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청년인턴제가 결국 기업들의 면피용으로 전락하는 듯하다. 기업들은 정규직 채용을 줄이고, 청년인턴 채용을 늘리면서 "일자리 나누기에 동참하고 있다"고 말한다. 일자리 나누기를 이유로 노동계에 임금동결이나 삭감을 요구한다. 청년인턴을 확대하면서 예산부담이 늘어 정규직 채용이 어렵다는 볼멘소리도 한다.

올해 초 인턴으로 취업했던 청년들은 하반기에 실업자가 될 위기에 처했다. 채용기간이 짧게는 2개월에서 길어봤자 1년을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규직 채용도 급감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공공부문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공기업 신규채용은 아예 중단됐다. 정부 정책에 동참한다며 앞 다퉈 인턴채용만 늘렸을 뿐이다.

금융권이 지난 3월 집계한 바에 따르면 국내 18개 은행이 올해 채용하는 청년인턴은 7천여명에 달한다. 우리은행이 1천468명으로 가장 많고 하나은행도 1천명을 뽑는다. 특수은행인 농협(796명)은 물론 국책은행인 기업은행(300명)도 청년인턴을 채용할 계획이다.

반면에 정규직 채용은 크게 줄고 있다. 18개 은행 가운데 정규직 채용 계획을 밝힌 곳은 우리은행(250명)과 외환은행(100여명)·농협(150명) 등 3곳에 불과하다. 공기업은 가관이다. 정부가 2012년까지 ‘10% 이상 인력감축’을 목표로 제시하면서 신규 채용은 엄두고 못 내고 있다. 금융권 산별교섭에서 노사가 고통분담을 통한 정규직 채용 확대를 논의하고 있지만 금융공기업은 ‘우리는 빼 달라’며 손사래를 치고 있다.

청년인턴제가 청년실업의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은 시행 초기부터 제기됐다. 취지가 좋았다손 치더라도, 문제가 드러났으면 마땅히 고쳐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문제점을 개선하기보다는 성과 내세우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국무총리실은 이달 초 일자리 나누기에 동참한 기업과 지방자치단체가 1천898곳에 이른다고 밝혔다.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고용창출 인원은 2만1천790명인데, 인턴 등 비정규직이 1만6천822명으로 정규직(4천968명)의 4배에 육박한다. 단기 아르바이트보다 못한 일자리가 100만개가 는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나. 그럼에도 전체의 72.2%인 1천370개 업체가 일자리 나누기를 위해 임금 동결·반납·조정을 했다. 단기 아르바이트를 채용하면서 기존 직원의 고통분담까지 강요한 것이다. 노동계가 일자리 나누기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정부 정책에 불신을 드러내는 이유다. 정규직 채용 확대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와 청년실업 해결, 지금이라도 정석대로 가야 한다.
 
 
<매일노동뉴스 2009년5월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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