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6일 철도·발전·가스 등 9개 공공기관노조로 구성된 공동투쟁본부가 공동파업에 돌입한다. 공공노조 한국가스기술공사지부도 이날 파업에 들어간다. 한국가스기술공사에서는 지난 93년 한국가스공사로부터 분리돼 설립한 이후 한 번도 파업이 일어난 적이 없다. 이번이 사상 첫 파업인 셈이다. 천연가스 저장탱크와 배관망 등 설비를 유지·보수하는 가스기술 노동자들이 파업을 선택한 배경은 무엇일까. <매일노동뉴스>가 29일 김태복(42·사진) 지부장을 만나 그 이유를 들어봤다.

“연초에는 50명 증원, 연말에는 107명 감축”

가스기술공사는 올해 초 이사회를 열어 정원의 10%가량인 107명의 인력감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선진화방안 탓이다. 김 지부장은 “정원의 10%가 줄었는데 왜 줄어야 하는지 아무도 설명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원래 공사는 올 초 56명을 신규로 채용할 예정이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기획재정부가 2007년 12월26일 증원을 허용해 놓고도,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감축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기관별로 신규사업이나 적정인력 수준은 전혀 감안하지 않은 채 획일적으로 모든 공기업에 정원 10% 감축 지침을 내린 결과입니다. 공사에서는 최근 해외진출 사업이 활발합니다. 그런데 정원감축으로 된서리를 맞고 있어요. 나이지리아 가스생산기지를 건설하고 있는데, 현재 우리 공사에서 32명을 파견했습니다. 나이지리아측은 공사기간 문제로 3명을 추가로 요구했지만, 국내에도 인력이 없어 쩔쩔 매고 있는 상황이라 불가능합니다. 고작 3명인데도 말이죠.”

공사의 인력부족 사태는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 공사는 외환위기 직격탄을 맞은 97년 173명의 인력을 감축한 바 있다. 가스설비는 10여년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었난 반면 인력은 되레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그렇다 보니 하도급계약을 통해 비정규직을 사용하고 있다. 정규직(930여명)의 3분의 1이 비정규직(350여명)으로 채워졌다.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절반수준인 약 55%다. 이직률이 높아 전문적인 기술을 배우고도 떠난다.

김 지부장은 “정부의 청년실업 해결방안인 인턴제도도 마찬가지”라며 “올 초 42명을 인턴으로 채용했지만 50%가 한 달 만에 그만뒀고 끝까지 남아 기간을 채운 인턴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가스 선진화정책, 도매시장마저 에너지재벌기업 품으로”

뿐만 아니다. 공공기관 선진화방안과 함께 발표한 가스산업 선진화정책도 문제다. 지식경제부는 올해 5월 관련내용을 담은 도시가스사업법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주요 골자는 도시가스사업의 범위에 현행 가스도매사업·일반도시가스사업 외에 발전용 가스사업을 추가로 포함시키는 것이다. 그동안 가스공사가 독점했던 가스 수입·도매부문을 민간기업에게도 허용하겠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경쟁체제 도입으로 가스요금이 내릴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가스노동자 입장에서는 속이 터질 노릇이다. 천연가스 시장은 판매자가 주도하는 ‘세일러마켓’이기 때문이다. 구매자가 많아지면 그만큼 가격이 뛴다. 가스 수입단가 상승은 곧 가스요금 인상을 의미한다.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3~5%가량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그럼 뭐합니까. 가스요금을 비롯한 공공요금이 수직상승하고 물가도 그만큼 뛸 텐데요. 공공기관 선진화정책은 국민들에게 해악일 따름입니다. 공공노동자들의 공동파업으로 선진화정책이 폐기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습니다. 선진화의 문제점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성공한 파업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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