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민중진영과 이명박 정부가 서로 등을 돌렸다. 256개 노동·진보·민중단체들은 15일 공동투쟁본부를 구성하고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서겠다 밝혔다. 공투본에는 민주노총과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주요 대중조직이 포함됐다. 한국노총도 이날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총파업을 결의하고 한나라당과의 정책연대 파기를 지도부에 위임했다.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노동계와 정부의 갈등은 지속됐다. 정부의 금융과 공공기관 노사관계 개입으로 산별노조와 개별기업 노사관계는 갈등으로 점철됐다. 정부는 통합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을 불법으로만 몰았고, 복수노조·전임자 같은 노동계 주요 현안에 대해서도 강행 의사를 밝혀 노동계의 반발을 불렀다.

인터넷 통제가 강화되면서 국민은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이 침해당했다고 느끼고 있다. 한국을 방문 중인 프랑크 라 루에 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유엔특별보고관은 "하고 싶은 말은 많으나, (공식 초청이 아니라서) 공식 의견을 말할 수 없는 것을 불행하게 생각한다"는 말로 한국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정·관계나 학계·연예계 할 것 없이 정권 코드와 맞지 않는 사람들이 잇따라 기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우리가 모르는 뒤편 어느 곳에서 권력의 강제가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 국민이 느끼는 불안감도 커졌다. 노동계와 민중진영이 이명박 대통령이 먼저 등을 돌렸다고 얘기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국민은 불안해하는데, 정부가 대화하고 소통할 의지는 있는 것인가. 싸움과 협상에서는 상대적으로 힘없는 자가 포용의 여지도, 양보할 것도 적다. 가진 것 자체가 적기 때문에 내놓을 카드도 많지 않다. 그럼에도 힘 있는 자가 강경하게 밀어만 댄다면, 힘없는 자는 밀리지 않으려 강경하게 되밀 수밖에 없다.

지금의 형국이 그와 비슷하다. 민주노총 내에서 “정권이 노동운동을 죽이려 한다”거나, 한국노총 내에서 “정부가 대화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볼멘소리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양대노총은 더욱 강경한 태도로 치닫고 있다.

다행히도 한국노총이 최근 노사정대표자회의라는 대화틀 구성을 제안했다. 그동안 대화에 참여하지 않았던 민주노총도 참여를 결정했다. 정부 권력보다는 상대적으로 약한 노동계가 먼저 대화하자 손을 내밀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와 같은 경영계도 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공은 다시 정부로 돌아갔다. 정부가 진정 노동자도 국민이라 생각하고 있는지, 소통하면서 함께 문제를 풀려는 대화상대로 여기고 있는지, 새삼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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