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직종의 근로조건 차이도 장애…교육·홍보 등 내실 있는 준비 필요성 제기


제조업 연맹들의 산별노조 건설 행보가 더뎌지고 있다.

당초 올해 건설을 목표로 조직 사업을 벌여오던 한국노총 소속 금속노련과 화학노련이 잇따라 산별노조 건설 일정을 내년으로 미뤘다. 금속노련은 지난 13일 중앙위원 및 중앙집행위원 연석회의에서, 화학노련의 경우 지난달 31일 대의원대회에서 산별노조 건설과 관련한 공론화 작업의 미흡, 교육 홍보활동의 강화 등을 제기하며 이같이 결정했다.

제조업 연맹들이 이처럼 산별조직 전환을 내년으로 미룬 데는 산별노조 건설을 외적으로 강제해 온 제도개선 논의의 흐름이 하나의 변수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당초 이들 제조업 연맹들이 올해 산별노조 건설을 목표로 내걸었던 것은 2002년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 노조활동 여건을 근본에서부터 바꿔놓을 제도변화가 코앞에 닥친 상황에 대한 대응책의 하나였다. 때문에 이들 연맹의 지도부는 이런 환경 변화에 대처하려면 산별노조로의 전환이 시급함을 지역과 단위노조 간부들을 대상에게 강조해왔다. 또한 대기업 노조들의 기득권 문제와 관련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산별노조 조직체계에서 기업지부를 허용하고 재량권을 대폭 인정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했다.

그런데 지난 6일 노사정위원회에서 이같은 제도개선 쟁점을 5년 유예키로 결정하면서 어쨌든 급한 불을 피하게 된 것이다.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문제의 해결이 어려울 경우 당장 조직활동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어 산별노조 건설에 적극적이었던 중소기업 노조들도 숨 돌릴 여유가 생긴 것이다. 산별 전환에 대해 수동적이던 대기업 노조들은 두말할 나위가 없어졌다. 금속노련의 한 간부는 "이번 제도개선 논의 결과가 산별노조 건설에 대한 현장 간부들의 판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게 사실"이라며 "시간을 두고 더 착실히 조직, 교육사업을 진행하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이미 산별노조로 전환한 금융이나 택시와 달리 다양한 직종의 조직들로 구성돼 있다는 점, 뿐만 아니라 조직 규모와 임금 수준도 단위노조별로 천차만별이었던 상황 등이 이들 제조업 연맹들의 산별전환을 더디게 만든 요인이었다고 볼 수 있다. 많은 현장 간부들이 "조합원들 깊숙이 파고드는 산별노조 관련 교육과 홍보가 좀 더 필요하다"고 제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였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이들 연맹의 산별노조 건설 일정이 내년으로 연기됨에 따라 이와 관련한 논의는 올 상반기 임단투 등 현안에 밀려 당분간은 실무차원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화학노련의 한 관계자는 "상반기엔 제조연대 차원의 임단투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며 "대의원 대회 때 결의한 산별노조 준비위원수 확충 문제 이외에 산별노조 관련 논의는 7월 이후에나 가시화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금속노련은 상반기 중엔 산별전환과 관련한 조직실태 조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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