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시철도노조 조합원들은 지난달 선거에서 허인(39) 위원장을 선택했다. 역대 위원장 출신 후보들의 3파전으로 관심을 모았던 선거에서 허인 위원장이 당선된 것은 의미가 크다. 하원준 전 집행부는 민주노총을 탈퇴하고, 전국 6개 지하철노조들로 구성된 ‘지하철연맹’을 출범시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조합원들이 2003년 한국노총 탈퇴와 민주노총에 가입을 이끌었던 허 위원장을 택한 것이다. 지하철연맹 출범은 결국 없던 일이 됐다. 서울도시철도 노동자들이 허 위원장에 표를 던진 이유는 무엇일까.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23일 허 위원장을 만났다.


“흑자경영 논리에 고유업무 뒷전”

서울도시철도공사는 25일 이사회를 개최했다. 안건은 직제에 차량제작단을 추가한다는 내용이다. 허 위원장은 “회사가 2011년 흑자달성을 목표로 여러 신규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7호선 연장구간에 투입될 전동차를 직접 생산하겠다는 것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공사는 기술자립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부품은 물론 전동차까지 직접 생산하기 위해 차량제작단을 구성하고 기관사·차량정비 등 기존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직원 100여명을 배치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사업의 타산성도 없는 데다, 고유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인력마저 줄이면 오히려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흑자경영 프로젝트에는 역사 내 수익형 임대매장을 늘리는 ‘해피존’ 사업을 비롯해 지하철 5~8호선 포털사이트를 구축, 광고를 유치하는 사업과 역과 차량기지 주변의 부동산 개발사업까지 다양하다.

심지어 역무원들이 신용카드 회원모집 사업을 하는 진풍경까지 벌어지고 있다. 특정 은행과 제휴를 맺은 공사는 역무실에서 신용카드 가입을 받도록 하고, 신용카드 한 장당 3만원가량의 수수료를 챙기는 형태다. 고유업무였던 매표업무는 자취를 감췄고, 대신 신용카드 회원모집 사업 같은 부대사업이 자리를 잡고 있다. 지난 7월 이후 서울의 지하철 역무실에서는 더 이상 표를 팔지 않는다.

허 위원장은 “상상을 초월하는 구조조정 때문에 당선될 수 있었다”며 “공공성보다 경영논리에 매몰된 경영진과 여기에 협조적인 노조 집행부에 대한 반감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조합원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지하철노조와 통합이 대안”

지하철연맹 출범이 좌초된 지금, 정연수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은 지방공기업노조연맹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28일에는 행정안전부와 서울시·서울지하철공사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선진노사문화 구축을 위한 대국민섬김선언식’이 열린다.

허 위원장은 “지방공기업노조연맹 가입은 대부분 지하철노조가 반대하고 있으며, 정 위원장의 개인적 이해관계를 위한 독단적 행동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서울도시철도노조를 비롯해 전국지하철노조협의회에 참가하고 있는 광주·대전·대구지하철노조가 공개적으로 반대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금은 서울도시철도노조와 서울지하철노조와의 통합이 대안”이라며 “임기 중 가장 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산하 지하철공사 간의 내부경쟁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이제는 경쟁적 관계를 협력적 관계로 전환해 시너지효과를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양 노조의 통합은 산별노조의 토대가 될 것입니다. 공공운수연맹 재편 과정에서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약력]
허인 위원장은 1996년 서울도시철도공사에 사무직으로 입사했고, 2000년 현장조직 민투위 위원장을 맡았다. 2002년 실시된 보궐선거에서 6대 위원장에 당선, 한국노총을 탈퇴하고 민주노총에 가입했다. 2005년에는 공공연맹(현 공공운수연맹) 부위원장과 산별기획단장을 역임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