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또 나섰다. 이번엔 연간 8천만원 이상의 보조금을 받는 543개 시민단체들이 타깃이다. 결과는 다음주께 발표된다고 한다. 벌써부터 일부 단체의 재정비리 문제가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그런데 일련의 과정이 공기업노조 감사 당시와 너무 유사하다. 무지막지한 자료를 받아 임금과 노동조건 정보를 틀어쥐고 노조를 꼼짝 못하게 한 사건 말이다. 이번 감사가 국회의 요청으로 진행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의혹의 시선을 거둘 수 없는 이유다.
시민·사회단체라고 해서 모든 것이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 촛불정국 이후 시민·사회단체 지원금을 대폭 삭감하거나 중단한 상태다. 그럼에도 또다시 칼을 드는 이유가 무엇일까. 일부에서는 보궐선거와 지방자치선거를 앞두고 모종의 계획이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흠집내기식 감사에 동의하기 어려워”
박원순 희망과 대안 공동위원장(변호사)




글쎄다. 지금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생각해 봐야겠다. 아마도 (정부는) 시민·사회단체가 엄청나게 미울 것이다. 기본적으로 시민·사회단체라고 해도 잘못이 있으면 지적받고 시정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감사도 받아야 한다.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표적수사나 표적감사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시민·사회단체는 지금 열악하다. 아마도 고의적으로 횡령을 했다거나 잘못을 저질렀다기보다는 회계처리 과정에서 전문성이 부족해 문제가 생긴 경우가 많을 것이다. 특히 회계 관련 전문인력이 없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시민·사회단체의 감사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진짜 감사할 곳이 얼마나 많은데 감사원까지 대대적인 감사에 나서는지 의아스럽다. 공권력이라는 것은 합리적으로, 공정하게 사용돼야 한다. 흠집내기식 수사나 감사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가난한 시민·사회단체를 이렇게 유례없이 대대적으로 감사하는 게 균형 잡힌 것인가는 따져 봐야 한다. 아무튼 국민들이 다 보고 있다. 국민들은 분명히 현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판단할 것이다.


“보수단체까지도 형평성 있게 감사해야”
박창재 환경운동연합 전략운영국장




형평성에 어긋난다. 시민·사회단체 못지않게 보수적인 단체나 관변단체들까지 감사를 진행한다면 인정할 수 있다. 이번 감사의 의도는 상당히 정치적이다. 보수단체들까지 감사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투명하게 재정을 운영했는지, 시민·사회단체들의 옥석이 가려질 수도 있다. 환경운동연합도 중앙을 비롯해 지방에서도 적극 협조하면서 당당하게 감사를 받았다. 하지만 촛불정국 이후 지원금을 끊은 데 이어 감사까지 청구한 의도는 정부의 정책사업에 대해 비판과 견제를 가장 잘해 온 단체들에게 재갈을 물리려는 것이다. 비판적인 대응을 저지하거나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다. 국민들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고 본다. 우리는 검찰수사 등 시민·사회단체들에 대한 탄압을 중단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시민·사회단체 지원과 관련해서는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일관되지 않게 진행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 NGO들은 정부가 하지 못하는 공익적인 활동을 협력사업 또는 위탁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런 사업을 지원하는 게 정부의 역할인데,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NGO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일련의 사태에서 드러나는 것들을 보면 결국 정부의 말을 잘 듣는 단체와 정부정책에 문제제기를 하는 단체를 차별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이다.


“지자체 선거 앞두고 재갈 물리기”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과)




감사원의 이번 감사는 당장 보궐선거와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앞두고 사전에 시민·사회단체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일종의 재갈 물리기인 셈이다.
시민·사회단체는 자발적 결사체이고 자발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 것까지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인 속셈이 있는 것이다. 이해되지 않는다. 지난해 최열 전 환경연합 대표 자금유용사건이나 이번 민예총 사건 역시 언론에 시민·사회단체의 내부 문제를 크게 부각시켜 일반시민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한 것이다. 나아가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활동을 약화시키는 일련의 조치다. 물론 시민·사회단체를 성역이라고 얘기할 순 없다. 문제가 있다면 해결하고 걸러내야 한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는 특성상 문제가 있다고 해도 충분히 내부에서 자정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다.
이럴수록 시민·사회단체들은 뭉칠 것이다. 아마 이번 대대적인 사정에 대해서도 공동대응에 나서지 않을까 생각된다. 스스로 자기반성과 더불어 정부의 그릇된 의도가 담긴 조치에 대해서는 적극 문제 삼아야 한다.


