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는 다르다."
사재출연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10일 업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 2006년과 2007년 검찰의 비자금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약속했던 8천400억원 사재출연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정 회장은 2006년 검찰에서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비자금 의혹을 조사받는 과정에서 자신과 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글로비스 주식 1조원어치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정 회장은 2007년 3월에는 8천400억원을 내놓겠다며 사재출연을 다시 강조했다. 향후 7년에 걸쳐 해마다 1천200억원을 출연하겠다는 일정도 제시했다. 사재출연금을 사용하기 위해 2007년 10월 현대차그룹에 '해비치사회공헌재단'를 만들기도 했다. 이어 정 회장은 2007년 11월 600억원, 지난해 7월 300억원을 각각 해비치재단에 출연했다.

정 회장의 사재출연 약속은 '우호적인' 재판 결과로 이어졌다. 정 회장은 지난해 6월 서울고등법원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법정구속을 면했다. 지난해 8월에는 정부로부터 특별사면을 받았다.

그러나 정 회장의 사재출연은 특별사면과 함께 중단됐다. 두 차례 출연한 금액은 900억원으로 당초 약속한 2년치 출연금 2천400억원(연간 1천200억원)에 크게 못 미친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는 "정 회장의 약속은 공수표에 그치고 있고 해비치재단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속노조는 "정 회장은 족벌세습의 죄를 모면하기 위해 내놓기로 사재출연을 즉각 이행해 사회책임경영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09년 6월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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