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카기 쓰요시(66) 일본국제노동재단(JILAF) 이사장은 지난달까지 일본노조총연합회(렌고) 회장을 맡았다. 지난 2005년부터 4년 임기 동안 그는 일본 민주당의 정권교체에 일익을 담당했다. 2007년 참의원 선거, 그리고 올해 8월 중의원 선거에서 연이어 압승했다. 렌고는 일본 민주당·사회민주당·국민신당과 정책협정을 맺고 적극 지원했다. 타카기 이사장은 지난 16일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렌고의 20년 숙원인 정권교체가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올해는 렌고가 결성된 지 20년 되는 해다.
 

정치인들이 앞장섰다면 그는 배후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조합원들이 나서 캠페인을 벌였고, 투표하기 운동 등 선거운동에도 열심히 참여했다. 현재 중의원에는 렌고 출신 의원 41명이 포진해 있고, 17개 부처 가운데 7개 부처의 수장이 렌고 출신이다.

타카기 이사장은 한국 사정에도 밝았다. 그는 이날 국제노동협력원 창립 12주년 기념식에서 ‘신글로벌경제협력체제와 일본의 변화’를 주제로 강연하면서도 현안을 꼭 짚어 얘기했다. 한국의 주요 노동현안인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임금 지급금지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힌 것이다.

타카기 이사장은 “노사가 결정할 일을 정부가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권리침해”라며 “여러 의견이 있을 텐데 복수노조 교섭창구를 하나로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입장을 보더라도 한국 정부의 주장은 성립되지 않는다”며 “일본 노동계도 한국 노동계의 고군분투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 한국에서는 복수노조와 노조 전임자임금 문제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전임자가 임금을 받는다. 형태는 여럿이다. 노사가 합의해 결정하는 게 기본이다. 조합의 임원이 노사관계 안정을 위해 할 일은 많다. 일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 돈을 대주는 게 뭐가 나쁜가. 노조가 그만큼 여러 일을 해 주고 조합원을 챙겨 주기 때문에 회사가 돌아가는 측면이 있다.”

- 일본 노동법에는 전임자임금 지급이 부당노동행위로 돼 있지 않나.
“법에 부당노동행위로 정해져 있지만 처벌받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혹시 회사가 시키는 대로 하는 극단적인 노조의 경우에는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가끔 공무원쪽에서 조합 임원이 아니면서 근무시간에 조합활동을 했다가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는 경우는 봤다. 이들을 비공식 전임이라고 하는데 문제가 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노사의 양식에 맡기는 게 가장 좋다.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는 문제가 많다. 협상하기 위해 노조를 만드는 것인데, 이를 단일화하면 협상을 막는 것이다. 인식을 바꿔야 한다. 한국 사회를 안정시키는 데에는 정부와 노조동합, 회사 모두 제각각의 역할이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노사안정이 중요하다. 노사안정은 사회안정의 인프라다. 노사관계를 안정적으로 시스템화하는 것이 노조의 역할이다. 사실 노조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생산성이 달라지지 않는가.”

- 일본 민주당이 정권을 잡은 뒤 파견법 개정안을 어떻게 추진하고 있나.
“노동정책심의회에서 논의하고 있다. 올해 안에 방향을 잡고 내년 정기국회에 법안을 낼 것이다. 민주당과 사회민주당·국민신당은 일반업무에서 제조업 파견을 금지하기로 한 바 있다. 경영자들이 반발하고 있지만 그런 식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 렌고가 민주당과 맺은 정책협정을 소개한다면.
“민주당과 렌고는 고용안정 협정을 체결했다. 일본의 실업률이 높아져서 한꺼번에 모두 해결할 '체력'은 안 되는 듯하다. 정책협정 중에는 고소득층 세율을 높이고 저소득층 낮추는 내용이 있다. 이에 대해 고소득층이 엄청나게 반발하고 있다. 저출산 극복과 자녀 양육에 관한 내용도 있다. 18세 미만 자녀가 있는 가정에 자녀수당을 주기로 약속했다. 재원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2년에 걸쳐 나눠 실시하기로 했다. 고등학교 학비를 전액 무료화하는 것도 한번에 해결하기는 힘들다. 조합원들에게 참아 달라고 얘기하고 있다."

- 하토야마 정권에서 내세우는 핵심사항 중에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이 들어 있다. 동아시아 공동체를 어떻게 생각하나.
"하토야마 총리는 아시아 중심, 미일 대등관계 같은 내용을 주장하고 있다. 렌고도 동아시아와 좋은 관계를 맺는 것에 찬성한다. 하토야마 총리의 생각을 지지한다. 한·중·일 노조가 여러 관계를 맺고 있는데 3개국이 공통점을 찾기 위해 얘기를 나눠 보면 어떨지 생각하고 있다. 과거 불행했던 역사가 있다. 위안부 문제와 독도라는 영토 문제도 존재한다. 그래도 다양한 과제에 대해 인식을 같이하면서 교류를 어떻게 할지, 터놓고 상의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렌고 회장을 맡고 있을 때도 같은 얘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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