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한국도로공사는 비정규 노동자(기간제) 114명을 정규직(무기계약)으로 전환했다. 여기에는 지난 6월까지 해고된 30명의 복직도 포함된다. 내년까지 나머지 31명의 2차 전환을 포함하면 모두 145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도로공사의 사례는 지난 7월 비정규직법상 기간제한(2년) 조항이 적용된 뒤 계약해지를 주도해 오던 공공기관 중에서 처음으로 이뤄진 정규직 전환인 만큼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도로공사 무기계약자(현장직)로 구성된 고속도로관리원노조 정회권(36) 위원장을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만났다.

'사유제한' 포함된 정규직 전환

“이번 조치의 가장 큰 의미는 사유제한이 포함됐다는 겁니다.” 정 위원장에 따르면 도로공사는 상시·반복업무 종사자 145명 전원을 무기계약으로 전환하면서 앞으로 상시·반복업무에는 기간제 신규채용을 금지했다. 또 도로공사는 임시·일시 기간제와 관련해서는 “연속적 근로계약관계 금지”라는 원칙도 세웠다. 상시·반복 업무에는 기간제를 쓰지 않겠다는 '비정규직 남용억제'라는 의미가 깔려 있다.

공사가 이러한 조치를 취하기까지 비정규 노동자들의 쉽지 않은 투쟁이 있었다.
“올해 6월30일부로 해고되기 시작됐죠. 그때부터 지금까지 모두 30명이 해고됐어요.”
도로공사는 2007년 7월 비정규직법이 시행되자마자 기간제 485명을 무기계약으로 전환한 모범사업장이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사의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올해 초에는 정규직 전환자가 3명에 그쳤다. 이어 다른 공공기관처럼 6월 말 이후 기간만료(2년)가 도래한 기간제를 차례로 해고했다.

“해고자들은 지난 9월 한국노총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와 중앙법률원의 도움을 받아 해고무효소송에 나섰습니다.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적극적인 투쟁을 펼쳤어요.”

정 위원장은 그러나 "무엇보다 직원과 경영진 사이에 '상시·반복업무 근무자는 계속 고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기간제 해고자를 보면 최하 2년부터 최장 9년까지 있습니다. 그동안 같이 일하고 식사하면서 얼마나 정이 들었겠어요. 애사심도 큽니다. 그러니 2년마다 숙련자를 내보내고 또 다른 기간제를 사용하기보다 계속 고용하는 것이 낫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같아요.”

"무기계약자 조직화에 나서야"

그러나 이번 조치가 나오기까지 노사 모두 조심스러웠다고 한다.
“정부는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에 따라 2년 기간만료자에게 정규직 전환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면죄부를 줬습니다. 당시 회사도 법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해고했어요.”

이런 분위기 때문에 해고자들이 지난달 9일 해고무효소송을 취하하고 지난 2일 도로공사의 무기계약 전환조치가 나오기까지 대략 한 달의 시간이 걸렸다. 후폭풍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간제 계속고용을 해야 한다는 직원들의 정서가 경영진에 전달됐습니다. 도로공사노조(정규직) 역시 계속고용을 위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줬어요.”

정 위원장은 이들을 "숨은 공로자들"이라고 표현했다. 정규직과 현장직노조가 함께 회사를 설득했고, 경영진에 이 같은 정서가 전달되면서 적극적인 조치가 나왔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기획재정부가 어찌할지 걱정은 됩니다. 다행히 여야 정치권의 반응은 좋습니다. 이제 정규직의 범주로 들어왔으니 단계적으로 처우개선을 하는 일이 남았지요.”
2007년 7월 1차 무기계약 전환자가 주축인 고속도로관리원노조는 최근까지 2차례에 걸쳐 임금·처우 개선을 이뤄 왔다.

"임금과 처우가 개선되자 조합원들도 남들처럼 기본급·상여금·수당도 받고 생활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장가를 가는 조합원들도 있구요. 자부심이 생긴 겁니다.”
정 위원장은 무기계약자 조직화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에 무기계약 전환자가 10만명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저희처럼 조직화된 사례가 거의 없습니다. 전체 노동계가 관심을 갖고 적극 조직화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어요.”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