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에게 임금을 차별 지급했다면 비정규직법 시행일인 2007년 7월 1일부터 소급해 적게 지급한 임금을 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노동자의 차별시정 신청 이전 석달치만 보상하면 된다’는 노동부의 입장을 뒤집은 판결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이경구)는 한국철도공사 영양사 임아무개(40)씨 등 7명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차별시정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고 28일 밝혔다.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차별 임금 모두 지급’ 판결=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철도공사가 2001년 입사 당시부터 임씨 등에 대해 합리적인 이유 없이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정규직 영양사에게 적용되는 ‘보수규정’보다 불리한 ‘기간제 근로자 운영지침’을 적용해 왔다”며 “이들이 줄곧 정규직 영양사에 비해 기본급·상여금·휴가비 등 임금을 적게 지급받은 것은 비정규직법이 정한 ‘계속되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돼 임금 차액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씨 등은 2001년 6월 철도공사에 입사해 구로차량사업소 등 7개 지역에서 기간제 영양사로 근무해 왔다. 이들은 정규직 영양사와 같은 일을 했지만 훨씬 적은 임금을 받았다. 2007년 7월1일 비정규직법이 시행돼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 임금 등에 대한 차별적 처우가 금지됐다.

하지만 공사는 임씨 등에게 계속 정규직과 다른 별도의 운영지침을 적용하며 차별적 처우를 계속했다. 이들은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 신청을 냈다. 중노위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적 처우는 인정하면서도 법률상 규정된 시정신청 기간 3개월분에 대한 임금 차액만 일부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임금 차별도 ‘계속되는 차별적 처우’ 해당=이번 판결은 임금 차별도 ‘계속되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는 최초의 판결이다. 비정규직법은 차별시정 신청 제척기간을 3개월로 규정하고 있다. 차별적 처우가 있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신청해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계속되는 차별적 처우는 그 종료일까지 시정신청을 할 수 있다. 즉 ‘계속되는 차별적 처우’로 인정될 경우에만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일인 2007년 7월 1일부터 정규직 대비 임금 부족분을 지급 받을 수 있다.

중노위는 이번 사건에서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적 처우는 인정하면서도 법률상 제척기간인 3개월분에 대한 임금 차액만 일부 지급하면 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중노위가 노동부의 방침에 따라 사실상 차별시정 제척기간 3개월과 임금채권 청구범위를 동일시했기 때문이다. 중노위는 “임금지급에 있어 차별적 처우가 반복되더라도 임금지급기일에 임금을 지급함으로써 임금지급의 개별적·구체적 행위를 알 수 있기 때문에 계속되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임금은 지급일이 되어야 비로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근로관계가 유지되는 이상 매일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라며 “철도공사가 임씨 등이 기간제 근로자라는 이유로 불리한 운영지침을 적용해 정규직 영양사에 비해 기본급·정기상여금 등을 적게 지급한 것은 ‘계속되는 차별적 처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판부는 “철도공사가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적게 지급한 기본급·상여급 등이 모두 근로의 대가에 해당된다”며 “기본급·정기상여금·성과상여금·조정수당·효도휴가비 등 임금 지급과 관련된 모든 차별 처우에 대해 시정을 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사소송으로 번지나=노동계는 이번 판결에 대해 적극 환영하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노총은 "그동안 한국노총이 주장해 온 차별시정제의 문제점에 대해 법원이 인정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철도노조도 "노동부의 기존 잘못된 유권해석을 뒤집는 판결로써 적극 환영할 일"이라고 논평했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사용자가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최대 2년치의 미지급 임금을 줘야 하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유사소송이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오는 7월이면 차별시정제 적용 대상 기업이 현재 100인 이상 사업장에서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돼 파장이 예상된다.
중노위는 이번 판결에 불복,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009년 5월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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