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복잡해지는 근로자 개념

사용자와 근로자의 개념에 대해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서 정의하는 바가 다소 차이는 있지만 구분돼 있다. 또한 정규직과 비정규직도 마찬가지로 근로계약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와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자로 구분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의 다른 이치들처럼 모든 것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보자.
비정규직법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해 이른바 무기계약직이라고 불리는 중규직·반정규직이 생겨난 현실에서 형식적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구분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근로자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특히 자영업자와 근로자의 구별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경제사회 환경과 구조가 급변하고, 계약 자유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형태의 고용·위임·도급 계약 등이 생겨나면서 점점 더 근로자 개념을 명확하게 하는 일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는 이름의 자영업자도 아니고 근로자도 아닌 어정쩡한 제3의 영역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이러한 제3의 영역은 고용형태로 구분하자면 간접고용이라고 할 수 있다.
위임이나 프리랜서·파견·도급·용역·위탁계약 등과 같이 직접고용의 가장 큰 판단기준이 되는 사용종속관계라는 것은 계약의 형식으로는 구분하기 어렵고 근로관계의 실태에 따라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 판례의 근로자성 판단기준과 징표

법질서의 통일성, 법적 안정성과 명확성 등을 고려할 때 근로자 개념을 통일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각각 상이한 법률안에서 근로자성을 판단하다 보니 통일적 개념에 입각한 판단이라기보다는 각 법률이 추구하는 목적에 따라 근로자성이 상이하게 인정되고 있고, 같은 학원 강사로 노무를 제공한다고 해도 단과반 강사냐 종합반 강사냐 등 구체적인 노동력제공의 실태에 따라 근로자성이 인정되기도 하고 부인되기도 한다(1996.07.30, 대법 96도732, 2006.11.10, 서울지법 2004가단69638). 물론 이번 판례는 종합반 강사인데도 재학생반이냐 재수생반이냐에 따라 근로자성을 판단해야 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또 다른 것이기도 하다.
어쨌든 기존 판례에 나타난 근로자성 판단기준은 사용종속관계에 의한 것이므로 이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법원 판례(2000. 1. 28, 98두9219 ; 대판 1997. 11. 28, 97다7998)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계약이 민법상의 고용계약이든 또는 도급계약이든 그 형식에 관계없이 실질에 있어서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고 있다.
노동부 행정해석도 “근기법상 근로자람 함은 사용자와의 사용종속관계 하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며 동일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1990. 9. 3, 근기 01254-12276 ; 1997. 4. 8, 근기 68207-452).
이러한 기준을 바탕으로 사용종속관계에 대한 구체적 징표를 1)지휘명령 요소 2)임금성 요소 3)기타 요소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1)지휘명령 요소에 해당하는 것으로 ①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해 정해지는지 여부 ②업무수행과정 구체적 지휘감독 ③취업규칙·복무규정·인사규정의 적용 여부 ④사용자에 의해 근무시간과 근무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⑤근로자 스스로가 제3자를 고용해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업무의 대체성이 있는지 여부 등이 있다. 2)임금성 요소로는 ①보수가 근로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갖는지 ②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져 있는지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3)기타 요소로는 ①비품·원자재·작업도구 등의 소유관계 ②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③근로소득세의 공제나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 등 다른 법령 등에 의해 근로자의 지위를 인정받는지 여부 ④양당사자의 경제적 조건 등이 있다.

본 판례에 나타난 근로자성 판단 징표의 특징

본 판례는 먼저 기존 근로자성 판단징표 3가지 요소 총 11가지 중 사용자가 우월한 지위에서 임의로 정하는 것이 가능한 사항은 판단에서 배제하고 있다.
임금성 징표 중 기본급이나 고정급을 정한 것, 기타 요소 중 근로소득세 징수나 사회보장제도 적용 등이 그것이다.
나머지 징표에 대한 판단기준을 보면, 먼저 임금성 요소로 근로자체의 대상성을 인정하고 있다. 즉 재학생반 강사의 강사료가 공통비용 등 50%를 공제하고 수강생의 수에 따라 지급된 것이 아니라 강의시간에 따라 지급된 것으로 사용종속관계에서 근로제공의 대가로 인정하고 있다.

지휘명령의 요소는 더욱 두드러진다. 강사별 수업시간도 학원에 의해 조정되고, 출근시간과 복장 통제를 받고, 학원행사에도 참여해야 하고, 같은 교무실을 사용하고, 교수회의에도 참석하고, 학생지도도 하는 등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해 정해져 있고 업무수행과정 구체적 지휘감독을 받으며, 사용자에 의해 근무 시간과 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 점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근로자 스스로가 제3자를 고용해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업무의 대체성에 대해서도 교재 제작 시 워드작업이나 논술에서의 첨삭작업, 시험 후 채점 등 부수적인 업무에 아르바이트생을 사용한 것에 불과하므로 업무의 대체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판례는 종합반 학원의 재학생반 강사도 재수생반 강사와 마찬가지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근로자를 사장으로 둔갑시키는 잘못된 관행에 쐐기

이번 판결은 동일한 근무 장소에서 유사·동일한 근로를 제공하면서도 단지 그 대상이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근로자를 근로자가 아닌 사장으로 둔갑시키는 잘못된 관행에 일침을 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법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고 했다.
자신이 근로자임에도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면 망설임 없이 이번 사례와 같이 적극적으로 권리 찾기에 나서야 할 것이다.


<2009년 2월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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