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19일 필자가 맡아 온 지엠대우오토앤테크놀로지(주) 사무직 근로자들의 임금청구사건 판결이 서울중앙지방법원(제41 민사부)에서 있었다. 이 사건은 근로자 1천100여명이 원고로 참여해 120여억원을 청구한 대규모 임금소송이었다. 재판부는 업적연봉을 제외한 조사연구수당·조직관리수당, 직책수당·가족수당·휴가비·귀향여비·개인연금보험료·직장단체보험료 등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면서 이를 포함해 시간외근로수당과 연차수당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판결 이후 여러 곳에서 문의가 왔다. ‘생산직인데 가능하냐’, ‘하기휴가비·귀향여비·개인연금보험료·직장단체보험료가 평균임금에는 포함된다는 것은 알겠는데 정말 통상임금에도 해당이 되느냐’ 등이었다. 통상임금 해당 여부에 관한 문의가 주를 이뤘는데, 결국 이것은 근로자들이 자신의 임금이 제대로 산정된 것인지 알고 싶다는 얘기다. 즉 근로자들은 필자에게 “나의 임금을 아십니까”라고 물었던 것이다.

2. 우리나라의 경우 임금지급체계가 복잡하고 기본급·상여금·성과급·각종 수당·복리후생비 등 다양한 임금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이같이 복잡하고 다양한 임금 항목과 체계를 갖고 있는 나라는 우리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왜 이렇게 됐을까. 과거 복잡하던 일본의 임금제도가 이식된 데다, 노조 조직률이 낮고 그마저도 기업별노조 차원에서 기업별교섭체계가 유지되면서 사업장 단위로 임금제도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사업장마다 각종 수당이 포함된 임금제도를 갖게 된 것이다.

또 사용자들은 임금인상을 하면서 평균임금·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있는 항목이 아닌 수당 내지 복리후생비 명목의 비용을 신설, 이를 통해 퇴직금·휴업수당, 시간외·야간·휴일근로 수당, 연월차수당 등의 지급액을 높이지 않으려고 했다. 이와 같이 복잡하고 다양하게 구성된 임금항목과 체계로 인해 근로자들은 자신의 임금조차 제대로 산정하기 어렵게 됐다. 어떤 것이 임금에 해당하고, 어떤 것이 통상임금 산정에 포함되는지 해당 근로자는 도무지 알 수 없다. 그래서 퇴직금 정산은 제대로 된 것인지, 시간외·야간·휴일근로 수당과 연월차수당은 올바로 산정된 것인지 파악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나의 임금을 아십니까”라고 문의했던 것이다.

3. 사용자들은 식비·교통비·피복비·사택수당·장기근속수당·체력단련비·각종 보험료·귀향여비·하기휴가비·명절 선물비·김장비 등 어떤 것은 실비변상의 명목으로, 어떤 것은 복리후생의 명목으로 지급한다. 실비변상 내지 은혜적인 복리후생으로 지급되는 것이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임금이 아니라면서 평균임금 산정에 포함시키지 않고, 휴업수당·퇴직금 산정에서 제외한다. 당연히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일정한 금품을 지급하는 것은 그 근로자가 사용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로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비록 실비변상 내지 복리후생의 명목으로 지급하는 금품이라도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임금과 봉급, 그 밖에 어떠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일체의 금품”을 임금이라고 보는 것이다(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5호).

따라서 사용자가 지급하고 있는 금품 중 실비변상 내지 복리후생의 명목을 내세워 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 있다면 근로자들은 그것이 과연 임금에 해당하지는 않는지 의심하고 확인해 봐야 한다. 그래야 근로자들은 자신의 잊혀진 임금을 찾아낼 수 있고, 필자에게 “나의 임금을 아십니까”라고 문의하지 않아도 된다.

4. 그런데 막상 임금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확인받아도 일정한 수당 등 임금항목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면서 사용자가 시간외·야간·휴일 근로의 수당, 연월차수당에서 이것을 제외하고 산정해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지엠대우 사무직 통상임금소송도 그러한 것이었다.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게 되면 법정수당액이 제대로 산정돼 지급되지 않고 이에 따라 퇴직금과 휴업수당의 산정을 위한 평균임금도 낮게 산정될 수밖에 없어 근로자들은 큰 손해를 입는다. 그래서 무엇이 통상임금 산정에 포함되는 임금이냐 하는 것이 근로자의 권리 보호에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특히 교대제 등으로 시간외·야간·휴일 근로가 많은 사업장이나 연월차가 많이 발생하는 사업장에서는 통상임금 산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지급받게 될 임금액에서 엄청난 차이가 발생한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임금인상 과정에서 사용자가 통상임금 산정에 포함시키지 않을 목적으로 각종 명목의 금품을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무엇이 통상임금 산정에 포함되는지는 사용자가 임의적으로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어떠한 금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느냐 하는 것은 법적으로 판단할 문제다. 그럼에도 통상임금에 관한 법적 논의는 기존의 판례를 소개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현행 기존 판례의 태도를 비판하면서 통상임금에 관한 법적 문제점과 개선방안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논문은 찾기 쉽지 않다. 실무상으로도 통상임금만 나오면 다들 어려워한다. 그러니 근로자가 자신이 제대로 산정된 통상임금에 따른 임금을 지급받고 있는가를 알기는 더욱 쉽지 않다. 그래서 근로자들은 “나의 임금을 아십니까”라고 문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5. 해마다 임금교섭을 한다. 이에 따라 임금인상률이 정해지고 여러 명목의 수당과 금품이 지급된다. 그런데 이렇게 확보된 임금 지급은 사용자에게 맡겨 놓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용자가 올바르게 산정해 지급하고 있는지에 관해서는 특별히 무슨 현안이 발생해 논란이 되기 전에는 근로자·노조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나 근로자의 권리로서 임금을 교섭과 투쟁으로 확보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렇게 확보된 권리를 지켜 내는 것 또한 중요한 것이고 관심을 둬야 한다. 사용자가 정해진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근로자는 당장 사용자에게 지급을 촉구하고 법적 다툼을 벌일 것이다. 그런데 무엇이 임금,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것이냐에 관해서는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근로자는 관심을 두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임금교섭과 별개로 사업장의 임금제도 전반에 관해 통상임금 등 임금에 관한 법률전문가에게 분석·검토를 받을 필요가 있고, 이것을 갖고 사용자와의 교섭을 해야 한다. 구조조정이 일반화되면서 희망퇴직·정리해고 등으로 퇴직하는 근로자가 많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 퇴직금과 위로금 지급이 빈번해지고 있다. 또한 임금의 동결·삭감과 반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각종 실비변상 내지 복리후생비의 명목의 임금을 폐지하고 있다. 임금피크제·연봉제 등 임금제도의 변경이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근로자와 노조는 임금에 관한 정확한 이해를 갖고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서 근로자의 권리로서 임금을 지켜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히려 필자는 근로자와 노조에 묻고 싶다. “당신의 임금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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