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지난 2004년 “노동자의 업무와 질병의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입증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며 △노동자의 취업당시 건강상태 △질병의 원인 △작업장에 발병원인물질이 있었는지 여부 △발병원인물질이 있는 작업장에서의 근무기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산재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반도체 노동자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은 21일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역학조사에 많은 문제점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적어도 업무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는 증거들은 충분히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전리방사선과 포름알데히드·산화에틸렌·아르신·TCE(트리클로로에틸렌) 등 작업환경상 백혈병이나 암 유발원인이 존재했고, 개인적인 백혈병 위험요인이 없는 등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만한 근거들이 충분했다는 것이다.
또 △피해노동자 모두 10대 후반 또는 20대 초반에 입사했고 입사 당시 건강했다는 점 △가족 중에 백혈병이나 비슷한 질환 병력이 없었던 점 △근무 당시 안전보호장치나 개인보호구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 점 등은 피해노동자들의 백혈병이 직업병임을 확인해주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반올림은 “산재보험이 노동자들을 위한 보험제도가 되려면 사업주가 개인질병이라는 명백한 입증을 하지 못할 경우 신속하게 산재로 인정해야 한다”며 "불승인 결정에 굴하지 않고 산재승인이 더 쉽게 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나가겠다"고 밝혔다.
<2009년 5월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