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칼럼(8월26일자)에서 최근 10년간 노동자의 안전보건 지표를 통해 산업재해율과 사망률이 외국에 비해 월등히 높으나 개선되지 않았고,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또 안전보건의 취약계층인 소규모사업장의 재해자 역시 증가하고 있어 정부의 안전보건정책과 공적사업이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제기했다. 이번 글에서는 정부의 정책과 안전보건사업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우리나라에서 진행된 노동안전보건사업의 역사적 변천을 놓고 볼 때, 그 문제점의 일차적인 원인은 국가의 사회경제적 정책과 그 집행 과정에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한국에서는 그동안 경제발전이 최우선의 목적이었으며, 사회정책은 그러한 경제발전으로 인한 건강장해를 다루는 데 있어 매우 뒤떨어져 있었다.

실제 유해물질의 취급이나 수입은 그동안 거의 통제되지 않고 있었으며, 실제적인 건강관리나 그에 대한 교육은 단지 건강장해가 나타난 이후에 사후적으로만 제공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건강장해의 원인·폭로·인식 전체가 관리되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그간의 사회정책은 재벌과 손을 잡은 정권하에 통제돼 노동자의 건강권과 이를 위한 민주적 절차는 자본의 축적과 경제발전을 위해 희생돼 왔다.

경제발전에 희생된 노동자 건강권

대표적인 예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석면이 있다. 60년대에 위험성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석면의 경우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90년대에 사용을 금지했으나, 우리의 경우 이때가 석면을 가장 많이 사용한 시기였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석면이 어디에서 수입되고, 제조·사용·폐기됐는지 전혀 모르고 있는 형편이다. 노동자들은 석면에 대한 유해성을 알지 못한 채, 아무런 보호도 없이 그대로 노출됐다.

발암물질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에 수입 또는 제조된 발암물질이 어떻게 유통되고,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정부는 아예 모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 일각에서는 값싼 노동력 이외에는 다른 자원이 없는 개발도상국에서 경제 이외의 다른 사회분야 발전과의 균형을 도모하면서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제기돼 왔다. 옳고 그름을 논외로 하더라도 현재 우리나라의 수준은 경제발전과 다른 사회분야 발전이 균형 있게 이루어질 수 있는 충분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사회적 정책은 아직 이에 못 미치고 있다.



ILO 협약 비준 미국 다음으로 낮아

표에서 보듯이 우리나라의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상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된 주요 국가들 중에서 미국 다음으로 낮은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OECD 국가의 평균 ILO 협약 비준수는 72.2개이나, 우리나라의 비준은 20개로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다. 참고로 한국은 24개의 ILO 협약을 비준했다.

정부의 사회경제적 정책은 졍제발전과 더불어 사회의 발전이 균형 있게 이뤄져야 한다. 노동자의 인권이 보장되고 노동자의 건강이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정부의 사회경제적 정책은 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안전보건 정책이 성공하지 못했던 주요한 이유가 된다. 오히려 친기업적인 이명박 정부의 등장으로 노동자의 건강이 더욱 후퇴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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