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윤(45) 통합공무원노조 위원장은 포수 겸 4번 타자다. 지난 90년 서울 양천구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그는 10년 전 직장야구단을 만들었다. ‘4번 타자’ 양성윤 위원장은 이제 통합공무원노조라는 ‘진짜 무대’에 섰다. 지난 18일 서울 영등포구 소재 현대프라자 노조 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그는 “노동자·민중의 희망이 되는 홈런을 날리겠다”고 말했다.

- 공무원노조에 대한 탄압이 심한 상황에서 출마했는데.
“탄압은 크건 작건 계속 반복돼 왔다. 탄압과 출마는 상관없다. 지난 9월 조합원들은 총투표를 통해 통합을 요구했다. 통합을 이룬 것도 획기적인 일이다. 이견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지도부를 단일후보로 세운 것도 큰 사건이다. 앞으로 목표는 노조를 내적으로 통합해 하나로 만드는 것이다. 탄압이 무서운 게 아니다. 간부들의 확신이 흐트러지는 것이 더 무서운 것이다. 조합원과 현장 간부들의 확신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것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하겠다. 어려울수록 교육의 기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노조를 이끌어 갈 핵심 간부를 많이 양성했으면 좋겠다.”

- 임기 시작과 함께 먼저 해결해야 하는 현안은 무엇인가.
“노조 설립신고다. 대의원대회가 이달 28일에 있다. 규약·규정을 통과시켜야 한다. 12월 초에 설립신고를 하고 힘차게 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부 갈등을 치유하는 것도 중요하다. 인위적으로 치유하는 것은 힘들겠지만 지속적으로 투쟁 사업을 하면서 공통 경험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하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현장 상황이 어떤지, 투쟁할 수 있는 동력이 어느 정도인지 점검할 때다.”

- 노조운영에 원칙이 있다면.
“공무원노조를 긴 호흡으로 봤으면 좋겠다. 공무원노조는 공무원이 있는 한 없어지지 않는 조직이다. 공무원노조 내부의 기풍이나 질서에 민주성이 담보됐으면 좋겠다. 자유로운 소통이 되는 공간을 만들었으면 한다. 지도부 한두 명이 이리로 가라고 해서 가는 분위기면 안 된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어렵게 노조활동을 선택한 동지들이 서로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 이명박 정부 탄압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부의 단결이다. 내가 바로 서면 두렵지 않다. 공무원뿐만 아니라 교사 등 공공부문까지 확대해 하나된 공무원노조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 고민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양 위원장의 말을 입증하듯 노조는 지난 16일 전교조가 있는 서울 영등포동 5가 현대프라자 건물로 이사왔다. 앞으로 두 노조의 연대가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교조는 이날 건물입구에 통합공무원노조 사무실 위치 안내전단까지 붙여 놨다.

- 최근 노조 간부들이 징계를 당하고 있다. 23일로 예정된 징계위원회에서 중징계가 확정되면 위원장직에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나.
“중앙노동위원회까지 조합원 신분이 유지된다. 일요일에 공무원 개인 신분으로 집회에 참여했다고 공무원노동자의 생존권을 빼앗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공무원들의 노사관계는 한국 사회 전체 노사관계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정부가 앞장서 모든 것을 강제하고 반노동자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암울한 현실이다. 모범이 돼야 할 정부가 이런데, 일반 노조의 상황은 어떤지 뻔하지 않나.”

- 지난 17일 국가인권위원회가 행정안전부의 복무규정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공무원들의 정치활동을 포괄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인권위가 분명히 밝혔다. 공직사회 개혁, 부정부패 척결, 정부의 잘못된 정책 비판은 공무원노조의 가장 큰 권한이다. 노조의 생명을 제약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친목단체나 하라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공무원노조와 정부 간의 문제가 아니다. 정책 비판 기능을 막는 것은 전 국민들의 알권리를 막는 것이다. 영혼 없는 공무원을 원하나. 공무원들의 정치적 비판 또는 정책비판에 대해 겸허하게 수렴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정부의 몫이다.”

- 다음달 설립신고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정부가 여러가지 꼬투리를 잡을 수 있다. 일단 안정적인 조직이 필요하다. 지도부가 스스로 법외노조를 선택하지 않겠다. 설립신고에 지장이 없도록 최대한 면밀하게 준비할 것이다.”

- 노조사수 특별대책팀을 꾸리겠다는 공약이 있다.
“공무원노조를 의도적으로 분열시키려는 사람들이 있다. (노조를) 왜곡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끝까지 대응할 것이다(여기서 양 위원장은 특정 국회의원을 지목했다). 행안부의 공무원노조 관련 담당자가 2명에서 20여명으로 확대됐다. 이 조직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런저런 얘기가 들린다. 노조사수 특별대책팀에서 세부적인 대응을 준비할 것이다. 공무원노조에 직접적으로 위해를 가하는 세력은 반드시 응징할 것이다. 언론보도와 관련해서도 사실 보도가 아닌 것에 대해 확실하게 짚고 넘어갈 것이다.”

- 민주노총과의 관계는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
“더욱 긴밀해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조합원들이 통합공무원노조 조합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랑스러운 민주노총 조합원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민주노총도 조직혁신을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 우리도 민주노총의 일원이기 때문에 함께 책임지고 혁신해야 한다.”

- 해직자 문제는 뜨거운 감자다.
“해직자들은 공무원노조 역사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조직 결정을 실천한 분들이다. 통합공무원노조가 동지들을 어떻게 보호하고, 모범으로 세우느냐가 중요하다. 정부가 요구하는 부분과 관련해 해직 동지들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현재 상황을 정리해 나갈 것이다. 해직 동지들도 중요하지만 16만 조합원들의 법적 지위도 굉장히 중요하다.”

선거 유세기간에 라일하 사무처장과 함께 전국을 순회한 양 위원장은 “정부 탄압에도 불구하고 단결된 조합원들의 살아있는 눈매를 봤다”고 말했다. 공무원노조를 대표하는 조직으로써 책임감도 크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우리의 요구도 중요하지만 99% 서민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간부들은 앞장서서 조직을 사수하고, 조합원들은 현장에서 국민의 봉사자로 민주행정을 펼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이것이 바로 “공무원노동자가 살 길이자 국민에게 사랑받는 노조로 거듭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조합원들은 그에게 어떤 주문을 하고 있을까. 양 위원장은 전국을 순회하다가 한 조합원에게 이런 얘기를 들었다.
“위원장은 조직의 몸입니다. 절대로 세 잔 이상 술을 먹지 마십시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는 “항상 지키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몸이 건강해야 비이성적인 정권 탄압에 맞서 제대로 싸울 수 있지 않겠어요?”

[약력]
1990년 양천구청 공무원 임용
2003년 양천구공무원직장협의회 회장
2004년 전국공무원노조 양천구지부 초대 지부장
2006년 전국공무원노조 서울본부 사무처장
2008년 민주공무원노조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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