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비정규직법 개정과 관련해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현행(2년)대로 두되 시행시기만 유예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나라당은 이 같은 내용을 11일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확정할 계획이다.

한나라당은 8일 오전 당정협의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 간담회를 열어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한나라당에서 안상수 원내대표·김성조 정책위의장·신상진 제5정조위원장이, 환노위에서 조원진·강성천·이화수·박대해·조해진·박준선·이두아 의원이 참석했다. 노동부에서는 정종수 차관과 이채필 기획조정실장·신영철 고용정책실장·전운배 노사정책국장·허원용 고용평등정책관이 참석했다.

◇“6월 임시국회서 처리”=당정협의에 앞서 나온 한나라당 원내지도부의 발언은 강도가 높았다. 특히 민주당 소속 추미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에 대한 공세를 높였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6월 국회에서 비정규직법이 처리되지 않으면 고용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며 “법안 상정도 막는 민주당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성조 정책위의장도 “7월에 대규모 실직사태가 있을 수 있다”며 “2년 고용 이후 정규직 전환이 어렵기 때문에 6월 국회에서 대처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상진 제5정조위원장은 “국회에서 비정규직법을 논의하지 않고 7월부터 쏟아질 해고를 막지 못하면 죄악”이라며 “절절한 마음으로 호소한다”고 강조했다.
박준선 의원은 “비정규직법이 처리되지 않는 책임을 명백히 해야 한다”며 “법안을 상정조차 하지 않는 추미애 위원장에게 근본적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용두사미'로 끝난 유예안=그러나 회의 시작 전 분위기와 달리 결론은 다시 '유예'였다. 한나라당은 이날 당정협의 뒤 환노위원 간담회를 갖고 비정규직법 처리방안을 논의한 결과 비정규직법 시행시기를 유예하기로 가닥을 잡았다고 신성범 원내대변인이 밝혔다.

신 원내대변인은 "환노위원끼리 의견을 모은 결과 유예하자는 의견이 많았다"며 “유예기간은 2년 또는 4년으로 할지 야당·노동계와 협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11일 의원총회에서 당론으로 확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환노위원 간담회에서는 시행시기를 2년 유예하자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덧붙였다.

◇11일 의원총회서 당론 확정될까=한나라당은 이에 따라 환노위 전체회의 소집을 요구하며 비정규직법 개정안 상정을 줄기차게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10일 오후 전체회의 소집을 요구한 상태다. 이에 앞서 한나라당은 의견수렴을 위해 9일 오전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을 만나 한나라당 유예안에 대한 의견을 듣는 한편 10일 오전 노동부 근로감독관들을 불러 비정규직 실태를 듣기로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비정규직법 시행 유예 입장에 대해 냉소적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내부 이견이 제대로 해소되지 못한 채 새로울 것 없는 카드를 다시 내민 데다, 2년 유예 이외에 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정책연대 파트너인 한국노총이 반대하고 있어 시행시기를 유예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2009년 6월9일>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