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경영진과 노조가 드디어 ‘정리해고서 통보’와 ‘파업’이라는 비상 카드로 정면격돌하면서 대우차 사태는 중대 고비를 맞이하게 됐다.

정리해고에 반발하는 노조의 파업강도에 따라 채권단의 자금지원 중단은 물론 법정관리까지 폐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회사정상화는 물론 제너럴 모터스(GM) 매각도 사실상 물 건너 가게 된다.

그러나 노조원들의 참여율이 저조하고 군산, 창원공장의 파업 가능성도 낮을 것으로 관측됨에 따라 대우차와 채권단 측은 이번 파업의 파장을 최대한 빨리 마무리짓고 회사정상화와 함께 GM 매각협상에 주력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폭설로 파업 약화=15일 전국적으로 내린 폭설로 노조의 파업 인원 동원에 차질이 생겼다. 16일 발송한 정리해고 통보서는 일러야 17일께나 도착이 가능하고 정리해고 대상자들의 파업참여 역시 19일께나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16일 파업에는 노조집행부 등 수백 명만이 참여하면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 할 것으로 보인다.

군산, 창원공장 역시 정리해고 대상자가 없는 만큼 파업참여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회사 측은 불리한 상황에 처한 노조가 극단적 행동을 보일 것에 대비, 최근 220명의 안전요원을 신규채용해 대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악의 경우 공권력 투입요청도 검토할 예정이다.

■더 이상의 협상은 없다=지난 98년 현대차의 정리해고 사태는 노사협상과 정부중재로 당초 1560여명의 인원 중 270명만이 실제 정리해고되는데 그쳤다.

그러나 대우차의 경우 정부나 채권단이 이미 정리인원 규모를 사실상 확정해 협상의 여지는 거의 없다. 대우차 관계자는 “회사 측이 마지막으로 제시한 희망퇴직과 무급휴가 방안에 대해 노조가 15일까지 답변을 해오지 않음으로써 이젠 정리해고밖에는 길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회사 측은 2년 내 회사 신규인력 수요가 발생할 때 정리해고자를 우선 채용한다는 리콜약속도 이번 정리해고에는 포함시키지 않는 등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한 자세다.

한편 노조도 모든 대화를 중단하고 파업을 강행한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정리인원을 정해 놓고 몰아붙이는 상황에서는 어떤 길을 선택하든 회사를 떠나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순환휴직제를 통한 총고용보장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결사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구조조정 및 매각협상 일정=정리해고로 인한 노조의 파업강도가 예상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조만간 대우차의 구조조정 및 GM과의 매각협상이 잇따라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인력감축은 대우차 자체 구조조정의 핵심일 뿐 아니라 GM에의 매각협상 재개에도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돼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우차는 인력 부문 외에 비용절감 등 나머지 부문의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2월 말부터는 GM 측과의 매각협상 재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GM의 정기이사회가 매월 초 열리는 점으로 볼 때 양측의 공식적인 협상시작 시기는 일러야 3월 중순이 되서나 나올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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