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급여제도가 시행되기 전에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가 보험급여에 관해 회사측에 권한을 위임한다는 민사상 합의를 했더라도 근로복지공단이 간병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판사 전대규)은 지난 16일 오아무개(56)씨가 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간병급여부지급취소처분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동안 간병급여제도가 시행된 2000년 7월 이전에 산재를 당한 중증장해 노동자들이 회사측과 민사합의를 했을 경우 공단으로부터 간병급여를 받을 수 없었다.

법원은 “원고가 회사측과 합의를 할 당시에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간병급여에 대한 규정이 없어 중복 지급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공단으로부터 받을 간병급여를 고려해 합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산재보험급여의 수령 및 모든 권한을 사업주에게 위임하기로 합의했지만 합의 당시 간병급여에 대한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간병급여에 대한 수령권한까지 회사에 넘겨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ㄱ철강에서 일하던 오씨는 지난 88년 업무상재해를 당해 89년 10월까지 요양을 받고 치료를 종결했다. 오씨는 당시 회사측과 “업무상 재해로 인한 보상금 7천만원을 지급받고 이후 민형사상의 책임을 묻지 않으며, 산재보험법에 정한 보험급여에 관해서는 회사측에 모든 권한을 위임한다”고 합의했다. 이후 오씨는 지난해 7월 공단에 간병급여를 청구했지만 공단은 오씨가 산재보험급여의 모든 권한을 사업주에게 위임했기 때문에 지급대상이 아니라며 간병급여를 지급하지 않았다.

간병급여제도는 장해등급 2급 이상의 중증장해자 중에 간병이 필요한 자에게 지급하는 보험급여다. 당초 제도가 도입된 2000년 7월 이전에 치료를 종결한 자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았지만 2007년 12월 법이 개정되면서 2000년 7월 이전에 치료를 종결한 자에 대해서도 간병급여를 소급해 지급하도록 했다.

한편 이번 소송을 대리한 다보상법률사무소는 오씨의 경우처럼 2000년 7월 이전 산재노동자 가운데 민사합의로 간병급여를 받지 못했던 노동자들을 위해 무료상담(1577-5785)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2009년 6월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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