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지방이전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이전을 위한 추가 법 개정과 제도적 기반 마련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데다, 노정합의 사항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은 애초 취지가 왜곡됐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11일 국토해양부와 한국노총·민주노총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05년 이전 합의 당시 체결했던 노정합의 38개항 중 18개항만 이행하고 있다. 공공기관 이전에 소요되는 세금감면 등만 진행됐을 뿐 이전에 따른 직원 복지제도 지원 등은 아직 방안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정부는 이에 대해 “이전 시점에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각 기관이 이전해 건설할 혁신도시에 영향을 미치는 행정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제반법안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계류돼 있다. 행정복합도시 건설이 힘들어지면, 혁신도시 건설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노동계는 현 정부가 공공기관을 이전할 뜻이 없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한국노총 공공연맹은 “정부는 노정합의를 조속히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공연맹은 12일 국토해양부 지방이전추진단과 간담회를 갖고 요구사항을 전달할 계획이다.

공공운수연맹은 아예 이전계획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연맹은 최근 국토균형발전위원회에 공기업 지방이전 심의를 유보해 줄 것을 요청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연맹은 “이명박 정부 들어 본래 취지인 국토균형발전 정책은 사실상 백지화되고 공기업 지방이전이라는 허울만 남았다”고 비판했다.

현광호 연맹 총무국장은 “국토균형발전이라는 취지에 공감해 노정협약을 맺었지만 지금은 지방자치단체의 입맛에 맞는 공기업 지방이전이라는 껍데기만 남아 동의할 수 없게 됐다”며 “정부가 정책기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이전을 거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 관계자는 “이미 혁신도시 건설 관련법이 통과됐고, 이전작업을 계획대로 진행하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아직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9년 6월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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