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으로 노동시장에서는 고용의 유연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 결과 새로운 유형의 노무제공 체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사용자들은 경쟁의 심화와 비용절감의 필요에 따라 기존 조직 내에서 내부적으로 관리되고 제공되던 노무를 외부화하는 추세를 보인다. 노무관리 비용이나 4대보험 비용 등을 절감하기 위해 실제로는 근로자이지만 계약서상으로 자영업자 형식을 선호하는 것이다. 그 결과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중간 지위를 갖는 특수형태근로 종사자가 크게 늘고 있다.

그러나 특수형태근로 종사자는 사업주에게 경제적으로 의존돼 있어 사실상 근로자의 처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현행법에서는 사용종속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들을 노동법상 보호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사용종속 관계를 회피하기 위한 조치를 거부한 이유로 한 해고는 부당하다”고 판시한 본 판결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고 하겠다.

근로자성 판단기준으로서 사용종속관계

본 판례는 기존 대법원의 근로자성 판단기준을 원용해 방송사에 대해 영상취재요원의 실질적 종속관계가 존재한다고 보아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또한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갖는 사용자가 임의로 정할 수 있는 사정을 근로자성에 관한 판단에서 배제함으로써 실질적 사정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근로자성을 판단했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를 재음미하게 한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기존 대법원의 입장은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 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ㆍ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해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해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를 중시한다. 더불어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對償的)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 졌는지,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했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해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보고 있다(이상 대법원 2007.1.25. 선고 2005두8436 참조).

서울행정법원은 이 같은 대법원 견해를 토대로 방송사 영상취재요원에 대해 비록 영상취재요원들이 카메라를 직접 소유하고 있고 사용자로부터 명시적인 출·퇴근시간 등의 근태관리를 받지 않았으며 참가인들에 관해 4대보험이 가입돼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그 근거로 채용공고에 의해 영상취재요원으로 채용돼 원고가 기획·의도한 특정한 장소에서 특정한 시간 내에 일정한 영상을 촬영해 이를 수정·편집해 왔으며, 원고 소속 취재담당기자의 기획의도에 따라 제작된 촬영 및 편집구성안에 따라 구체적인 인터뷰 내용 및 방법, 촬영 방법, 기타 영상 내용 등에 대해 촬영작업부터 편집 작업까지 지속적으로 수정 지시를 받아 왔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매월을 기본단위로 해 일당 일정액에 실제 근무일수를 곱한 금액을 급여로 지급받아 왔다는 점, 업무 수행에 잘못이 있는 경우 그 잘못의 경위를 기재한 시말서를 징구했다는 점 등을 근로자성 인정 근거로 꼽았다. 더불어 참가인들이 정해진 기본급이나 고정급을 지급받은 것은 아니고 원고로부터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당하지 않았으며, 원고가 참가인들에 대해 취업규칙 등의 규정을 적용하지 않은 사정들은 최근에 급격하게 증가하는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볼 수 있고, 사용자인 원고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에서 사실상 임의로 정할 수 있는 사정들에 불과하다고 지적하했다.

사용종속관계를 회피하기 위한 사업자등록 요구는 부당

본 사안은 사용자인 방송사가 영상취재요원들과 근로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오다가 이들에 대한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비정규직 보호법의 적용을 배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영상취재요원들에게 사업자등록을 요구한 데서 비롯됐다. 영상취재요원들이 이에 불응해 계약이 종료되면서 다툼이 벌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판례는 사용자가 사업자등록을 요구한 것은 부당하다고 할 것이므로 사업자등록 거부를 이유로 한 근로계약 종료는 부당해고로 재심판정은 적법하다고 보았다.

