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임시국회가 다가오면서 비정규직법 개정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자문위원 간담회에 이어 민주당·자유선진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 등 야5당이 19일 오후 국회도서관 대회의실에서 비정규직법 관련 합동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야당의원들은 한목소리로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의 정부 비정규직법 개정안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사회적 합의"=민주당은 정부의 4년 연장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지원과 사회적 합의에 기초해 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지난 수년간 비정규직 문제가 규모나 내용에서 후퇴돼 걱정이 많다”며 “정규직화를 서두르기 위해서는 정규직화 지원이 가장 효율적이며 이 방법밖에는 없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법을 시행하기도 전에 정부가 불쑥 기간연장을 들고 나오며 법을 개정하자고 협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정부의 4년 연장안은 비정규직법 도입취지에 어긋나며 전 노동자의 비정규직화가 우려된다”며 "문제점 보완과 정규직 전환지원 예산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외주화 확대, 차별시정 비효율, 특수고용직 사각지대 등의 부작용을 보완하는 한편 6월 임시국회에서 정규직 전환 지원을 위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 의원은 “비정규직법 개정 논의는 일반적 법안심의 차원으로 진행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 "사용사유제한"= 민주노동당은 정부의 4년 연장안 반대는 물론 사용사유제한을 도입해 비정규직 사용을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비정규 노동자는 언젠가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버티고 있다”며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면 어느 누가 찬성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비정규직 해법은 남용과 차별 해소”라며 정부의 4년 연장안이나 여당의 한시적 유예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 의원은 “출산이나 육아·부상·계절적 요인 등의 경우에만 비정규직을 사용하도록 하고 사유제한을 도입해야 한다”며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주장했다. 또 차별시정 신청권을 노조에 부여하는 등 차별시정제도를 강화하고, 파견제 폐지와 특수고용직 노동3권 부여, 사내하도급 규제 및 보호입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창조한국당 "반복사용 휴지기 도입"=창조한국당은 일자리 나누기 차원에서 비정규직 문제에 접근할 것을 주문했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는 “우리나라 비정규직 비율을 OECD 평균까지 줄일 필요가 있다”며 “국회 내 ‘일자리 특위’에 정부와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토록 해 초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원일 창조한국당 의원은 “비정규직의 편법적 남용을 규제해야 한다”며 비정규직 2년 사용시 해당 업무를 상시업무로 간주하는 한편 비정규직 반복사용을 제한하기 위해 6개월에서 1년의 휴지기를 두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어 편법적 도급·용역 전환 및 위장도급 규제를 위해 상시·핵심 업무에 대한 외주용역 전환 제한, 용역전환시 노조(노동자대표)의 동의권 부여,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을 주장했다. 차별시정 신청권을 노조에 주고 제척기간을 3개월에서 1년으로 연장하는 한편 정규직 전환 중소기업 다양한 인센티브 혜택을 주거나 비정규직 과다고용 대기업(500인 이상)에는 고용보험료 할증 부과 방안도 내놓았다.

◇진보신당 "사회연대전략으로 풀어야"=진보신당 역시 사용사유제한 도입으로 비정규직 사용을 엄격히 규제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진보신당은 특히 노동시간-일자리 연대 등 사회연대전략을 제시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비정규직 문제는 무엇보다 제도적으로 차별을 용인한 정치권의 책임”이라며 “법 도입 당시 기간제한이 아닌 사유제한을 요구했으나 수용되지 않았다”며 "비정규직 해법은 사용사유제한"이라고 주장했다.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은 “사용기간 2년 연장이냐 유예는 본질이 아니다”며 “사용사유를 제한하지 않으면 기간을 늘리든 줄이든 근본적 문제는 남는다”고 지적했다.

진보신당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지원을 위해 1인당 월 50만원씩 200만명을 대상으로 3년간 순차적으로 매년 4조원씩 총 12조원을 지원하자고 제안했다. 조 의원은 파견법 폐지를 주장하는 한편 당장 전환이 어렵다면 독일처럼 파견업체를 노사정이 공동 관리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특수고용직 보호를 위해 “사용종속관계를 지나치게 제한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노동계 "정부안 반대" 한목소리=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모두 정부의 기간연장안에 반대했다. 해법은 조금 달랐다. 한국노총은 현행법(사용기간 2년) 유지를, 민주노총은 사유제한 도입을 촉구했다. 김종각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정부안이 국회를 통과해서는 안 된다”며 “차별시정 강화, 정규직 전환지원금 확보, 간접고용(사내도급) 규제는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본부장은 “비정규직법 개정의 핵심은 정규직 전환 촉진에 무게중심을 둬야 한다”며 “무분별한 남용 확산을 막기 위해 1인당 최소 44만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이어 “정부·여당의 주장은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며 “현행법을 그대로 유지하되 차별시정제도를 강화하고 정규직 전환 인센티브 제도를 설계하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배강욱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비정규직을 4년 쓴다고 하면 그것이 비정규직이냐”며 기간연장을 골자로 한 법 개정 시도를 저지하겠다고 주장했다. 배 부위원장은 “사용사유제한을 하지 않고서는 비정규직 보호는 불가능하다”며 차별시정제도 강화와 파견제 폐지 및 간접고용 규제를 촉구했다.

특히 9월 정기국회에서 특수고용직 보호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배 부위원장은 “5톤 이상 화물차를 갖고 있어도 사용자의 지시를 받고 그 결과로 돈을 받는데 왜 노동자가 아니라고 하느냐”며 "야5당이 정기국회에서 특수고용직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해 근로기준법·노조법 수정안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재계·노동부 "정부안대로"=이영희 노동부장관은 축사를 통해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장관은 “비정규직법상 2년이 다가오면서 법효과를 시험받을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며 “오는 7월 이후 기간제 근로자 중 2년 이상 된 이들이 1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장관은 “향후 2년간 정규직 전환이냐 해고냐의 갈림길에 설 텐데 문제는 정규직 전환이 되지 못한 비정규직”이라며 “당초 4월 임시국회에서 해결되기를 바랐는데 오는 6월 국회에서라도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해 달라”고 주문했다.

재계도 4년 기간연장안 처리를 촉구했다. 이동응 경총 전무는 “당초 재계는 기간제한을 없애자는 입장이었으나 일단 4년 연장이 된다면 급한 불은 끌 수 있다고 봤다”며 “2년보다는 4년 정도 사용하면 정도 붙고 업무도 능숙해지면서 계약해지가 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전무는 “비정규직이 왜 늘었는지, 임금격차가 왜 커졌는지 원인에 대한 처방이 필요하다”며 “정규직에 대한 지나친 보호 때문에 비정규직을 쓰는 만큼 고용보호를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전문가 토론자로 나선 최영기 한국노동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1~2년 한시적 유예안을 제시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제도의 안정성 차원에서 보면 법을 시행하기도 전에 흔들어서는 안 된다”면서도 “법 도입 당시 예상치 못한 세계 경제위기라는 변수가 끼어든 만큼 버버 시행을 1~2년 유예를 하고 그 기간 동안 대책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2009년 5월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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