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의 교섭요구에 대해 사용자는 성실하게 교섭에 응해야 할 의무가 있다(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30조). 이는 헌법상 근로자의 단체교섭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당연한 것으로 사용자가 이를 위반해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불성실한 교섭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된다. 이러한 사용자의 성실교섭의무는 산별노조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노동현실에서 사용자는 갖가지 이유를 근거로 산별노조와의 성실한 교섭은커녕 교섭자체를 거부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대상판결은 산별노조의 하부조직인 지회가 조직형태변경을 통해 기업별노조로 전환됐기에 산별노조와는 교섭할 의무가 없으며 또한 산별노조의 교섭요구는 인사권 내지 경영권을 침해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교섭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용자가 단체교섭을 거부한 사안에 대한 판결이다.

대상판결은 산별노조의 하부조직인 지회의 일부 조합원이 기업별노조로의 조직형태 변경을 위해 총회소집을 해도 총회소집은 해당 지회의 규칙에서 정한 총회소집절차를 거쳐야 하며, 이러한 절차에도 불구하고 총회소집권자가 총회소집을 거부한다면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제18조 제3항1)을 준용해 행정관청에 소집권자를 지명해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조직형태변경을 원하는 일부 조합원들이 스스로 소집권자를 지정해 총회를 소집해 산별노조 탈퇴 및 기업단위 노동조합으로의 조직형태 변경을 결의한 것은 해당 지회 규칙에 반해 그 총회소집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라고 판단했다.2) 산별노조의 자치법규인 규약의 범위 내에서 하부조직인 해당 지부․지회가 규정․규칙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는 경우라면, 이에 정하고 있는 절차를 위반해 결의한 사항은 무효라는 당연한 결과이다. 하지만 해당 지회는 독자적인 단체교섭권․단체협약권이 없어 독립된 노동조합이라 할 수 없고, 노동조합의 자치법규인 규약에 따라 하부조직의 총회소집절차를 따르면 될 것을 노조법 제18조 제3항이 준용된다는 판단에는 찬동하기 어렵다.

대상판결이 판단하지 않은 산별노조 하부조직의 조직형태변경에 대해 살펴보면, 노동조합의 조직형태 변경이란 노동조합이 그 실질적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그 조직형태를 변경하는 것을 말한다.3) 노조법은 조직형태 변경의 주체를 노조법상의 노동조합으로 한정하고 있다. 즉 조직형태 변경은 노동조합 총회(대의원회) 의결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재적조합원(대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조합원(대의원) 3분의 2 이상의의 찬성에 의해 의결하도록 하고 있다(제16조). 따라서 노동조합의 조직형태 변경은 어디까지나 노조법상 ‘노동조합’에 인정되는 것이다. 노동조합이 아닌 그 하부조직인 지부․지회 등이 조직형태 변경을 통해 단위노조로 변경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4)

조직형태에 대한 규정이 없었던 구 노동조합법에서는 기존의 노동조합의 해산과 설립이라는 절차를 따라 노동조합의 조직형태를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현행 노조법은 노동조합에 대해 조직형태 변경을 규정해 기업별노조가 산업별노조의 지부․지회 등 하부조직으로의 변경 등을 허용하고 있다. 이처럼 노조의 조직형태 변경은 노조에게만 허용되는 것일 뿐 그 하부조직인 지부․지회 등에게는 조직형태 변경에 관한 법률규정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아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위와 같이 산별노조의 하부조직인 지부․지회는 조직형태 변경의 주체가 될 수 없으며, 단지 조합원은 조합탈퇴의 자유가 있으므로 노동조합과의 조합원 관계에서 벗어나려고 한다면 탈퇴하면 될 것이다.5)

또한 대상판결은 임금․근로시간뿐만 아니라 적정인력 확보 및 정원유지, 기술도입, 파견․하청노동자 등에 관한 사항도 근로조건에 포함되며 구조조정, 분할․합병․양도․이전, 임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에 관한 사항은 고용에 대한 것으로, 상벌․고용․해고제한 및 노동조합의 활동에 관한 내용 등과 함께 일반적으로 구성원인 근로자의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 또는 당해 단체 노사관계의 운영에 관한 사항이라 할 것이므로 단체교섭사항에 포함된다고 했다.

