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모터스(GM)가 국영기업으로 재탄생한다. 1일 뉴욕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한 GM은 채무 상환을 일시 연기한 뒤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 회생절차를 밟는다.
GM은 미국 정부가 60%, 캐나다 정부가 12%, 전미자동차노조(UAW)의 퇴직자 건강보험기금이 17.5%의 지분을 갖게 된다. 미국 정부는 GM에 지원했던 197억달러 외에 300억달러를 추가로 지원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GM의 몰락을 '강성노조' 탓으로 돌리곤 한다. 낮은 생산성과 고비용의 원흉이 '강성노조'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각은 미국 정부가 GM을 공기업으로 만들면서까지 살리려고 하는 배경을 설명하기에는 미흡하다.

최근 각국 정부와 세계 자동차기업은 위기 극복을 위해 생산 감축과 신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친환경연료 자동차와 새로운 교통시스템 등 기술 개발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신차 개발을 등한시하고, 투기금융에 매달렸던 GM이 경쟁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했다. 자동차산업을 시장에만 맡기고 정부가 전략적으로 개입하거나 규제하지 못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자동차산업의 위기가 ‘정부의 규제실패’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낙후한 기술, 부실한 경영, 높은 노동비용도 위기의 원인 중 하나지만 정부 책임에 비해서는 후순위라는 얘기다.
결국 GM의 공기업화는 미국 정부가 자동차산업 구조조정을 주도하겠다는 신호다. 경쟁력을 상실한 GM을 살리되, 차세대 자동차산업을 주도할 수 있도록 ‘부활’시키겠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의 GM 몰락 원인진단과 처리 방식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적지 않다. 법정관리 중인 쌍용자동차는 최근 회생방안 중 하나로 정리해고를 밀어붙이고 있다. 전체 인원의 37%(2천646명)를 해고한다는 계획이다.
대주주인 상하이자동차의 투자약속 미이행과 부실경영, 기술유출 의혹에 대한 책임은 아예 거론하지도 않았다. 쌍용차가 내놓은 자구책은 인건비 절감과 자산매각이 전부다. 경영난의 책임을 노동자에게만 떠넘기고 있는 셈이다.

회사측은 한술 더 뜬다. 정리해고 계획이 발표된 후 1천명 이상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도 인건비를 절감하는 내용의 고통분담안을 제시했다. 그런데도 회사측은 노조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거들떠보지 않았다. 노조가 공장문을 걸어 잠그고 점거농성에 들어가는 이른바 ‘옥쇄파업’을 벌이는 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되레 직장폐쇄를 신청해 맞불을 놓았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GM대우의 처지도 쌍용차와 다를 게 없다. GM대우는 굿GM으로 분류돼 회생절차를 밟게 됐지만 독자생존을 모색해야 할 처지다.
정부와 산업은행의 지원에 의존해야 하는 '환자'에 가깝다. GM대우와 산업은행 간 물밑교섭이 이뤄지고 있지만 해법을 찾는 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전략적 접근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별 기업이 알아서 생존하라’는 식이다. 상하이차에 쌍용차를 매각했다 실패했던 전철을 다시 밟지는 않을지 우려스럽다.

쌍용차나 GM대우가 회생하려면 정부 지원이 불가피하다. 어차피 지원할 생각이라면 정부가 주도해 자동차산업을 재편해야 한다. 이미 소형차가 강점인 GM대우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강점인 쌍용차를 묶어 새로운 자동차기업을 만들자는 제안도 나왔다. 현대·기아자동차와 더불어 국내 자동차기업을 '2강 체제'로 묶자는 것이다.
이런 계획은 정부 주도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미국 정부의 GM 처리 방향에서 배워할 교훈은 바로 이것이다.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 때마침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정부에 교섭을 촉구하고 있다. 노조는 회사측과도 대화를 원하고 있다. 정부가 노사의 교섭을 주선하되 큰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극한 대치를 하고 있는 쌍용차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은 막아야 한다.
 
 
<2009년 6월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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