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연장하는 내용(2년→4년)의 정부 제출 비정규직법 개정안에 반대의견을 냈다. 인권위는 개정안이 입법취지를 거스르고, 오히려 비정규직 확산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권위는 10일 국회의장에게 노동부가 제출한 기간제 및 단기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개정안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의견서에서 “입법취지가 퇴행했다”며 “충분한 사회적 대화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2년 뒤에도 동일한 문제가 되풀이될 것이 뻔한 만큼 정부가 법 개정이 아니라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정규직 대체 우려=인권위는 정부의 개정안이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대체하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우려했다. 단순하게 정규직 전환효과를 위축시키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정규직을 최대 4년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됐으니, 기업 입장에서 정규직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인권위는 “법 개정이 노동시장 내 고용의 질을 현재보다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비정규직 확산을 억제하고 정규직화를 유도하고자 한 입법취지에서 후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현행 비정규직법 효과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비정규직 감소와 정규직 증가가 통계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를 인권위는 법적 장치와 정부의 정책의지 때문으로 분석했다. 사유제한이 아닌 기간제한으로 규제하다 보니 비정규직을 교체사용하는 편법행위로 법 자체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제도와 정책의지로 상쇄했다는 것이다.

◇2년 후 '재발'=인권위는 정부 생각대로 법이 바뀌더라도 2년 뒤에는 같은 문제가 재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비정규 노동자의 불안과 위험을 줄이고 고용보장을 하려면 기간연장이 아니라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특히 "사회적 대화를 더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비정규직법 개정이 비정규 노동자의 고용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노사정과 각계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라는 것이다. 인권위는 “정부가 사회적 논의와 협의과정 없이 개정안을 제출한 것은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법에 따라 자발적으로 취한 조치나 계획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2009년 6월11일>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