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당사자의 92.7%는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비정규직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으며, 89.4%는 법 개정 절차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과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지난달 15~30일 보름간 비정규 노동자 38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이번 설문조사에 응한 비정규 노동자는 조직·미조직 노동자가 모두 포함돼 있으며 고용형태는 기간제 51.3%, 파견용역 19.9%, 기타(특수고용·임시직·파트타임) 28.8%로 분류됐다. 근속기간 2년 미만은 17.8%인 반면 5년 이상은 55.5%를 차지했다.
이들이 최근 3개월간 받은 평균임금은 100만원 이상에서 200만원 미만(62.2%)이 가장 많았고 100만원 미만(21.9%), 200만원 이상에서 300만원 미만(12.1%)이 뒤를 이었다. 지난 3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결과인 비정규직 평균임금 123만원과 일치하는 것이어서 표본선정을 객관적으로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절반 이상 “연장·유예시 일자리 질 하락”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 당사자의 절대 다수인 92.7%는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비정규직법 개정에 반대했다. 찬성은 7.3%에 그쳤다. 비정규직 계약기간이 현행 2년에서 4년(2년 유예 포함)으로 연장되는 데 대해 절반 이상(54.5%)이 “일자리 질이 하락될 것”이라고 답했다. “고용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응답은 7%에 머물렀다.
구체적으로 보면, ‘정부 계약기간 연장(2년→4년)을 통해 일자리가 유지될 것이라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79.3%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반면, “그렇다”는 8.4%였다.<그래프 참조>



89.4% “비정규직법 개정 절차 부적절”

비정규직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입법 절차에 대해서도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 89.4%는 “국민여론을 수렴하지 않았고 시의적절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반면 “국민여론을 수렴했고 시의적절하다”는 의견은 1.7%에 그쳤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기업에 2년간 사회보험료 50%를 감면하는 정부의 지원방안에 대해 응답자의 63.4%는 “실효성이 없는 생색내기”라고 비판했다. “절반은 기업 부담이므로 정규직 전환이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20%로 나타났다. “기업부담을 줄여 정규직 전환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은 16.6%에 그쳤다.
또한 차별시정 신청기간(3개월→6개월)이 연장돼도 차별받는 당사자가 직접 신청해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 효과가 없다는 의견이 79.6%에 달했다.

85% “파견업종 확대하면 파견직 증가”

파견허용업종 확대에도 비정규 노동자들은 부정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절반 가량인 50.1%는 파견허용업종이 확대될 경우 “구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구직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25.6%로 나타났다.
반면 파견허용업종이 확대될 경우 기업은 정규직 대신 파견직을 더 많이 채용할 것이라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는 85%인 반면 “그렇지 않다”는 8.6%에 그쳐 파견허용업종 확대가 파견직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반영했다.

홍희덕 의원은 “정부와 한나라당은 비정규 노동자들이 법 개정을 바라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려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정부와 한나라당은 비정규직법 개악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이영희 노동부장관은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부소장은 “정치권의 기간 연장·유예를 둘러싼 공방은 비정규직 당사자의 현실과 생각을 누락시킨 채 진행되고 있다”며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비정규직법이 갖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근본적 처방을 내놓고 해고자가 발생할 경우 노동부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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