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적으로 판례리뷰 작성을 위해 주제를 결정하려면 관련 판례들을 여러 개 구해보게 되는데 이럴 경우 다소 놀라운 사실은 매우 유사한 사안에 대해서 법원들 사이에 견해가 다르기도 하고, 때로는 노동부가 법원에서 인정되고 있는 기준들과 다른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법률적 판단을 구하는 국민들에게 적지않은 혼란을 준다는 점이다.

오늘은 통상임금에 관한 판례를 하나 다시 읽어보려고 한다.
통상임금은 많은 기업에서 가산수당을 산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초임금으로, 통상임금의 대상범위가 넓을수록 가산수당액이 커지고, 따라서 자연스럽게 임금도 늘어나기 때문에 사용자가 지급하는 여러 가지 명복의 급여 중 어떤 급여가 통상임금에 해당하고 어떤 급여가 통상임금에서 빠지는가를 판단하는 문제는 항상 첨예한 이해관계자들의 대립과 함께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군다나 통상임금에 대한 정의1) 역시 약간은 불분명하기 때문에 이해당사자들은 물론 법원도 다소 사안별로 기준을 일정하게 적용하고 있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지난 수년간 기업들은 각각 자신의 기업사정에 맞추어 다양한 유형과 명목의 급여항목을 만들어 왔고, 이러한 급여항목들의 성격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배제되는지가 최근 몇 년 사이 발생되어 왔던 ‘통상임금’관련 논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건은 2009. 1. 9.2) 부산지방법원에서 다룬 사건이다. 사건의 개요를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총포 등의 방위산업물자를 생산하는 회사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사용자와 단체협약을 체결하여 임금 및 각종 수당의 산정근거로 사용해 왔다. 이들의 단체협약에서는 통상임금을 “기본급에 현행 제수당을 포함한 것으로 한다”고 정해 놓았지만 “기타 제수당 및 지급대상, 등급, 금액 등 지급조건에 대하여는 별도로 정한 바(수당지급기준)에 따른다”고 기술해 놓았고, 별도의 수당지급기준표에서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수당에는 ‘직무수당’, ‘직책수당’, ‘QCC수당’, ‘QC자격수당’, ‘자격면허수당’, ‘특수작업수당’, ‘치공구수당’, ‘근속수당’, ‘기술수당’, ‘가족수당’이 해당된다고 규정해 놓았다.

한편, 회사는 근로자들에게 위와 같은 항목의 수당을 지급하는 것 이외에 전 조합원들 대상으로 조합원 개인 명의로 가입하는 노후적립식연금보험의 월 보험료 6만원 중 4만원을 부담하기로 하고 이를 지급하여 왔고, 또한 자가운전보조비 명목으로 7년 이상 근속한 조합원에게는 매월 30리터의 휘발유를, 15년차 이상 근속한 조합원에게는 매월 50리터의 취발유를 지급하고 7년 미만 근속 조합원 및 차량 미소유 조합원에게는 교통보조비로 1만원(이후 2만원으로 인상)을 지급하기로 하여 전체 조합원들에게 자가운전보조비 또는 교통보조비를 지급하여 왔으며, 아울러 노동조합과 체결한 단체협약에 근거하여 창사기념일에 5만원 상당의 선물을 지급하여 왔다.

