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이 영양제를 맞으면 정말 좋아하세요. 몸에도 좋지만 지친 마음에 활력소가 되는 것 같아요.”

이수진(40·사진) 연세의료원노조 수석부위원장은 한 달에 한두 번, 노조 간부·간호사 조합원들과 함께 서울 서대문구 경기대 근처에 있는 일본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의 쉼터 ‘우리집’을 찾는다. 할머니들에게 영양제를 놓아 드리기 위해서다. 혈압이나 혈당 등 기본적인 건강체크도 한다.

이 수석부위원장은 일본 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많다. 그가 정신대 문제를 본격적으로 접한 것은 지난 2005년이다. 당시 노조 부위원장으로 의료산업노련 여성국장이었던 이 수석부위원장은 한국노총의 제안에 따라 일본대사관 앞 수요집회에 참가했다.

집회에서 그는 할머니들의 생생한 증언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일본 정부는 물론이고 한국 정부로부터도 버림받았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마음 한구석이 저렸다. 수요집회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한 달에 한 번은 참가했다. 2007년 노조의 장기파업에 심신이 지쳤을 때도 발길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던 중 근처에 할머니들의 쉼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올해 3월 노조간부, 비번인 간호사들과 함께 찾아갔다. 말벗이라도 돼 드리기 위해서였다. 막상 가 보니, 할머니들의 활동량이 적지 않았다. 일본 군국주의의 만행을 알리려고 매주 수요집회를 여는 것은 물론이고 유럽 원정도 마다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할머니들의 건강이 걱정됐다. 마침 할머니들도 몸을 추스르기 위해 영양제를 맞고 있었다.

“이거다” 싶어 시작한 ‘영양제 놓아 드리기’는 이제 노조 여성국의 중심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그동안 비정기적으로 진행했던 쉼터 방문사업도 정례화됐다. 매달 마지막주 수요일에는 무조건 쉼터를 찾는다.

“할머니들께서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몰라요. 영양제 한 방이면 기운이 나신다고 그러세요. 영양제 하나가 얼마나 큰 힘이 되겠어요. 그것보다 나이 어린 후배들이 자신들을 지지하고 이해한다는 것 때문에 더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이 수석부위원장은 "앞으로는 다른 지역에 있는 할머니들에게도 ‘우리집’을 방문하면 언제든지 영양제를 놓아 드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더 큰 계획도 있다. 지금은 다른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고 있는 쉼터의 할머니들을 자신이 근무하는 연세의료원에 모시는 것이다. 병원측이 동의해야 가능한 일이겠지만, 여하튼 "논의는 해 볼 생각"이라고 했다.

“일본 정부는 할머니들이 돌아가실 날만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들의 만행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라도 할머니들이 오래 사셔야 합니다. 건강이 최고예요.”
이 수석부위원장이 '가장 비싼' 영양제를 맞히면서 할머니들에게 매번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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