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적으로 나타나는 경제위기가 지난 1997년 IMF사태 이후 10년 만에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경제위기는 필연적으로 대량실업을 동반한다. 1998년 현대자동차 정리해고, 2001년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그리고 올해는 쌍용자동차에 대한 정리해고가 진행되려고 한다. 이처럼 경영상 위기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경영상 해고다. 경영상 해고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해고가 근로자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하는 행위라고 할 때 권고사직, 대기발령 후 직권면직 등 보다 넓은 의미의 해고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마치 유령처럼 경영상 해고가 상시적 구조조정이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으로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경영상 해고라는 유령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정리해고)는 일반적으로 경제적·산업구조적 또는 기술적 성격에 기인한 기업합리화 계획에 따라 잉여의 근로자를 감축하거나 또는 그 인원구성을 바꾸기 위해 행하는 해고라고 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보호법으로 법 제23조(해고 등의 제한)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제24조(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에서 특별하게 경영상 사유로 인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에서는 이러한 경영상 해고에 대해 엄격한 요건과 절차를 요구하고 있다.

경영상 해고가 정당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 △해고회피 노력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의한 해고대상자의 선정 △근로자대표와의 성실한 협의 △근로자 대량 해고시 노동부 장관에 신고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이번 판례에서 쟁점은 경영상 해고의 정당성 여부다. 회사는 경영상 해고가 필요한 긴박한 경영상 상황이 있었으며, 회피 노력을 다했고, 근로자 대표와 성실하게 협의했으므로 정당한 해고라고 주장한다.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러한 회사의 입장을 인정해 경영상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정했다. 하지만 법원은 경영상 해고의 필요성은 인정하나, 해고회피 노력이라는 측면에서 회사가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경영상 해고를 인정한 중노위의 재심판정을 취소했다.

정당한 경영상 해고의 요건과 절차

경영상 해고의 요건과 절차는 근로기준법상에 명기돼 있지만, 구체적인 적용에 있어 해석의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 성실한 협의 등이 논란의 대상이 된다. 근로기준법 제24조의 내용은 경영상 해고의 요건과 절차를 구체적으로 명기하고 있지 않다.

해석은 판단을 수반해 해석이 필요한 문제에서 사람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경영상 해고의 정당성을 다투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상황이 많이 나타난다. 지금 회사의 상황이 경영상 해고를 할 만큼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있느냐, 임금삭감·복리축소 등이 해고회피 노력이라고 할 수 있느냐 등을 판단하는 데 있어 특히 그렇다.

대법원은 경영상 이유로 인한 해고의 정당성 여부를 각 요건을 구성하는 개별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02. 7. 9 선고 2000두9373) 먼저 경영상 해고의 필요성에 대해 대법원의 입장은 경영상의 필요성을 보다 폭 넓게 보고 있는 이른바 ‘합리적 필요설’ 또는 ‘감량 경영설’을 지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업 일부의 경영악화나 일시적인 경영상의 어려움 등은 해고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기업의 경영에 대한 진단이 필요한데 총자본수익율·고정자분 구성율·결산재무제표·영업실적·채무금 상황 등을 통해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사건에서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유무에 대해 기금 감소·검증업무 중단·기관경고·위탁업무 일시 중단 등을 고려할 때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음은 이 사건의 쟁점이 된 해고회피 노력의 유무다. 해고 회피를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대법원은 삼한산업의 판례(1992. 12.22, 92다14779)에서 “사용자는 근로자의 해고의 범위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경영방침이나 작업방식의 합리화, 신규채용의 금지, 일시휴직 및 희망퇴직자의 활용 및 전근 등의 가능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또 이와 같은 판시내용은 그 뒤의 판례에서 확고하게 정착되고 있다.

판례상 해고회피노력으로 인정한 경우로는 ①연장근로의 축소·근로시간(임금) 감축 등 인건비 절감 ②신규채용의 중지 ③임시직 등의 재계약 정지 ④배치전환·사외파견·전직훈련·다른 직종으로의 전환 ⑤일시휴업(휴직) ⑥퇴직희망자 모집 ⑦사무실 규모 축소·임원 임금 동결 등이 있다. 이러한 기존의 판례에서 인정한 해고회피 노력의 유무 여부에 대해서 본 판례는 기존 대법원 판례의 입장과 동일한 기준을 따르고 있다. 즉 사용자가 해고의 범위를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하며, 그 방법도 고정적이거나 확정적인 것이 아니라 경영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04. 1. 15. 선고 2003두11339)

본 판례에 나타난 해고회피노력의 정당성 여부

본 판례에서는 경영상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했는지 여부에 대해 ①경영상 손실을 과장했으며(6억7천만원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 결산에서는 19억9천만원 손실 발생) ②3명의 명예퇴직이 예정된 상황에서 결산결과에 비춰보면 추가적인 인원감축 없이 수입 범위 내 지출이 가능한 것으로 보이며 ③비상경영계획안에서 임직원 급여 50% 삭감계획을 마련했으나 20%만 축소하고 그것도 2개월만 실시하고 원상회복하는 등 비상경영계획 중 급여삭감은 없고 인원감축만 실시한 점 ④기금고갈로 이미 재정이 악화된 상태에서 인건비 부담이 충분히 예상됨에도 정규직 전환을 조건으로 8명을 계약직으로 채용하고, 계약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점 등에 비춰 볼 때 경영상 해고의 요건으로서 해고회피 노력을 충분히 다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마디로 실질적인 해고회피 노력이 아니라 면피용, 보여주기식의 해고회피 노력이라는 지적이다. 근로자에게 있어 근로관계를 강제로 종료하는 해고는 그것이 통상해고든 징계해고든 경영상 해고든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판례의 경우처럼 경영상 위기를 핑계로 불필요하게 과도한 인원정리에 나서는 기업이나 조직을 쉽게 볼 수 있다. 법에서 정한 요건과 절차에 끼워 맞추듯이 경영상 해고를 진행해 나가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이러한 보여주기식 경영상해고 회피 노력과 관련해 실질적인 노력과 효과에 대해 꼼꼼하게 따지고 묻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할 것이다.


<2009년 4월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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