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52) 한나라당 의원이 일정 규모 이하의 사업장에 대해 전임자임금 지급금지 조항을 적용하지 않고 일정규모 이상의 기업은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의 경우 유령노조나 휴면노조·대항노조 때문에 노조설립을 하지 못하는 사업장만 허용하는 안을 고려하고 있다.

김 의원이 속한 한나라당 개혁모임인 ‘민본21’은 이 안을 토대로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성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법 개정과 관련해 노사정 대표자 6인이 모인 6자 대표자회의 결과를 지켜본 뒤 법안을 내겠다는 계획이다. 노조의 재정자립을 위해 노조 조합비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들어가 있다.
4일 <매일노동뉴스>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 의원을 만났다.


- 노조법 개정국면과 관련해 한국노총은 간부들의 삭발에 이어 대규모 노동자대회를 예고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노동계의 이런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나.
“지난번 청와대를 비롯한 경제라인쪽 압박이 워낙 심해서 법 개정을 고민할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의원들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한국노총 지도부의 결의에 생각이 달라진 것이다. 지난번 비정규직법 처리과정에서의 학습효과도 변화에 도움을 줬다. 비정규직법 사태를 돌이켜보면 노동부는 ‘양치기 소년’ 같지 않았나. 정부 얘기를 일방적으로 들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은 셈이다. 13년 동안 시행이 유예된 것은 그만큼 산업현장에 적용하기 어려웠던 난제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꾸준하게 얘기했다. 대체로 많은 의원들이 공감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지도부의 생각이 분명하게 바뀌었다.”

- 한국노총에서 요구하는 것과 당 지도부의 입장을 조율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솔직하게 말하면 조율이 어려운 부분도 있다. 이제는 노동계도, 정부도 그렇고 정치권에서도 진솔하게 얘기해야 한다. 한국노총이 제안한 6자 대표자회의를 통해 노사민정이 솔직한 자기 입장을 얘기하고 접근한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본심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문제다. 그렇게 되면 협상이 안 된다. 솔직해지자. 기업 단위에 복수노조를 허용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사업장 단위에서 복수노조를 시행해야 한다는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을 얘기한다. 사실 각국 사정에 따라 노사관계 룰이 정해지고 관행이 정착됐으면 그게 '기준'이다. 지금 시행하면 어렵게 마련된 노사관계 평화와 기준, 틀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그간의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와 관련한 판례가 있다. 거기에 유령노조라든지 휴면노조·대항노조 이런 것 때문에 노동자들의 자주성을 훼손하는 사업장의 경우 복수노조를 허용할 수 있다.”

- 전임자임금과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허용을 분리해서 처리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두 가지 문제는 태생적으로 패키지로 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외국의 사례를 인용하지만 가장 좋은 해법은 노사 간 자율적 교섭에 통해 전임자 임금을 확보하는 게 좋다. 노조 재정자립도가 부족하고 조합원 수가 적은 노조, 업종의 특성상 노조활동이 절실하게 필요한 노조의 경우 보호를 해야 한다. 노동자들의 권리 보호와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활동하는 것이 노조 전임자들이다. 정부가 이름을 바꿔서라도 보호해 줘야 한다. 다만 재정자립이 가능한 대기업 노조의 경우 많은 전임자가 있으니 일정 기준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사업장 규모와 시행 시기에 대한 문제다. 일정 규모 이하의 노조는 지금처럼 전임자를 인정해야 한다. 조합원수에 따라 상한을 정하면 된다. 개인적으로 300인 미만은 완전전임자 1명, 1천인 미만은 3명, 1천인 이상은 조합원수 1천명당 1명을 추가하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기준을 만들어 적용하되 전임자 수 제한을 받는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은 재정자립 방안을 확보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

- 일정 규모 이하의 사업장 노조는 전임자임금 금지조항을 배제하고 그 규모를 넘는 기업도 단계적으로 시행하자는 얘기인가.
“전임자 상한선의 제한이 가해지더라도 대기업 노조의 경우 재정자립할 때까지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노사관계선진화든지 노동시장 유연화, 사회안정망 확보 방안을 묶어 노동계에서 사회적 대타협에 협조한다는 전제 아래 다른 방법도 고민할 수 있다. 조합비에 대해 세액공제를 하는 방법이다. 정치인에게 1인당 10만원 이상 기부하면 세액공제를 받는 것처럼 조합비도 세액공제 대상으로 혜택을 주는 것이다. 대기업은 상당부분 재정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는.
“복수노조는 산업현장에 도움이 안 된다. 노동계가 비판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 유령노조와 휴면노조·대항노조의 경우에는 기업 단위 복수노조를 설립할 수 있고 나머지는 금지한다고 정하면 된다.”

- 세종시 문제를 놓고 한나라당 안에서 논란이 한창이다. 당론을 정해야 하는 시점인데 이 논란이 노조법 개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아닌가.
“세종시와 4대강 문제 때문에 정작 중요한 노조법 개정 문제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심각한 위기이고 문제다. 복수노조·전임자 문제는 법을 개정해야 한다. 많은 동료 의원들이 공감하고 인정해 줘야 한다. 앞으로 상임위원회와 예결위원회가 열리면 여야 간 격돌이 불가피하다. 미디어법 문제도 있다. 노동운동은 사활이 걸려 있는데 정치인은 급하지 않다. 이게 더 큰 문제다. 그래서 한나라당 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길 바란다. 설령 노동계 요구와 차이가 있더라도 문제를 공론화시키고 관심을 가지는 것이 절실하다. 그런 측면에서 한나라당 소장 개혁파 의원들의 모임인 민본21이 보궐선거 기간 중에도 정부에 6인 대표자회의 참석을 요구하는 성명을 낸 것도 그런 차원이다. 늦어도 11월 중순에는 개정 법안이 의원들의 공감대 속에 제출되고, 12월에는 다뤄지길 희망한다.”

- 노사정 대표자들이 11월25일까지 협의를 계속하겠다고 했는데, 국회에서 논의를 12월에 끝낼 수 있나.
“많은 노사관계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국회 법안처리 절차를 보면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양대노총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노동계 현실을 올바르게 이해시키는 다양한 활동과 노력이 집중돼야 하다. 노동계 입장에서는 유예시키는 것이 완전할 텐데, 완벽할 수는 없다. 전임자 임금이 법 유예에 의해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불명예다. 언젠가는 법이 개정돼야 한다.”

- 민본 21에서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정부 입장에서는 (법안을 제출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때문에 의원입법을 발의해야 한다. 노사정 당사자 간에 6자 노사정대표자회의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당정이 수용할 수 있는 합의문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합의에 실패한다면 민본 21에서 개정 법률안을 낼 것이다. 사실 현재 민본21은 법안심사까지 마친 안을 가지고 있다. 6자 회의를 존중한다는 측면에서 미뤘을 뿐이다.”
(국회가 11월16일까지 발의를 마쳐야 정기국회에서 심사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 한국노총에서는 노동계 출신 의원들이 법안을 내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워하는 듯하다.
“맞다. 노동계 의원이 발의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노동계 출신이기 때문에 노동계에 도움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당내에서 중도적이면서 의원들의 공감대를 이끌 수 있어야 한다. 동료의원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노동계 입맛에 맞으면 그만큼 의원들하고는 멀어진다. 노동계 출신 의원들도 대다수 의원이 공감할 수 있는 안을 가지고 설득하는 게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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