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한번 타 보세요. 그 맛에 쏙 빠져 든다니까요.”
정호희(45·사진) 운수노조 정책실장은 ‘자전거 예찬론자’다. 경기도 하남시에서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사무실까지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왕복 70킬로미터. 웬만한 체력의 소유자라면 엄두도 못 낼 거리다. 그런데도 정 실장은 "집에서 사무실까지 한 시간 10분 정도면 도착한다"고 말했다.

술을 먹었거나 악천후가 아니라면 자전거가 그의 발이 된다. 정 실장이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4년 가을부터다. 당시 2003년 8월 화물연대 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장기간 수배생활을 했다. 6개월간 옥살이를 한 뒤 건강이 악화됐다. 고도비만 진단에다 고지혈증·고혈압 등으로 그의 몸은 종합병원이 됐다.

달리기를 시작했지만 성미에 맞지 않아 얼마 안 가 그만뒀다. 정 실장은 "우연히 자전거를 탔는데 몸에 딱 맞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3개월 만에 10킬로그램을 빼는 등 자전거 타기로 무려 15킬로그램을 감량했다. 몸도 언제 아팠냐는 듯 씻은 듯이 나았다.

자전거의 매력을 맛본 정 실장은 중독되다시피 했다. 노조에서 지방에 수련회를 가면 전세버스에 자전거를 싣고 가서 돌아올 때는 자전거를 타고 올 정도였다. 1년에 평균 1만5천킬로미터를 탔다. 웬만한 자동차 주행거리와 맞먹는다.

그런데 술자리나 지방회의·출장 등이 잦은 노조 활동가로서 마냥 자전거에 매달릴 수는 없었다.
“자전거에 빠져 있을 때는 일부러 술자리를 피했어요. 지금은 필요한 술자리에는 참가합니다. 평일에 힘들면 주말에 교외로 나가서 자전거를 타죠.”

‘자전거 타는’ 정 실장에게 이명박 정부의 자전거도로 정책은 '황당' 그 자체다. 자전거를 타고 도로로 나갈 수도 없고, 인도로 올라가면 행인이 위험하다. 그나마 자전거도로라고 선을 그어 놓은 곳에는 불법주차한 차량이 즐비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4대강을 따라 종단·횡단 자전거도로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수천킬로미터나 되는 거리를 자전거로 횡단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어요. 자전거 정책에 4대강까지 끌어들이다니요. 자전거를 팔아 엉뚱한 짓을 하는 겁니다.”

정 실장은 “유럽처럼 도심의 차도 일부를 자전거도로로 만드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고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자전거를 타겠다”는 그는 건강과 운동 때문에 고민하는 노동운동 활동가들에게 자전거 타기를 적극 권장한다. 덕분에 그의 주변에는 ‘자출족’(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서울에서는 자전거가 오히려 전철이나 버스보다 빠를 수 있어요. 환경에도 좋지요. 한번 타면 줄기차게 타게 돼요. 물론 노조 업무에 지장을 줘서는 안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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