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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 후 농수로에 빠져 사망…과음이 원인이면 업무상재해
직장인에게 음주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무리하게 술을 마실 경우 업무상재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알코올이 지각능력이나 판단능력을 흐트려 놓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법원은 과음으로 인한 업무상재해를 어디까지 인정하고 있을까.

회식 후 농수로에 추락해 사망

경기도 광주시 실내 골프연습장에서 업무를 총괄하는 관리부장인 ㄱ(48)씨는 지난 2007년 12월20일 회사의 송년회식에서 거나하게 취했다. ㄱ씨는 이날 오후 11시께 2차까지 마치고 대리운전 기사를 불러 귀가한 이후 행방불명됐다. ㄱ씨의 차량은 회사 옆 건물 주차장에서 발견됐지만 ㄱ씨의 흔적은 없었다.

다음날인 21일 골프연습장에서 약 2킬로미터 떨어진 농수로에서 변사체가 발견됐다. 시신은 ㄱ씨로 확인됐고, 부검이 실시됐다. ㄱ씨의 사인은 ‘저체온사’로 밝혀졌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에 따르면 골프연습장 대표이사는 이날 1차를 마치고 자리를 떠나면서 ㄱ씨에게 2차 회식을 주관하도록 했다. 2차 회식비용도 법인카드로 결제됐다. 송년회를 마친 ㄱ씨는 다음날 근무를 위해 회사에서 자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회사까지 왔으나, 회사 문이 잠겨 있었다. ㄱ씨는 차를 옆 건물 주차장에 세운 후, 잠긴 문을 열기 위해 수차례 시도하다 문이 열리지 않자 회사 주변을 걷다가 발을 헛디뎌 인근 농수로에 빠진 것으로 추정됐다.

농수로는 깊이가 20센티미터에 불과했지만, 지상까지 높이가 1.7미터에 달해 술 취한 ㄱ씨가 올라오기가 힘들었다. ㄱ씨는 출구를 찾기 위해 약 2킬로미터를 걸어 내려갔으며 결국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은 0.5밀리미터의 눈이 내렸으며, 최저기온은 영하 0.6도였다. 사망 당시 ㄱ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9%에 달했다.

ㄱ씨의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라고 주장하며 보상을 요구했다. 공단은 “회식을 마치고 사업주의 지배관리를 벗어나 발생한 사고”라며 지급을 거부했고, 유족은 소송을 제기했다.

"과음이 사고 발생의 원인"

이 사건의 원고는 ㄱ씨의 유족, 피고는 근로복지공단이다. 서울행정법원은 “ㄱ씨의 사망은 회식 후 과음이 원인”이라며 업무상재해로 인정했다. 판결요지는 이렇다.

“사업주 지배·관리하의 회식 과정에서 근로자가 주량을 초과해 음주를 해 그것이 주된 원인이 돼 부상·질병 또는 사망 등의 재해를 입게 됐다면 비정상적인 경로로 재해가 발생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업무상재해로 볼 수 있다. 1차 및 2차 회식은 전반적인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부검결과 혈중알코올농도가 0.19%에 달할 정도로 과음을 했고 그것이 주된 원인이 돼 농수로에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사망의 원인이 된 과음이 어디에서 비롯됐냐는 것이다. 재판부는 노동자가 근로계약에 의해 통상 종사할 의무가 있는 업무 외 회사의 행사나 모임에서 재해를 당할 경우 다음과 같은 조건에 부합해야 업무상재해로 인정하고 있다. △행사나 모임의 주최자·목적·내용·참가인원과 그 강제성 여부, 운영방법·비용부담 등이 사용자의 지배나 관리를 받는 상태에 있어야 하고 △노동자가 행사나 모임의 순리적인 경로를 일탈하지 않은 상태에 있어야 하며 △사업주 지배관리하의 회식 과정에서 노동자가 주량을 초과해 음주를 한 나머지 정상적인 거동이나 판단능력에 장애가 있는 상태에 이르러 부상·질병·신체장해 또는 사망 등의 원인이 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다만 △사업주의 만류에도 노동자 자신의 독자적이고 자발적인 결단에 의해 과음을 하거나 △회식 도는 과음으로 인한 심신장애와 무관한 비정상적인 경로를 거쳐 사고가 발생할 경우 업무상재해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 1·2차 회식비용은 사업주가 전부 부담했다. 또 ㄱ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19%에 달할 정도로 과음한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했으므로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

<관련판례>
서울행법 2009년 6월24일 판결
2009구합1303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김미영 기자  ming2@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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