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을 감사하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감사원의 '탈법적 행태'에 대해 감사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했다.<7월15일자 10-13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공공기관 노조들은 감사원과 기획재정부의 '노사관계 개입과 탈법행위'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다.

감사원을 '감사'할 수 있을까. 감사원은 조직적으로는 중앙행정기관이지만, 기능으로 보면 독립된 헌법기관이다. 권력에 가깝지만, 권력을 감시하는 기관. 바로 감사원을 두고 하는 얘기다. 관련법에 따르면 감사원은 대통령에 소속되며 직무에 관해 독립적인 지위를 갖는다. 감사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며, 7명의 감사위원은 감사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감사원을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곳은 국회가 유일하다. 그러나 국회는 감사원의 직무에 대해 감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감사원이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 불리는 이유다.

노동계가 감사원을 감사하자고 요구한 까닭은 무엇일까. 감사원이 지난해부터 진행한 공공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 탓이다. 감사원은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방안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감사원이 '회계감사'와 '직무감찰'이라는 본연의 임무에서 한참 벗어난 활동을 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이 공공기관에 내려 보낸 '선진화 과제 점검표'에는 노사가 통상적으로 체결해 온 임금·단체협약에 해당하는 사항이 점검대상에 포함돼 있다. 노조전임자·노사 합의사항·노조운영비·사무실 집기 지원 현황은 물론이고 사내근로복지기금·연장근로수당·주택자금·학자금 지원까지…. 감사원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체결하는 단체협약에 포함된 모든 사항을 샅샅이 뒤졌다. 감사원 본연의 임무가 '노조 감사'가 아닌지 헷갈릴 정도다.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감사원이 요구한 5~10년 전 자료를 찾느라 한때 업무가 마비되기도 했다. 한 감사관은 법에서 정한 출연기금에도 못 미치는 사내근로복지기금이 과하다고 지적해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노동관계법조차 숙지하지 않은 채 감사를 벌였다는 얘기다. 특히 단체협약이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보다 상위에 있다는 '상식'을 무시한 채 무조건 법에 끼워 맞추라고 강요했다. 노사 자율교섭으로 어렵게 체결한 단체협약을 휴지 조각으로 취급한 것이다.

감사원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이들 기관이 절반 이상 투자한 공공기관을 감사한다.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는 정기적으로 감사를 받게 돼 있지만, 공공기관은 임의적 감사를 받는다. 부정이나 탈법적 행위를 했을 때 감사를 받는 것이다. 그것도 '회계'와 '직무'에 대한 감찰이다. 노사관계와 단체협약에 대한 점검은 감사원의 기능·직무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따라서 감사원이 진행한 공공기관 감사는 누가 봐도 '월권'이다. 노조법에 따르면 감사원이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있는 셈이다.

감사원의 이중적 행태에 대해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공공기관 '표적감사'에 대한 노동계의 지적이 빗발치자 감사원은 "노사관계와 합법적 노조활동에 대해 감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노사관계와 관련한 일부 자료는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의 지침을 공공기관에 내려 보냈다.

그럼에도 감사원은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달 공공기관 감사실장 회의에서 배포된 '공공기관 선진화 추진실태' 자료를 보면 감사원의 속내를 엿볼 수 있다. 이에 따르면 감사원은 공공기관 노사협약의 방만한 실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결과적으로 감사원이 노동계의 뒤통수를 친 것이다. 탈법 논란이 있더라도 무시하고 노사관계에 지속적으로 개입하겠다는 것이다. "자율적인 단체협약이 훼손되고, 노사관계마저 악화된다"는 비판에는 아예 귀를 닫았다. 직무와 기능을 볼 때 헌법상 독립기관임에도 감사원은 이를 포기했다.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정책코드'를 뒷받침하는 하부기관으로 전락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감사원은 언제까지 공공기관에 대한 탈법적인 감사를 계속할 것인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코드에 따라 감사하는 소동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정책코드에 따르지 않는 이들을 내쫓는 데 앞장서는 것이 감사원의 역할인가.

정권의 정책코드와 감사원의 감사방향은 달라야 한다. 감사원은 노동3권을 부정하거나 자율적 노사관계를 해치는 과잉 감사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그래야만 정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다. 그러지 않는다면 감사원의 탈법행위를 감사할 수밖에 없다. 차제에 감사원을 완전히 독립시킬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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