서 전임자임금을 부담한다. 이곳을 예외로 하더라도 송탄지역에는 500명 미만 노조가 대다수인데 그 중 2개 노조의 전임자가 3명가량 되고 나머지는 1명이나 2명가량이다. 여직원이나 위원장이 전임자로 근무한다.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답이 나온다. 규모 1천명의 조직이라도 지역에 지부가 있는 곳이 있을 수 있다. 만약 세 개 지부가 있다면 각 지역에 2명씩 6명의 전임자를 둘 수 있다. 1만명 정도만 되도 조합비 가지고 임금 지불할 수 있는 능력은 된다. 다 아는 사실이다.”

-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한국노총에는 300명 미만 조직이 88%다. 1천명 미만에는 노사자율에 맡기면 90% 이상이 노사자율 혜택을 볼 수 있다. 1천명 미만은 전임자를 2~3명이라든지, 3명을 한도로 둔다든지 하는 조항을 넣고 천명 단위로 끊어가면 3천명은 5명, 5천명은 6명, 1만1천명은 9명 둘 수 있다. 1만3천명은 10명, 1만5천명은 11명이다. 이런 식으로 하면 상당한 규모의 조합원을 가진 조직은 전임자 수가 줄어들겠지만 어느 정도 합리적인 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 부당노동행위 조항을 빼자는 얘기는 논란이 일 것 같다.
“뺄 수밖에 없다. 사용자가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할 때는 부당노동행위로 해서 2년 이하 징역,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조항은 문제가 된다. 3년 전에 금융노조와 은행연합회가 전임자기금 마련을 위해 30억씩 출연하기로 했는데 그게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해서 전혀 할 수 없었다. 앞으로도 문제가 된다. 그래서 아예 삭제하는 것이 맞다.”

- 사업장단위 복수노조 허용과 관련한 해법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복수노조는 실제로 경영계 쪽에서 반대한다. 예외로 현대자동차는 복수노조를 시행해도 좋다고 얘기하는데 임태희 노동부장관이 임명된 뒤 입장을 바뀌었다. 임 장관이 복수노조 시행을 강하게 주장하니까 현대자동차도 시행해도 좋다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그런데 알아보니 실질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복수노조는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맞춰 시행해야 한다고 하고, 노동부는 시행하되 교섭창구를 단일화하겠다고 하는데 이건 안 맞다. 노동3권 제한했을 때는 위헌이다. ILO 기준에 맞춰 복수노조를 시행한다면 전면허용해야 한다. 엄밀히 봤을 때 시행하지 않았으면 한다.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면 어느 정도 보완해서 시행하는 것도 필요하다.”

- 보완은 어떤 방식으로 하자는 것인가.
“일정 조합원을 확보하지 못한 조직은 교섭권을 주지 않는다든지, 소수노조의 난립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 여전히 국제기준 문제가 걸린다.
“단결권 제한하는 것 자체가 문제되니 그동안 편법을 동원했다. 우리 현실을 감안해 불가피하다고 본다. 복수노조가 허용됐을 때 복잡한 문제가 산업현장에서 많이 발생할 것이다. 오랜 기간 시행착오를 겪고 나야 정리된다. 일단 노조위원장 선출과정에서 경선한 조직은 제2노조가 생길 것이고 헤게모니 쟁탈전이 불가피하다. 이것이 노노 갈등이다. 노사 갈등은 양보가 되지만 노노 갈등은 조정이 안 된다. 그래서 더 심각하다.”

- 국회에 의원입법안을 제출할 계획인가.
“그렇다. 몇몇 의원들이 서로 준비하고 있다. 나중에 취합해서 일정부분 조정할 필요가 있다.”

- 언제쯤 국회에 제출할 계획인가.
“같이 검토해서 낼 것이다.”

- 한나라당 내에서는 민본21안도 있고, 여러 의원들이 준비하고 있다. 한국노총에서는 노동계 출신 의원들이 내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도 하는 듯하다.
“노동계 출신 의원은 매사 한국노총 편만 든다고 생각할 수 있고 반대로 노동계에서 집중 성토를 받을 수 있다. 지도부에서 노총 출신 선배 의원들이 조합원들로부터 비판 받는 것은 피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 같다.”

- 그럼에도 내는가.
“해야 한다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마냥 기다릴 수 없다. 1월부터 시행이다. 법안을 발의해도 2주간의 시간이 필요하다.”

- 한나라당 지도부 입장은 어떤가. 타 상임위원회로 사보임 얘기도 나오고 해서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다.
“최근 원내대표와 한국노총 출신 의원들과 만나 정리했다. 사보임을 하게 되면 한나라당이 노동계를 완전히 배제하고 자기들만의 계획을 추진하는 것으로 비춰져 바람직하지 않다는데 공감했다. 사보임은 안 하기로 했다. 임태희 장관 인사청문회할 시점만 해도 법대로 시행하겠다, 원칙을 지키겠다고 했는데 그 기조가 정책연대를 파기하지 않는 것으로 바뀌었다. 한국노총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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