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회사가 소유한 차량을 타고 출근하다가 회사 정문 200미터 앞에서 중앙선을 침범한 차량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A씨는 업무상 재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신청을 했지만 근로복지공단은 “비록 사업주가 교통수단을 제공하고 차량 유지비를 부담해도 A씨가 직접 운전하며 출퇴근 경로·시간·방법 등을 선택했기 때문에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업무상 재해를 부인했다.

1심과 2심도 같은 취지로 기각했으나, 대법원은 “A씨가 회사 차량으로 출근하는 행위는 업무 수행을 위해 최단 경로를 이용해 업무수행 장소에 도착하는 것”이라며 “출근 과정은 사업주의 지배관리 아래 있었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 역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우리나라 판례는 일반근로자의 ‘출퇴근시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는다. 다만 예외적으로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일어난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데, 그 구체적인 예가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중의 사고이다.

출퇴근 재해에 관한 법적 검토

◇업무상 재해의 규정=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은 일반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대해 사업주가 무과실책임을 지는 것을 주요한 근로조건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업주가 직접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업주의 지불능력에 따라 보상이 불확실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책임보험형태로 만들어진 제도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다. 이 법 제5조 1호는 ‘업무상의 재해’란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 ·질병 ·장해 또는 사망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옛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업무상 재해의 구체적 내용이 무엇인지 명시하지 않았다.

다만 시행규칙으로 ‘근로자가 출퇴근 도중에 발생한 사고로 인해 사상한 경우로서 다음 각호의 요건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이를 업무상 재해로 본다’며 제시한 것이 1. 사업주가 소속 근로자의 출퇴근용으로 제공한 교통수단의 이용 중에 발생한 사고일 것 2.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에 대한 관리·이용권이 근로자측에 전담돼 있지 아니할 것이다.
현재는 지난 2007년 산업재해보상법 전문개정시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를 업무상 사고(제 37조) 인정범위로 명문화했다.

◇출퇴근 재해에 대한 법의 태도와 최근 학설=업무상 재해 보상의 성격을 피해근로자의 경제적 지위를 회복시키기 위한 손실보상적 기능에 중심으로 두느냐, 아니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회복을 위한 생활보장적 기능을 근로조건화해 보호하는 제도로 이해하느냐에 따라서 그 인정범위가 달라진다.

손실보상적 기능에 중점을 두는 입장에서는 ‘업무수행성과 업무기인성’을 판단의 중심으로 삼고 있다. 이는 사용자의 지배·관리 하에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재해를 입는 것을 전제한다.
이 논지에 의하면 사용자의 지배·관리하에 들어서기 위한 출근행위 혹은 사업주의 지배 관리에서 벗어나 사업장으로부터 집으로 퇴근하는 행위는 당연히 업무상 사유에 해당하지 않게 된다. 이런 입장에서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서 출퇴근 중에 발생한 사고가 업무상 재해이다. 이것이 종래의 일관된 판례의 입장이다.

반면 생활보장적 입장에서 보면, 출퇴근 행위란 근로자가 노무를 제공하기 위해 주거지와 근무지 사이를 왕복하는 반복적 행위로서 노무를 제공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근무지나 출퇴근 시각은 근로자가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사업주의 결정과 방침에 구속되고, 근무지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출근이나 퇴근행위가 업무와 연관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출퇴근은 업무에 부수하는 필수적인 과정이기 때문에 넓게 인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한다.

◇ILO 권고=ILO는 협약 제67호와 제121호에서 ‘통근도상에 입은 재해에 대해서는 각 국가의 역사적 경험에 따라 업무상 재해로 보거나 혹은 업무상 재해에 준하는 것으로 간주해 그에 상응하는 적정한 보상을 실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현재 독일·프랑스·오스트리아 등 ILO에 가입된 국가의 3분의 2정도가 통근도상 재해를 노동재해로 인정하고 있다.1) 영국·미국·포르투갈 및 이탈리아와 같은 국가는 법률상 일정한 제한범위 내에서 혹은 판례의 해석을 통해 사용자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하던 중에 발생하거나, 사용자 소유의 차량을 이용하던 중에 발생하거나 혹은 사용자의 승인 내지 동의하에 사업장으로의 통근에 사용되던 차량을 이용하던 중에 발생한 재해만을 보호대상으로 삼고 있다.

