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과도한 관심이 부적절한 언행으로 이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0일 ‘3개 공무원노조 조합원 총투표 관련 복무관리 지침’을 각 기관에 내려 보냈다. 근무시간에 일을 하지 않고 홍보·투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통제에 따르지 않으면 신속히 경찰병력이 출동할 수 있도록 협의까지 해 놓았다고 한다.
근무시간 중 투표를 허용하고 있는 민간사업장과 비교하면 지나친 대응이다. 그래도 ‘투표는 해도 좋으니 업무에 지장을 주지 말라’는 정도로 해석하면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그러나 행안부 지침에는 ‘정상업무’나 ‘복무’와는 별로 관계없어 보이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예컨대 ‘3개 노조들이 의결정족수 미달이 예상되면 대리투표 등 부정투표의 여지가 있다’ 같은 내용이다. 노조에서 우려할 일을 사용자나 다름없는 행안부가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에 대한 설명까지 곁들인 대목은 가관이다. "근로자의 권익향상보다 정치·사회참여를 주도하는 경향이 있고 쌍용차 등 3만5천명이 올해 탈퇴했다."
‘민주노총에 가입하는 것을 막아라’는 문구만 없을 뿐이지, 부결을 유도한다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 공무원의 사용자인 행안부가 조합원들의 자율에 맡겨야 할 투표에 개입하는 듯한 내용을 공문에 버젓이 담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하나.
행안부의 생각은 얼마 안 가 이달곤 장관의 입을 통해 확인됐다. 이 장관은 지난 14일 청와대 지방기자단 간담회에서 “정치적 투쟁을 무기로 하는 민주노총과 연계를 시도한다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근무 중 투표행위보다 민주노총 가입이 더 싫었던 모양이다.
이와 관련해 행안부 관계자는 “노조원들이 민주노총에 대해 잘 모를까 봐 공문에 설명을 했고, 장관은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려고 그랬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해명에서조차 ‘노조의 자율성’이라는 개념은 찾아볼 수 없다. 행안부의 지나친 관심이 불필요한 갈등을 부르는 ‘훈수 두기’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