단체교섭은 근로자가 그들의 결합체인 근로자단체를 통해 사용자(단체)와 사이에 근로조건 등 근로관계에 관한 사항과 조합활동 보장 등에 관해 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교섭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그렇다면 노동조합 등 근로자단체는 어떠한 사항에 대해 사용자(단체)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가. 헌법 제33조 제1항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단체교섭권 등 근로3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노조법 제29조 제1항은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해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체교섭의 대상에 ‘근로조건 향상’과 관련한 것으로서 ‘조합원을 위한 사항’과 ‘노동조합을 위한 사항’이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6)

사용자가 교섭사항과 관련해 일반적으로 교섭을 거부하는 것은 사용자의 고유한 경영권 내지 인사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경영이나 인사에 관한 사항은 사용자의 전속적 권리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섭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하면서 교섭을 거부하게 된다. 하지만 조합원의 근로조건은 임금․근로시간․복리후생 등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해고부터 어떻게 고용을 보장받을 것인가에 이르기까지를 의미한다. 설사 그 내용이 한편으로는 사용자의 경영권에 속하는 사항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근로자들의 근로조건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분으로 사용자의 경영권을 근본적으로 제약하는 것이 아니면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있고 그 내용 역시 헌법이나 노동조합법 기타 노동관계법규에 어긋나지 않아 정당하다.7)

원칙적으로 단체교섭은 사용자의 일방적인 경영권 내지 인사권 행사를 제한하는 것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현재 가장 전형적인 교섭사항에 속하는 해고나 임금 등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도 처음에는 이른바 경영사항에 속했던 사항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영권을 이유로 경영․인사에 관한 사항을 교섭사항에서 배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8) 전환배치․징계․해고 등 인사명령, 휴직, 휴업, 비정규직 근로자 사용제한, 정리해고․분할․영업양도로 인한 구조조정 등은 사용자의 인사권 내지 경영권을 제한하는 내용임에도 이것이 조합원의 근로조건, 고용과 밀접하게 관계돼 단체교섭의 대상이 된다. 사용자는 이에 성실하게 응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인사․경영에 관한 사항이 일부 있다고 해도 이를 이유로 사용자는 교섭을 거부할 수 없다.
설사 흔히 이야기하는 의무교섭대상이 아니라고 해도 노사자치의 원칙에 입각해 노동조합과 사용자는 교섭의 대상으로 삼아 교섭을 할 수 있는 것이고 단체협약으로 체결할 수도 있다. 교섭을 통해 반드시 사용자가 이를 수용해 단체협약으로 체결해야 하는 의무까지 부여하는 것이 아니므로, 사용자는 교섭을 통해 자신이 수용할 수 없는 내용이면 거부하고 단체협약에 포함시키지 않으면 될 것이다. 따라서 사용자는 단지 인사권 내지 경영권이 일부 포함됐다는 이유로 단체교섭 자체를 거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상과 같이 대상판결은 산별노조의 하부조직이 규약의 범위 내에서 해당 지회의 규칙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면, 이에 정하고 있는 절차를 위반해 결의한 사항은 무효라고 판단하고 있다. 또 적정인력 확보 및 정원유지, 기술도입, 파견․하청노동자 등에 관한 사항도 근로조건에 포함되며, 구조조정, 분할․합병․양도․이전, 임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에 관한 사항은 고용에 대한 것으로 일반적으로 구성원인 근로자의 노동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사항으로 판단해 단체교섭사항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사용자의 경영권 내지 인사권을 빌미로 단체교섭을 거부하는 것에 제동을 걸었다고 볼 수 있다.

각주
1) 행정관청은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제2항의 규정에 의한 회의의 소집을 고의로 기피하거나 이를 해태해 조합원 또는 대의원 3분의 1 이상이 소집권자의 지명을 요구한 때에는 15일 이내에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요청하고 노동위원회의 의결이 있는 대에는 지체없이 회의의 소집권자를 지명해야 한다.
2) 대상판결은 해당 지회의 조직형태변경은 그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 무효라 판단해 더 이상 일반적인 산별노조 하부조직의 조직형태변경에 대한 유효성․요건 등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았다.
3) 사법연수원,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2006, 145쪽.
4) 김기덕, ‘노동조합의 조직형태 법리에 관한 재검토’, 노동법연구, 제19호, 서울대노동법연구회, 2005, 443쪽.
5) 대상판결의 원고 전국금속노동조합은 노조 자치법규인 규약․규정을 통해 집단탈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조합원 가입절차 전결규정 제4조 제1항).
6) 위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제180~181쪽
7) 대법원 1994.8.26 선고 93누8993 판결
8) 김유성, 노동법Ⅱ, 법문사, 1998, 144~1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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