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임시국회에서 비정규직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는 노동부가 최근 전국 고용지원센터를 찾은 구직자를 대상으로 현행 비정규직법이 비정규직 해고로 이어지는 듯한 답변을 유도하는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장이 예상된다.
24일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최근 입수한 ‘기간제법 및 파견법 근로자조사’ 설문지<사진>를 공개하고 "설문조사 질문과 답변문항이 비정규직법 때문에 비정규직이 해고될 수 있다는 응답자들의 답변을 의도적으로 유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설문지를 보면 ‘비정규직법에 대한 설명’ 지문에서 “비정규직 사용 2년 초과시 정규직 전환으로 간주한다”는 지문 다음에 “따라서 2년이 되기 전 계약해지에 놓일 수 있다”고 적혀 있다. 결과적으로 비정규직법 때문에 계약해지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을 강조한 것이다.

노동부는 또 고용기간에 관한 지문에서 “정부는 사용기간이 정규직 전환보다 교체사용·아웃소싱 등 비정규직 실직을 가져온다고 보고 4년 연장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뒤, 기간제한 폐지 주장과 현행기간 유지라는 다른 주장을 적시하고 ‘어떤 의견에 동조하느냐’고 묻는 방식을 선택했다. 답변문항은 △고용기간 연장 △고용기간 제한 폐지 △현행유지 내지 기간단축 등의 순으로 배열했다.

현행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하게 각인시킨 뒤 답변순서도 정부 입장인 기간연장을 가장 앞에 배치해 의도적으로 정부 주장에 동조하도록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설문지에서 각 주장을 설명할 때는 찬반 의견을 객관적이고 동일분량으로 하는 등 기계적 공정성을 갖춰야 한다”며 “이번 경우는 질문과 답변문항 순서에서 모두 정부 주장을 강조하는 한편 나머지는 축소시키는 듯한 유도성으로 오인받을 수 있다”고 말했했다.

특히 6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이뤄진 조사라는 점에서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홍희덕 의원은 “비정규직법 때문에 실직될 수 있다고 설명하면 어느 누가 현행법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변할 수 있겠느냐”며 “노동부가 6월 국회에서 법 개정 처리를 압박하기 위해 여론조작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주일 노동부 고용차별개선정책과장은 “이전부터 여러 번 해 오던 설문조사의 일환으로 시점에 대한 의도성은 없다”며 “질문도 객관적으로 하려고 노력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노동부는 이번 설문조사를 지난 16~24일 8일간 전국 고용지원센터를 찾는 구직자를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그 결과는 빠르면 26일 또는 늦어도 29일께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09년 6월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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