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비정규 노동자 조직화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3일 야마다싱고(27·사진) 도쿄청년비정규직노조 사무국장을 만났다. 그로부터 청년 비정규직 조직화 경험을 듣기 위해서다. 야마다싱고 사무국장은 전국여성노조(위원장 박남희)가 주최한 국제워크숍에서 “개별 경쟁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며 “살고 싶은 사회를 만드는 것은 청년들의 몫”이라고 역설했다.


- 야마다싱고 국장은 독특한 개인경력을 있다고 들었다.
"스물 세 살때 부터 사진사 보조로 일했다. 하루에 열 시간 넘게 근무했다. 그런데 초과근무수당은 전혀 받지 못했다. 생활비가 없어 사채를 빌어다 쓴 게 화근이 돼 결국 일을 할 수 없게 됐다. 사진사 밑에서 일했는데 노예나 다름 없었다. 고용계약 자체가 없었다. 사용자가 되레 나를 고소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 같은 사례는 그리 특이한 일이 아니다. 당시에는 노조가 뭔지도 몰랐는데, 도움을 받아 문제가 잘 해결됐다. 그때를 계기로 노동자를 위해 일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 대부분의 일본 청년들이 비정규직 신세라고 하던데 실제는 어떤 노동환경에서 일하고 있나.
"정규직이 나무의 몸이라면 비정규직은 나뭇잎에 비유할 수 있다. 비정규직과 실업자도 노동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노동법의 보호와 거리가 멀다. 정규직조차 노동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파견직이 확산되면서 대부분의 일본 젊은이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며 늪으로 빠지고 있다. 청년층은 쉽게 빈곤층으로 전락한다. '식사를 해결해 주는 것'이 청년노조 가입의 ‘계기’가 될 정도다. 노조가 처음엔 노동상담으로 활동을 시작했지만, 이젠 생존 문제까지 다루게 돼 청년 빈곤 문제의 심각성도 알리고 있다."

- 청년세대를 대상으로 하는데 기존 노조와의 차이점이 있나.
"일본은 기업별 노조로 이뤄져 있다. 비정규직은 기업별노조에 가입할 수가 없다. 청년노조는 정규직·비정규직 구분 없이 다양한 업종의 사람들로 구성됐다. 사람들은 '청년'이라는 말 때문에 '내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며 친숙하게 느끼기도 한다. 또 기업별노조의 구성원들이 50~60대 부모님 세대다 보니 젊은이들의 노조를 이해하지 못해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 노조에 무관심한 젊은이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나.
"일본 젊은이들은 노조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청년노조는 인내심을 갖고 교육하며 흥미를 끌기 위해 매체를 적극 활용한다. 24시간 전화 상담을 통해 어려운 처지에 있는 노동자에게 도움을 주고, 노조 가입은 선택을 하도록 한다. 노조 가입은 원하지 않지만 도움만 원하는 경우도 있다. 청년노조는 가입을 조건으로 지원하지는 않는다."

- 노조의 재정은 어떻게 충당하나?
"나를 포함한 세 명의 상근자가 있는데, 조합비(한 달 5달러)와 다른 연대 사회단체 활동가들에게 후원을 받고 있다."

- 여성 비정규직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이 있는가?
"여성비정규노동 문제의 심각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자원이 부족해 사업을 진행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 한국도 청년 실업문제가 심각하다. 청년 비정규직 문제는 한국도 일본과 유사할 것 같다.
"일본 청년 노동자들도 스스로 나서서 자신의 문제를 토론하고 해결하는 능동적인 단계까지 도달하지는 못 했다. 최근 청년 실업이나 비정규직 문제가 개인 노력 차원에서 해결할 성질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라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청년들끼리 개별 경쟁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미래를 만드는 것은 젊은이의 몫이다. 어떤 사회와 미래에서 살고 싶은지 고민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 청년비정규직노조의 향후 활동 계획은.
"청년들이 안정된 삶을 꾸릴 수 있게 해주는 것, 문제가 생겼을 때 노조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하고, 냉소적인 부모 세대에게도 이를 알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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