이 회사의 통상임금의 규정은, 원칙적으로 법률이 정한 내용과 같이 수당으로 지급되는 급여 전체가 통상임금에 해당되는 것처럼 규정해 놓았지만 별도의 규정을 두어 사실상 교통보조비, 연금보조금, 선물비과 같은 급여는 통상임금에서 배제했는데, 문제의 쟁점은 위 교통보조비, 연금보조금, 선물비가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만일 사용자가 법률이 정한바와 같이 위 수당을 전부 포함해서 통상임금을 산정해서 다른 가산수당이나 연월차수당에 적용했었어야 하였는데도 그리하지 않았다면 그로 인한 손해를 보상할 책임이 있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지금까지 법원에서 사용자의 급여가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다투는 사건들은 적지 않았다. 이러한 분쟁들은 사용자의 경영기법의 변화, 임금제도의 변경 등에 따라 해당 급여가 이른바 일률적이고 정기적인 임금의 범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법원에서의 판례와 노동부의 행정해석이 각기 다른 견해를 보이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실례로 근로자의 부양가족 수에 따라 지급하는 이른바 ‘가족수당’에 있어서 법원은 ‘부양가족 수에 따라 달리 지급되더라도, 사용자에게 지급의무가 있고,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근로자에게 일률적으로 지급된다면 임금으로 본다’고 하고 있지만 노동부는 이와 달리 가족수당이 통상임금이려면 ‘모든 근로자에게 일률적으로 지급되어야 한다’는 기준을 적용하여 차이가 발생하고 있고, ‘식대’가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법원은 “출근율에 한해 일정금액의 식사를 현물로 지급하거나, 동액 상당의 구판장 이용쿠폰을 지급해왔다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하고 있는 반면, 노동부는 “사용자에게 지급의무가 있고, 근무일수에 관계없이 전 근로자에게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경우”에만 통상임금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교통비’도 법원은 “사용자에게 지급의무가 있고,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경우 통상임금”이라고 하고 있지만 노동부는 “전체 근로자에게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경우에만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하고 있고, ‘체력단련비’ 역시 법원은 “사용자에게 지급의무가 있고, 일률적으로 지급되었다면 임금”이라고 하지만 노동부는 “전체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경우”에만 임금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물론 위와 같은 법원의 견해도 일관되고 있다고 단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 “근로자에게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된다는 기준에 대해 법원이 훨씬 폭넓게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위 사건에 대한 판결에서 해당 법원은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통상임금은 평균임금의 최저한을 보장함과 아울러 근로기준법 소정의 연장, 야간 및 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수당, 미사용 연차유급휴가일의 근로에 대한 임금(이른바 연차 휴가근로수당)이나 해고예고수당 등의 산정근거가 된는 것인 바, 위와 같은 법정수당에는 가산율 또는 지급일수 외의 별도의 최저기준이 규정된 바 없으므로 노사간의 합의에 따라 성질상 통상임금에 산입되어야 할 각종 수당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합의의 효력을 인정한다면, 근로기준법이 연장, 야간 및 휴일근로에 대하여 가산수당을 지급하고 미사용 연차유급휴가일의 근로에 대하여 통상임금 또는 이를 최저한으로 하는 평균임금을 지급하며 해고 근로자들에 일정기간 통상적으로 지급받을 급료를 지급하도록 규정한 취지는 몰각될 것이므로, 성질상 근로기준법 소정의 통상임금에 산입될 수당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노사간의 합의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에 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계약으로 무효이다”라는 기준을 제시하면서 사용자가 지급해 온 연금보조금과 교통비 그리고 선물비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결국 통상임금의 지급방식의 변형(교통비에 있어서 현물과 현금지급을 병행한 경우), 지급이유와 노동대상성의 모호성(개인연금지원금) 등의 경영상의 조치 등에 대해서 이를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것으로 보았다는 점은 기존의 통상임금에 대한 판단의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아울러 이러한 법원의 제시기준이 임금지급의 일률성에 대하여 유연한 판단태도를 가지고 있는 점(교통비)에서 지금까지 노동부가 적용해 온 협애한 판단기준이 통상임금제도의 적정한 운영에 과연 합당한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주게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각주)
1)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통상임금) ① 법과 이 영에서 “통상임금”이란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所定)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 또는 도급금액을 말한다.
2) 이 사건의 변론종결일이 2008. 10. 24.이니 변론이 종결되고 선고가 날 때까지 2개월이 넘게 걸린 셈이다 나름대로 재판부의 고민의 무게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009년 2월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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