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산하기관 한국산재의료원은 저의 첫 직장입니다. 자신감으로 가득찼던 이곳에서 처음부터 좌절을 맛보고 싶진 않습니다.”
5일로 36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보건의료노조 한국산재의료원지부의 한 비정규직 해고자(28)의 얘기다. 이영희 노동부장관의 ‘100만명 해고설’을 입증이라도 하는 듯 공공기관들은 7월1일 정규직 전환을 앞둔 비정규직들을 해고했다. 이들에게 집중되던 언론의 관심도 점점 시들해지는 것 같다. 하지만 정규직으로 떳떳하게 복귀하겠다는 이들의 의지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

대학시절 존경하는 교수님이 늘 하시던 말씀이 있다.
“첫 직장이 중요하다.”
교수님은 지겨울만큼 반복해서 강의시간에 이 말씀을 반복했다. 왜 그런지는 굳이 설명해주지 않으셨다. 사회에 진입한 후 교수님의 말씀을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다. 첫 직장을 통해 사회를 바라보고 ‘삶이 만만치 않구나’라는 생각을 반복하게 된다.

이날 또 한명의 비정규직 해고자가 눈물을 흘렸다. 보훈병원에서 일하다 해고된 한 여성노동자(38)는 “내가 왜 이 정도 취급밖에 못 받는 사람이 됐는가” 라고 한탄했다. 태어날 때부터 비정규직은 아니었는데 이제 자신에게는 ‘비정규직’이라는 주홍글씨가 깊게 박혀 있다면서….

그는 “자식마저 비정규직이 되면 왜 날 비정규직으로 낳았느냐고 원망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산재의료원지부 조합원은 “눈과 귀가 멀고 있는 정부와 노동부는 하루빨리 노동자들의 눈물과 목소리로 치료되어 ‘정상으로’ 돌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 장관은 지난달 27일 “비정규직법이 그대로 시행된 이상 법의 기본 정신이 유지되도록 노력하고 부작용을 없애야 한다”며 “여력이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고용하고 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적극 독려하겠다”고 밝혔다.

정규직 전환, 노동부 산하기관부터 앞장서면 어떨까. 결자해지, 매듭을 묶은 자가 풀어야 한다는 뜻이다. 일을 저지른 사람이 해결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노동부가 정규직 전환에 앞장 서야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KBS 등 다른 기관들도 따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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