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밤 11시50분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하나 둘 환노위 대회의실에 입장했다. 국정감사 서류제출 요구와 증인·참고인 채택 건을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곧이어 시작된 회의는 자정을 2분 남기고 3분 만에 끝났다.

자정을 넘기느냐, 아니냐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증인을 언제부터 출석시킬 수 있는지를 가르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국회법에 따라 국정감사 증인은 7일 이내에 신청해야 한다. 때문에 이날 회의가 무산됐다면 10월7일 열릴 예정인 노동부 국감은 증인 없이 진행될 판이었다. 실제로 노동부 감사보다 하루 앞서 열리는 환경부 감사는 증인 없이 이뤄진다.

매번 이런 식이다. 22일 열린 신임 노동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도 가까스로 법적 시한을 맞췄다. 환노위 소속 한 의원의 보좌관은 환노위 상황을 빗대 “예측불가능한 상태”라고 했다. 사태의 원인을 따지고 올라가면 종국에는 비정규직법이 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내내 논란이 일었다.

비정규직법 개정안은 미디어법과 함께 그야말로 '쟁점법안'이었고 상정을 놓고 벌인 '입법전쟁'의 주요 메뉴였다. 추미애 환노위원장은 위원장 권한으로 환노위 상정을 막았고, 여당 의원들은 그런 그를 윤리위에 제소했다. 사퇴촉구결의안까지 채택했다. 어떻게 법안심사도 못하게 하느냐는 죄목이었다.

이영희 전 노동부장관도 기간제법 2년 사용제한 규정이 효과를 내는 7월1일 국회를 맹비난했다. 법을 바꾸지 못해 엄청난 해고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이 전 장관의 걱정이다. 그러나 장관의 ‘지나친’ 걱정은 두 달도 안돼 ‘과장’으로 밝혀졌다.

29일 3분 만에 끝난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이 전 장관이 증인 명단에서 제외됐다. 비정규직법 개정과 관련해 일반 증인은 단 한 명도 없다. 통계청장과 통계청 실무자 2명이 참고인으로 채택됐을 뿐이다. 야당 일각에서도 “이미 나간 장관인데…”라는 동정론이 일었던 모양이다. 어쨌든 이 전 장관으로서는 곤혹스런 자리가 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잘잘못을 떠나 그간의 정책 추진 과정을 소명하는 것은 이 전 장관의 의무다. 새로 취임하는 장관에게도 반면교사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검증하는 것은 같은 실수가 되풀이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국회가 스스로 기회를 걷어찼다.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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