“시민단체 솎아 내기로 악용해선 안돼”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




언론보도를 접하고 수십 년간 시민단체 활동을 해 온 사람으로서 착잡한 생각이 들었다. 감사결과에 대해서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아마 해당 시민단체에서도 헌법기관의 감사를 거부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다만 아직까지 의혹만 보도됐지 구체적인 감사결과가 발표되지 않은 만큼 구체적인 잘못을 섣불리 추정하는 것은 어렵다. 시민단체도 흉과 허물이 없지 않을 것이다. 법률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시민단체 구조상 한두 명의 관계자가 작당해 대형 횡령이나 비리를 저지르기는 힘들다.
시민단체는 국가기관이나 기업체와 달리 가치적 규범에만 몰두하다 보니 법률적 행위나 회계업무에 미흡하다. 국고보조금이나 지원금은 목적사업비인데, 시민단체에서는 일부 경상비로 운용되는 사례가 있다. 업무 미숙의 결과다. 그러나 시민단체가 법률적 행위나 회계 업무를 잘 몰라서 실수를 했다고 해도 충분히 자정할 수 있는 힘이 있다.
또 그동안 시민단체가 사회에 헌신해 온 공은 인정해야 한다. 결코 훼손시키거나 폄하해서는 안 된다. 나아가 이번 감사 결과를 신호탄으로 ‘시민단체 길들이기’나 정권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솎아 내기’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정치적으로 몰아가지 말고 스스로 반성해야”
김진수 뉴라이트전국연합 대변인


시민·사회단체는 도덕성을 기반으로 국민의 지지를 생명력으로 하고 있다. 최근 민예총 등 진보성향의 단체에서 수억원의 정부보조금을 횡령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국민에게 어떻게 인식될지 우려스럽다.
정부 보조금은 세금이다. 시민·사회단체가 공공영역의 감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예산낭비를 질타하는 역할을 하면서, 자신들이 비리를 저질렀다면 좌우파 성향을 떠나 책임져야 한다. 진보성향의 단체를 타깃으로 삼았다는 것은 맞지 않다. 보수성향의 단체들도 감사에 걸렸다. 다만 진보단체들이 부각되는 것은 지난 정부에서 진보성향에 워낙 지원금을 많이 줘서 그런 것이다.
시민·사회단체가 재정을 운영하는 부분에 있어 투명하지 않거나 구태의연한 부분은 분명히 있다. 우리 단체는 정부보조금을 지원받지 않기 때문에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입장이다. 시민은 정부 보조금이 아니라 시민들의 자발적인 호응과 작은 후원의 힘으로 운영돼야 한다.
기부문화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대부분의 단체 상근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도 맞다. 그렇다고 이미 드러난 비리사실을 좌우파 성향을 빌미로 덮으려 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다.
이번 감사가 공공부문노조와 같이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탄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는데, 공공부문노조는 당연히 위축돼야 한다. 오죽하면 신의 직장이라고 비아냥되겠나. 부적절한 부분을 감사한 것을 두고 노조활동을 위축시켰고 말할 수 있나. 시민·사회단체의 존립 기반이 정부와 사회비리 고발, 부정 감시, 사회정의 실천 등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이들 단체 내부에 기업과 정부보다 더한 부정이 있다면 활동 존립기반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런 부분들을 정치적으로 몰아가지 말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좌우 성향을 떠나 보조금이 눈먼 돈이라는 시각을 버려야 한다. 국민에게 자신들의 허물을 알리고 사죄하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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