◇소결=우리나라 대부분의 학설은 손실보상설의 논거를 부인하지 않으면서 생활보장설의 입장으로 가고 있다. △현대산업사회에 있어서 산업재해 위험의 격증 △산업재해로 인한 피재자에 대한 경제적 사회적 영향이 심각화 △재해의 불가피성 △재해보상제도가 사회보험제도로 통합되는 국제적 경향에 비추어 볼 때 산재보험의 본질은 근로자의 생존권 보장을 기초로 한 생활보장설이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주의 지배관리 개념 보완 ‘의미’
이번 판례는 종례의 판례입장 재확인한 것이다. 출·퇴근 중에 발생한 재해가 업무상의 재해로 되기 위해서는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근로자가 이용하거나 또는 사업주가 이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하는 등 근로자의 출·퇴근 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대법원 2007.9.28. 선고 2005두12572)고 해, 이번 판결에서도 회사가 제공한 차량을 이용했다는 것은 전제돼 있다.

이번 판례는 사업주의 지배관리에 대한 개념을 구체적 사실관계에서 폭넓게 인정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물론 과거의 일부 판결에서도 근로자가 오로지 하나의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오지에 거주한다면 그 출퇴근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산재로 인정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번 판례는 사업주의 지배관리개념을 확대해 “△사용자가 차량을 제공하여 출퇴근 용도로 사용하라는 지시 △각종 보험료 유류비를 지급한 사실의 확인 △업무차량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 △재해자 이외에도 타 근로자가 영업용으로 차량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차량을 해당 사업장에 옮겨 놓아져 있어야 된다는 점 △이러한 출근까지 이르는 과정이 어느 정도 재해자에게는 교통수단의 선택이 유보 돼있긴 하나 그 재량의 여지가 매우 적어 최단거리로 사업장에 도착을 하기 위해서는 사업주 제공차량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과정은 ‘사업주인 소외회사의 지배관리 아래 있었다’고 본 것이다.

이는 종례의 판례가 ‘일상적인 통근과정이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대법원 1995.8.29. 95누5961) 사업주가 차량을 제공하지 않은 경우는 물론이고 차량을 제공했다고 하더라도 그 차량의 관리이용권이 근로자에게 유보돼 있는 경우에는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음을 부인했던 것보다 진일보한 것이다.

즉, 업무 차량이용이 업무수행의 필수조건인 상황에서 업무용 차량을 이용해 최단경로로 출근하는 과정은 이미 사업주의 지시관리권를 전제하고 있는 것이므로, 사업주의 지배관리가 개인의 차량 관리이용권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보아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판례는 단순 출퇴근중 재해의 경우 발생시 무조건적으로 산업재해를 불승인하던 기존 처분청의 관례에 제재를 가하고 사업주의 지배관리의 개념을 보완해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판결하자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보여진다.
이러한 대법원의 입장변화는 원칙적으로 통근도상의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지만, 과거에 비해 예외적인 인정범위를 넓히려는 시도로 평가될 수 있다. 이 판례의 태도는 노동자보호의 관점에서도 이는 바람직해 보인다.

출·퇴근 재해 폭넓게 인정돼야

출퇴근 행위란 근로자가 노무를 제공하기 위해서 주거지와 근무지 사이를 왕복하는 반복적 행위로 노무를 제공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근무지나 출퇴근 시각은 근로자가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사업주의 결정과 방침에 구속되고, 근무지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출근이나 퇴근행위가 업무와 연관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판례는 출퇴근 과정에서 발생한 재해를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다. 이는 공무원연금법·군인연금법·사학연금법이 출퇴근 재해를 업무상재해로 넓게 인정하고 있는 것과 다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판례의 태도에 많은 비판이 있어 왔다. 업무상 재해를 근로자의 생존권 보호측면에서 바는 입장은 통근재해가 널리 인정돼야 하고, 직업이 다를 뿐 공무원과 일반근로자의 출근이 그 행위에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차별을 두는 것은 평등권 침해의 위헌소지도 있는 것이며, 국제의 흐름과도 맞지 않다.
판례가 이번 판결에서 기존의 업무수행성을 넓게 해석해 인정범위는 확대하려한 것은 앞의 비판을 수용한 것으로 보여 긍정적이다.
그러나 출퇴근이 업무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과정이고 재충전이 없이는 노동을 지속할 수 없는 인적노동의 특징을 고려한다면 출퇴근 재해는 폭넓게 인정돼야 할 것이다.


각주)
1)출퇴근 재해의 업무상재해 인정관련 입법론적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2009년 3월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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