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1~22일로 예정된 법원공무원노조와 전국공무원노조·민주공무원노조의 통합과 민주노총 가입 찬반투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투표가 가결되든 부결되든 노동계 안팎에 미치는 파장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도한 관심이 부적절한 언행으로 이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0일 ‘3개 공무원노조 조합원 총투표 관련 복무관리 지침’을 각 기관에 내려 보냈다. 근무시간에 일을 하지 않고 홍보·투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통제에 따르지 않으면 신속히 경찰병력이 출동할 수 있도록 협의까지 해 놓았다고 한다.

근무시간 중 투표를 허용하고 있는 민간사업장과 비교하면 지나친 대응이다. 그래도 ‘투표는 해도 좋으니 업무에 지장을 주지 말라’는 정도로 해석하면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행안부 지침에는 ‘정상업무’나 ‘복무’와는 별로 관계없어 보이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예컨대 ‘3개 노조들이 의결정족수 미달이 예상되면 대리투표 등 부정투표의 여지가 있다’ 같은 내용이다. 노조에서 우려할 일을 사용자나 다름없는 행안부가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에 대한 설명까지 곁들인 대목은 가관이다. "근로자의 권익향상보다 정치·사회참여를 주도하는 경향이 있고 쌍용차 등 3만5천명이 올해 탈퇴했다."

‘민주노총에 가입하는 것을 막아라’는 문구만 없을 뿐이지, 부결을 유도한다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 공무원의 사용자인 행안부가 조합원들의 자율에 맡겨야 할 투표에 개입하는 듯한 내용을 공문에 버젓이 담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하나.

행안부의 생각은 얼마 안 가 이달곤 장관의 입을 통해 확인됐다. 이 장관은 지난 14일 청와대 지방기자단 간담회에서 “정치적 투쟁을 무기로 하는 민주노총과 연계를 시도한다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근무 중 투표행위보다 민주노총 가입이 더 싫었던 모양이다.

이와 관련해 행안부 관계자는 “노조원들이 민주노총에 대해 잘 모를까 봐 공문에 설명을 했고, 장관은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려고 그랬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해명에서조차 ‘노조의 자율성’이라는 개념은 찾아볼 수 없다. 행안부의 지나친 관심이 불필요한 갈등을 부르는 ‘훈수 두기’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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