법원은 사용자 스스로도 영상취재요원의 근로형태가 근로기준법에 정한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을 예상해 이를 부정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영상취재요원에게 강요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방송사 내부문건에는 근로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게 인력운용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드러나 있다. 방송사가 영상취재요원들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부인할 목적으로 사업자등록을 요구하는 등의 경제적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요구는 비단 이 사건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이번 판결보다 앞선 서울지방법원 판결(2009.1.14, 서울지법2008가합5589)에서는 학원 강사에게 사업자등록을 하게하고 매월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했으나 수업시간에 따라 보수가 정해지고 출근시간 및 복장 등의 통제를 받으며 대부분의 강사는 학원강사로만 활동한 사실 등이 인정된다는 점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음을 인정했다. 사업자등록을 하고 매월 사업소득세를 원천징수했다는 사정만으로 근로자성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한 것이다.

근로자성에 관한 대법원의 판례기준이 형성된 이후, 일부 사용자들은 판례기준을 토대로 근로자성을 부인하기 위한 방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와 관련, 근로관계의 실태를 실질적으로 파악해 근로자성을 인정한 판례들은 사용자의 부당한 행위에 대한 예방적 수단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근로자성의 판단 기준은 ‘객관적ㆍ실질적 노무제공 실태’

근로자성 판단에 대한 판례들의 입장을 종합하면 무엇보다 근로계약 당사자의 주관적 의사(계약의 명칭이나 형식)보다는 계약관계의 객관적 실체(종속관계의 유무)를 중시하고 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대법원은 실질적 종속관계 유무를 판단할 수 있는 여러가지 요소를 나열하고 사용자에 의해 형식적으로 제거 또는 위장될 수 있는 근로자성의 징표를 부차적으로 고려해 실질적인 노무제공 실태에 부합해 판단하고 있다.

본 판례 또한 영상취재요원들의 근로자성을 판단함에 있어 객관적·실질적 노무제공 실태 측면에서 사용종속 관계가 있음을 갈파한 점에서 사업자등록의 유무는 형식적 사실관계에 불과하다는 기존 서울지방법원 판례(2009.1.14, 서울지법2008가합5589)와 함께 실무적으로 주목할만 하다.

고용 및 근무형태가 점점 다양화되는 시기에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사용종속성에 대한 판단은 점차 상대적일 수밖에 없고 그 정도의 차이를 가질 수밖에 없으며 노무지휘권의 내용 또한 포괄적·추상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근로자성을 부인하기 위한 각종 편법을 차단하고 근로자들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도록 사업적 또는 조직적으로 종속성을 갖는 경우에도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겠다. 사업적·조직적 종속성이란 노무공급자에게 업무재량이 부여되는 경우에도 전체로서 그 노동력이 사업 운영에 필요불가결한 종속성을 말하는 것으로 공급되는 노무가 당해 사업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의 정도, 당해 사업내의 다른 노무와의 관련성의 정도 등으로 판단 할 수 있을 것이다.(강성태, 근로자의 개념, 서울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94 참고)

특수형태근로 종사자의 보호

‘절반은 근로자, 절반은 자영업자’의 성격을 지닌 특수형태근로 종사자는 현행 노동법을 적용 받을 수 없다.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의 문제를 입법적 규율로 해결하고 있는 국가인 독일의 경우 유사근로자라는 중간적 범주를 새롭게 설정하여 부분적 보호를 행하고 있다. 영국은 워커라는 개념을 통해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확대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특수고용 관계를 유형별로 달리 규율·보호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7년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 제출된 적이 있으나 입법화되지 못했다. 작년 11월11일에는 다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특수형태근로 종사자’를 ‘특정 사업주와 근로계약 외의 노무공급계약을 체결하고 그 사업에 필요한 노무를 직접 제공함에 있어 다른 사람의 노동력을 이용하지 않으며 특정 사업주에 의하여 지급되는 수입으로 생활하는 자’로 정의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지위 및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돼 국회에 계류돼 있다. 조속한 입법이 이뤄져 특수형태 근로자들이 법의 보호를 받기를 기대한다. <문의 : 02-572-0048>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