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면 시키신 분~.”
마라도에서 개그맨 이창명씨가 철가방을 들고 나타나는 이 장면은,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TV광고 중 하나다. 자장면을 주문한 사람이 어디에 있든 반드시 배달하고야 마는 배달원의 근성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배달하는 그 모습이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최근 업무상재해 사례로 음식점 배달원의 교통사고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토바이 배달하다 교통사고

경기 안양시의 한 음식점에서 일하는 이아무개씨는 배달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2007년 11월1일 자정 무렵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신호를 위반한 채 2차로를 달리다 반대방향에서 유턴하는 차와 충돌한 것이다. 이씨는 이 사고로 왼쪽 경-비골 골절상을 입었다.

다행히 이씨의 사고는 산업재해로 인정받아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휴업급여 452만4천원·요양급여 1천693만1천260원·장해급여 103만2만5천260원을 지급받았다.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씨는 사업주가 안전교육을 실시하지 않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신속하게 배달할 것을 지시한 과실이 있다며 일일 실수입과 향후 치료비·위자료 등 6천만원가량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교통규칙 준수는 기본’…업주, 손해배상 책임 없어

이 사건의 원고는 이씨와 이씨의 부모 및 누나다. 피고는 이씨를 고용했던 업주인 김아무개씨다. 수원지방법원은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판결요지는 다음과 같다.
“안전교육 실시하지 않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신속하게 배달할 것을 지시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 만약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교통사고는 이씨의 중대한 과실에 의해 일어났다. 특히 교통신호 준수는 안전교육을 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으로, 손해배상 범위에 대해 살펴볼 필요 없이 인정할 수 없다.”

판결문에 따르면 교통규칙을 준수하는 것은 기본이다. 만약 사업주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무조건 빨리 배달하라고 지시했더라도 이씨에게 신호를 어기라고 명시적으로 지시하지 않은 이상, 통상적인 업무지시이므로 위법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사건의 쟁점은 사고와 관련해 업주에게 과실이 있느냐는 점이다. 재판부는 우선 산재보상의 경우 이미 결정된 사항이므로 별도의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이씨는 안전교육 미실시와 신속배달 지시 등을 업주의 과실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신호를 준수하면서 오토바이를 운전할 것을 매일 주지시킬 의무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관련 판례
수원지방법원 2009년 6월1일 판결 2008가단81639 손해배상(산)
 
 
<2009년 6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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