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기침체 상황에서 건설업 구조조정에 맞서기 위해 노조를 설립한 첫 사례인 한일건설 해고노동자들이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를 인정받았다. 당초 지노위는 경영상 해고의 요건 중 노조(근로자 대표)와 성실한 협의를 거치지 않은 점만 인정했지만, 중노위는 해고의 법적 요건을 모두 갖추지 못했다고 판정했다.

28일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와 노무법인 ‘노동과 삶’에 따르면 중노위는 최근 “근로기준법 24조에 규정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지만, 어느 정도 인원조정이 필요했음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해고회피 노력이나 대상자 선정, 근로자 대표와의 성실한 협의 등 요건을 제대로 충족하지 못한 부당해고”라고 밝혔다.

중노위는 “한일건설은 2005년 이후 3년간 사상 최대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고 지난해 3분기까지도 15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점, 올해 국내 건설현장 감소가 예상됐다고 하나 해고 단행 이틀 전에 1조원 이상의 리비아공사 사업을 수주한 점 등을 감안할 때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해고회피 노력에 대해서는 “임직원 임금 삭감, 희망퇴직 등 해고회피 노력을 전혀 안 한 것은 아니지만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 자체가 부인되는 이상 이 같은 노력은 해고의 정당성 요건을 갖추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중노위는 또 “당시 고과·직급 등 평가기준에 의한 평가결과에 의하면 평가점수 60점 이하인 근로자가 235명으로 전체 평가자 462명의 절반 이상이나 되는데도 유독 해당 근로자들만 해고한 것에 대한 사용자의 입증이 부족하다”며 해고대상자 선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중노위는 근로자 대표와의 성실한 협의에 대해서도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을 회사가 일방적을 지명했기 때문에 대표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민아 공인노무사(노무법인 노동과 삶)는 “중노위의 이번 판정은 한일건설처럼 글로벌 경제위기에 편승한 무분별한 정리해고에 경종을 울린 첫 판정이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다른 건설회사의 정리해고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일건설은 지난해 12월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희망퇴직을 거부한 노동자 8명을 정리해고했다. 이후 회사측은 지난 5월6일까지 18명의 인력을 신규로 채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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