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의 자유가 있어야 결혼도 쉽게 한다.” 이영희 노동부장관이 15일 기자간담회에서 비정규직법을 설명하면서 한 얘기다. 짐작한 대로 이혼은 해고를, 결혼은 고용을 뜻한다. 이 장관의 생각을 요약하면 “해고를 유연하게 할 수 있을 때 고용도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용이 유연한 비정규직을 기업들이 즐겨 쓰는 이유를 헤아리라는 충고로 들린다.

이 장관이 고용을 결혼에 비유한 것은 온당하다. 결혼이 ‘인륜지대사’이듯이 요즘 취업도 ‘대사’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 우리는 취업을 위해 청년기를 ‘올인’하고 그 직장을 지키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한다. 취업의 당락을 결정짓는 것은 여전히 ‘간판’(대학)이고, 그 간판을 따려고 초등학교 때부터 무슨무슨 중학교 보낸다며 과외도 시키며 부산을 떠는 우울한 현실이다. 분명히 취업은 단순히 거쳐 가는 ‘계기’가 아니라 일생을 결정짓는 ‘대사’다.

그런데 해고를 이혼에 빗댈 수는 없다. 이 장관이 기업에 물어보시길, 그리고 자문해 보시길 바란다. 과연 기업이 비정규직과 ‘결혼’할 마음이 있는지 말이다. 기업들은 서로 사랑해 ‘옥동자’를 낳고, 자식을 키워 후세를 잇는 정상적인 가정을 꾸리고 싶은 마음이 없다. 대다수 기업이 노동자를 무슨 기계나, 그런 생산요소 정도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하게 말하면 ‘씨받이’를 원한다는 말이다. 어디 씨받이(비정규직)와 화목한 가정을 꿈꾸겠나. 집안 일을 제대로 가르칠 뜻이 있을 리도 만무하다.

최근 통계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건수는 32만7천여건으로 2007년보다 4.6% 줄었다. 이혼건수도 11만5천여건으로 2007년보다 7천500건 감소했다. 혼인율이 낮아지고, 이혼율이 높아지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그런데 쌍춘년 약발이 떨어진 혼인이야 그렇지만 지난해 이혼건수 감소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한다. 1천명당 이혼건수를 뜻하는 ‘조이혼율’이 11년 만에 가장 적었다는 것이다. 11년 전이면 외환위기 때가 아닌가.

불경기가 이혼율을 떨어뜨린 것이다. 어려울수록 부부가 서로 기댔다는 것이다. 다른 이유도 하나 있다. 이혼 숙려제다. 이혼을 신청한 부부에게 미성년 자녀가 있으면 3개월 동안, 자녀가 없으면 1개월 동안 고민할 시간을 주는 제도다. 여기서 노사 파트너십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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